‘네 돈으로 킹크랩 사와라’ 시킨 장수농협…가해자 지인 노무사는 “괴롭힘 아냐”
간부, 노량진서 27만5000원어치 킹크랩 사오게 해 먹어
선임된 가해자 지인 노무사는 비밀 누설·편향적 조사
연장근로수당 안 주고 주52시간제도 위반
형사입건 6건…가해자 4명 사측에 징계 요구
전북 장수군에 있는 장수농협에서 지난 1월 직원 A(33)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 직원은 유서에서 센터장 B씨가 사비로 킹크랩을 사오라고 시켰다고 적었는데, 고용노동부가 확인한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또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장수농협은 가해자의 지인인 공인노무사 C씨를 선임하고 조사를 편향적으로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고인의 주장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주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 6건을 형사 입건하고 과태료 총 6770만원을 부과했다. 괴롭힘 행위를 한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했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인노무사법상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C씨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앞서 A씨는 결혼한 지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지난 1월 12일 자신이 일하던 장수농협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유서에서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A씨는 지난해 1월 부임한 간부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B씨가 A씨에게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사비로 킹크랩을 사오라고 강요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A씨의 유족은 라디오에 출연해 A씨가 실제로 택시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이동해 킹크랩을 사왔다고 했다. 고용부 감독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고용부에 따르면 장수농협에서는 여러 상급자가 A씨의 주말근무 대체 요청에 응하는 대신 27만5000원 상당의 킹크랩을 사오라고 요구해 실제로 받아내는 등 A씨를 괴롭혔다.
A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 장수농협은 A씨에게 부당한 업무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불리하게 처우했다. 신고 이후 A씨는 다른 부서로 발령됐는데, 내부 전산망이 접속되지도 않는 PC(개인용 컴퓨터)를 주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반품요청 건이 처리되어 처리할 내용이 없는데도 ‘반품되지 않은 물량을 처리하라’는 등 서면으로 업무명령을 내렸다.
장수농협은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후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인노무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이 노무사가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것으로 고용부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결과 드러났다. C씨는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사측에 누설하는 등 조사를 편향적으로 했고, A씨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
특별근로감독 결과 장수농협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장수 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켰다. 주지 않은 수당은 최근 3년간 3억9674만원이다. 이밖에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4049만원, 연차 미사용 수당 2108만원 등 3년간 총 4억5832만원의 임금을 체불했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주 최대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주52시간 근무제는 최근3년간 293건 위반했다. 농번기와 수매철 등에 연장근로가 집중됐다. 출산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휴일 근무를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일부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았고, 임금대장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농협·수협에 대한 기획감독도 엄정히 실시하고, 결과를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는 철저한 근로감독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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