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정보 눈이 튀어나올 정도"…美, '동맹 도감청법' 연장하나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의 근거가 되는 법률의 시한 연장을 추진하는 데 탄력이 붙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도·감청으로 수집됐다는 의심을 받는 기밀이 유출돼 외교적 파문이 일고 있지만, 기밀의 막대한 범위와 중대성이 공공연하게 확인된 터라 정부가 의회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만료 시한을 연장하기 위해 의회를 설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조항은 애초 테러 용의자를 감시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미 국가안보국(NSA)이 구글, 메타 등 미국 소유 플랫폼을 이용하는 해외 거주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한다.
FISA 702조는 의회가 재승인하지 않으면 올해 연말에 효력이 만료될 예정이다.
정부 관리들은 이 조항의 연장을 위해 일부 정보의 기밀을 해제하는 방안을 두고 논쟁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도·감청으로 수집된 정보 덕분에 미국의 이익이 얼마나 보호받는지 보여주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WSJ는 공교롭게도 미국 공군 일병 잭 테세이라(21)가 유출한 기밀문서 때문에 저절로 그런 효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테세이라가 유출한 기밀문건 가운데 도·감청 등으로 수집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요한 정보가 많았기 때문이다.
유출된 기밀의 대상은 적대적인 국가, 동맹, 국제기구를 가리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했다.
WSJ은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엔 논의, 러시아군, 러시아 방산업체,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이란, 콜롬비아, 니카라과, 코트디부아르 등을 대상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요르단이 5G 통신장비에서 중국을 배제한 뒤 달랠 계획을 세운 점,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이 무기구입을 위해 미국의 군사동맹국인 튀르키예와 접촉한 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전에 장비 점검을 한다는 점 등을 영향력 있는 정보로 주목했다.
WSJ은 미국 정부의 고위 정책입안자나 군 지휘관은 이들 정보를 비롯한 기밀 수십건이 전화, 이메일, 레이다 전파 등 전기신호를 가로채는 기술인 신호정보 수집으로 파악됐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 도·감청과 암호해독을 수행하는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법률 자문위원 글렌 거스텔은 이번에 유출된 기밀문서 일부는 거의 확실히 FISA 702조에 따라 수집됐다고 주장했다.
WSJ은 FISA 조항을 이용했다는 점을 가리키는 표시가 포함된 문건도 일부 있다고 보도했다.
거스텔은 이번 기밀유출을 두고 “미국 정부가 이 분야의 기술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태”고 말했다.
그는 “의원들은 정보가 얼마나 풍부하고 상세한지를 보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랄 것”이라며 “이번 유출은 FISA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리는 의도치 않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WSJ은 FISA 702조 연장을 둘러싸고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감시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정보수집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투명성이 부족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때때로 미국인의 정보도 잘못 수집될 수 있는데, 이렇게 정보기관 수중에 들어간 정보는 추후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기관에 의해 합법적으로 검색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영장 없는 감시’와 다를 바 없어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이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기밀유출 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1월까지만 해도 FISA 702조에 대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도 연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극도로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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