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끊이지 않는데”…느슨한 규제에 술 광고는 ‘활발’
방송 유튜브 등 음주 콘텐츠 빗발
살인 37.6% 음주 상태서 범행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류기업들은 여름철을 앞두고 맥주류 판촉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름철이 해마다 맥주 성수기인 까닭도 있지만, 팬데믹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수칙으로 유흥채널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맥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하이트진로는 이달 초 제품 출고를 시작한 뒤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한 TV 광고를 최근 공개했다. 맥주시장 1위인 오비맥주 역시 브랜드 ‘한맥’을 리뉴얼했고, 이달 5일부터 새 광고를 송출 중이다.
신제품을 속속 출시 중인 주요 수입맥주 브랜드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강력한 탄산과 청량감을 강조한 ‘라거(Lager)’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각종 대외 행사에 스폰서 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 브랜드 친밀도를 쌓아가려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음주운전을 비롯한 음주 사고가 연일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엔데믹 전환 후 외식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모임과 회식 등이 재개되고 있지만, 동시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일 대전에서는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9살 어린이가 숨져 큰 논란이 됐다.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면서 사고가 벌어졌고, 숨진 아이와 함께 있던 다른 어린이 3명도 크게 다쳤다.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 이상이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인 9일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다. 떡볶이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중앙선을 넘어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것. 같은 날 다른 곳에선 술을 마신 30대 여성이 딸을 태우고 차를 몰다가 전복 사고를 냈다.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방송심의규정 적용 대상이지만, 비교적 규제가 느슨하다. 담배의 경우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아야 한다는 방송심의 규정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 등이 이뤄지지만, 음주 장면은 여과 없이 일반에 노출된다.
방송인들이 술을 마시며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다수 존재하는 데다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 채널 등에서 각종 ‘음주방송’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유튜브 음주영상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음주 중 부정적 행동(과음, 폭음, 폭탄주, 욕설, 성적인 묘사 등)을 송출했다.
일부는 또 주류 제품을 광고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알코올 17도 이상의 주류 방송광고 금지 등 기준이 있긴 하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사실상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개발원의 2018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주류광고 준수사항 위반 시정 내역’을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주류 광고 위반 적발 건수는 총 4036건이고, 이 중 SNS가 3443건(85%)이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위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광고 규제 기준 또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외에도 폭력과 성폭력, 방화, 살인 등 각종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음주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검찰청이 공개한 ‘범죄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20년 검거된 살인 범죄자의 37.6%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또 방화 범죄자의 41.7%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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