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제유가 상방 압력이 다소 우세… 금융불안 등 전개양상에 따라 높은 변동성 지속”

국제유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와 산유국 감산 영향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산 원유 공급 불확실성 등으로 상방 압력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부는 16일 발표한 ‘해외경제 포커스’에서 “향후 국제유가는 오펙플러스(OPEC+)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이동수요 및 여행객 증가, 러시아의 감산 지속 등으로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한은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최근 SVB 파산 사태 영향과 공급감소 우려 등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들어 80달러 초중반(브렌트유 기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국제유가는 SVB 사태 이후 금융불안 및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달 초 산유국 모임인 오펙플러스의 예상치 못한 추가 감산이 발표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80달러 중반으로 크게 반등했다. 지난 2일 오펙플러스는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일일생산량 기준 110만배럴을 감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원유·정제유의 공급 관련 불확실성도 국제유가 상방 압력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나영 한은 조사총괄팀 조사역은 ‘향후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서방국의 대(對) 러시아 제재 이후 석유 교역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러시아산 공급 관련 불확실성은 유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 이후 유럽연합(EU) 대신 인도와 중국으로 원유 수출을 확대했으나, 시장에선 러시아의 원유 수출물량이 지속될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 러시아의 해상운송 원유 수출이 하루당 100만 배럴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도된 가운데 러시아가 자체 원유 수송을 위해 마련한 ‘그림자 선단’(shadow fleet)도 선박 노후화 등으로 운송 차질 가능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림자 선단이란 국제사회의 주류 정유사·보험업계와는 전혀 거래하지 않고, 국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대상으로 주로 거래하는 유조선을 말한다.

러시아산 정제유의 경우, 아직 EU를 대체할 수출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향후 공급 차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올해 중국의 석유 수요회복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따라 국제유가 추가 상승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조사역은 “주요 기관들은 중국의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항공유 수요회복에 힘입어 글로벌 석유 수요가 하반기로 갈수록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중국은 여타 국가보다 정제유 소비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향후 제조업 경기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경우 유가는 추가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글로벌 금융불안의 전개 양상이나 국지적인 수급 차질 등에 따라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박 조사역은 “향후 국제유가는 상방압력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여타 요인의 전개양상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천연가스 수급 차질에 따른 원유 수요 증가,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한 공급불안은 상방리스크로, 미국 등 비 오펙(OPEC) 국가의 증산 가능성, 금융불안 재확산 등은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