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클라이밍’으로 뱃살 쏙~”…‘사격의 신’ 진종오의 코어 강화법 [이헌재의 인생홈런]
진종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까지 5번 연속 올림픽에 나갔다. 5번의 출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등 6개의 메달을 땄다. 이는 김수녕(양궁)과 함께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는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남자 50m 권총)를 달성했다. 그를 ‘사격의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유다.
처음 올림픽에 나갈 때만 해도 20대 중반이었던 청년은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여전히 총을 잡고 있다. 서울시청 소속 선수로 활동하면서 코치도 겸하고 있다. 예전만큼 많은 훈련을 하진 않지만 요즘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총을 쏜다.
내년은 프랑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진종오는 여느 때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사대(射臺)에 서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듯싶다. 진종오는 “30년 가까이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하느라 집을 너무 오래 비웠다. 이젠 가정에도 신경 쓸 때가 됐다. 국가대표는 이제 그만할 것 같다”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국가대표’ 진종오의 모습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이 된다.
사격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진종오처럼 오랜 기간 세계 최 정상권을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사격 역시 적지 않은 체력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종오는 “사격은 기본적으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종목이다. 권총의 무게는 1.5~2kg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하루에 수백 발을 쏘려면 수백 번을 들었다 놔야 한다. 이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근력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옷을 입고 있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격 선수 중에 몸이 좋은 선수가 꽤 된다”고 했다.
좋은 사격 자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일단 든든한 하체가 필수다. 여기에 허리와 등, 그리고 어깨 근육이 강해야 한다. 총을 잡는 팔뚝 근육도 튼튼해야 총 끝이 흔들리지 않는다. 진종오 역시 이에 맞춰 수십 년간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해 왔다.
그가 일반인들에게도 추천하는 대표적인 운동은 ‘마운틴 클라이밍’이다. 뱃살 태우기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마운틴 클라이밍은 푸시업 자세에서 양쪽 무릎을 번갈아 가며 가슴 쪽으로 당기는 것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진종오는 “이 운동만 꾸준히 해도 뱃살이 쏙 들어간다. 20~30회 하다 보면 절로 숨이 가빠진다. 심폐 기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진종오는 마운틴 크라이밍→플랭크→스쾃→런지→백 익스텐션 순으로 코어를 강화한다. 이 다섯 가지 운동을 한 번 도는 게 한 세트인데, 그는 기본적으로 3세트를 한다.
마운틴 클라이밍을 한 뒤 플랭크로 복근과 등 근육을 잡아준다. 곧이어 스쿼트와 런지로 하체를 단련한다. 약간 비스듬한 자세로 총을 쏘는 사격 선수들은 허리 부상이 많은데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하는 백 익스텐션은 허리 디스크 예방에 좋다. 그는 “이 동작들은 기구 없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도 저녁에 쉴 때 틈틈이 플랭크나 스쿼트를 한다. 만약 그렇게 근육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진작 선수 생활도 접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종오는 좌우 시력을 1.0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다. 20~30대까지만 해도 1.5였던 시력이 다소 나빠졌지만 여전히 나이에 비해서는 좋은 편이다. 그는 최대한 노안을 늦추기 위해 틈날 때마다 안구운동을 한다. 진종오는 “눈을 감을 상태로 왼쪽과 오른쪽, 위, 아래로 눈알을 움직여 준다. Z자를 그려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렇게 하면 평소 쓰지 않았던 근육들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진종오가 하는 대표적인 취미 생활은 낚시인데 이 역시 눈 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바다낚시와 민물낚시를 가리지 않는다는 그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루어 낚시다. 진종오는 “루어를 캐스팅할 때 어디에 떨어지는지를 잘 봐야 한다. 그리고 가까이도 수시로 봐야 한다. 총을 쏠 때도 마찬가지다. 과녁을 쏜 다음엔 다시 짧은 거리를 보곤 해야 하지 않나. 가만 생각해보면 사격이 루어 낚시와 정말 많이 닮았다. 낚시를 즐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력도 잘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그는 또 “루어 낚시는 가방을 멘 채 낚시대를 들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루어 낚시만 다녀오면 몸이 너무 힘들다. 덕분에 숙면에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며 “잠시나마 전자파가 없는 자연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낚시를 갈 때마다 좋은 힐링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역량을 쏟을 것”이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도핑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거의 매 대회 메달을 따면서 진종오는 도핑에 대한 전문가가 됐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주요 감시 대상자로 지정돼 일반 검사 외에도 수시로 도핑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살려 몇 년 전부터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선수위원으로 선임돼 반도핑 활동을 하고 있다. 진종오는 “도핑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질병이나 응급 상황에서는 사전 승인 요청서 등을 통해 허락을 받아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선수들은 아픈 걸 참고 경기를 하거나, 의도치 않게 불법 약물 투약 선수가 될 수 있다. 강원청소년올림픽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도핑과 관련된 사실이나 응급 상황 발생 시 절차 등을 잘 알려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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