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로 바닥 본 원진아, 다시 연기할 결심 [★FULL인터뷰]

김나연 기자 2023. 4.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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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나연 기자]
원진아 / 사진=LG아트센터, 샘커퍼니, ARTEC
[김나연 스타뉴스 기자] 첫 도전의 기회, 연극 '파우스트'는 배우 원진아에게 다시 연기할 자신감을 얻는 선물이 됐다.

최근 서울시 강서구의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파우스트'(연출 양정웅)의 배우 원진아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희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완벽하지 않은 파우스트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우리의 불완전한 삶에 대한 방향성과 영감을 제시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원진아는 극 중 우연히 만난 '젊은 파우스트'(박은석 분)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결과 온 가족과 본인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위기를 맞는 '그레첸' 역을 맡아 원캐스트에 도전한다.

이날 원진아는 "첫 공연이 끝나고는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근데 돌아서서 나오는데 눈물이 흐르더라. 제가 연습했던 것들, 준비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걸 많은 분들께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며 "또 관객들이 기립박수도 쳐주셨는데 그게 고생 많았다는 위로와 응원처럼 들려서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고 밝혔다.

원진아 / 사진=LG아트센터, 샘커퍼니, ARTEC
원진아의 인생 첫 무대였다. 앞서 "벅찬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원진아는 "사실 연습하면서도 무대에 올라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긴장도 되고, 걱정도 했는데 무대에 올라갔을 때 관객들에게서 오는 기운이 크더라.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처음이다 보니까 '연습했던 것만큼 한 게 맞을까',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등의 생각이 들면서 반성의 시간이 이어졌다. 첫날도 아쉬웠던 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만족보다는 반성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진아는 배우들과 함께 모여 연습하는 과정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체로 연습하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매체를 할 때도 대사 연습을 하고, 리허설도 하지만, 두 달 동안 한 공간에서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 연습 과정 자체가 기억에 남는다. 서로 피드백도 해주고, 다른 사람의 연기를 해보기도 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기도 했다. 나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연습할 때는 책의 모든 부분을 읽었다. 그러고 나니까 막상 내용이 축약되면 아깝지 않을까 싶었는데 연습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었던 것들이 남아있더라.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했다"면서 "또 감정을 쏟으면 대사가 전달 안 될까 봐 걱정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읽듯이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저를 알아가는 시간이 많았던 연습 기간"이었다고 밝힌 원진아는 '파우스트'가 끝난 이후에도 또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과 무대가 자신과는 먼 세계라고 생각했지만, 경험은 용기가 됐고, 또 자신감이 됐다. '파우스트'는 원진아에게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해도 된다고 말해준 작품 같다고.

배우 원진아가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실존적 고민을 그린 작품이다. /2023.03.21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원진아는 "사실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체력적인 부분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연습하면서 내가 이걸 이겨낼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하면 할수록 나의 최선을 발견하는 게 행복했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모르던 나를 찾아내는 것도 큰 수확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무대를 한다는 건 제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먼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는데 이제는 나도 무대에 올라가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이런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내가 얻은 경험 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원진아다. 그는 "제 고질병이긴 한데 누군가 칭찬을 해주면 내가 그 이상 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 말을 믿고 더 열심히 안 하면 어떡하지?'하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남이 잘했다고 해도 절대 만족할 수 없고, 고민의 시간만 늘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연하는 첫날을 너무 처절했다. (다른 배우들과) 톤이나 발성의 차이도 크고 대사 전달력도 너무 차이 나니까 제 바닥을 본 기분이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기쁨이 왔다. 더 배울 게 많고,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며 "매체 연기를 할 때 공개된 후 주변 반응이 무섭고, 평가가 무서웠다. 근데 관객들이 빛나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봐 주고, 박수를 쳐주는 모습에 두려운 존재가 아닌 힘을 주고, 나를 인정해주는 존재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원진아 / 사진=유본컴퍼니
또한 원진아는 연기 비전공자 배우로서 콤플렉스가 있었지만, '파우스트'를 통해 이겨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게 힘든 것 같다. '파우스트'를 하면서 학교를 새로 들어온 기분으로 연습실에 오갔다"며 "여태까지는 방에서 혼자 연습하는 게 대부분이고, 연기적으로 파고들 시간이 부족했다. 초반에는 가지고 있는 내공이나 기술적인 부분이 부족한 게 느껴져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때그때 선배들을 붙잡고 발성 연습, 몸풀기를 했고, 제 연기를 보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연기 전공이 아니라는 콤플렉스를 '파우스트'를 통해 해소했던 것 같다.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마음을 열면 콤플렉스는 지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넷플릭스 '지옥'부터 시트콤 '유니콘', 연극 '파우스트'까지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원진아는 "제 성향이나 성격 자체가 재밌으면 계속하는 게 아니라 '또 재밌는 게 뭐 있지?'라고 찾는다. 항상 새로운 게 궁금하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다. 누가 나에게 제안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나 역할에 끌린다"며 "저의 장점이자 단점이 여리여리해 보이는 체구인데 액션 장르로 예상하지 못한 걸 꺼내 보이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원진아는 "저도 안정감을 원하기도 하는데 그걸 깨려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 같다. 겁 없이 무엇이든 덤빌 수 있는 배우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도전할 수 있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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