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도 모른다는 금값···사상 최고가 찍은 지금 투자해도 될까요?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2023. 4.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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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됐습니다. 국내 금 가격은 3월 14일에 사상 처음으로 8만원(g당)을 넘기더니 계속 상승해서 4월 5일부터는 85,000원마저 돌파했습니다.

국제 금 가격도 고공 행진 중입니다. 2020년 8월에 사상 처음으로 2,000달러(트로이 온스당)를 넘겼던 국제 금 가격은 이후 내려 앉았다가 1년여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작년 3월 중 딱 4일간 2,000달러를 상회했습니다. 다시 작년 9월 1,600달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섰던 국제 금 가격은 지난 달 간간이 2,000달러를 넘나들더니 4월 4일부터 다시 2,000달러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까지 국제 금 가격이 2,000달러를 넘긴 날은 2020년의 8일, 작년의 4일, 올해 6일을 합하여 고작 18일간에 불과합니다.

금 가격은 어쩌다 이렇게 고공행진을 하게 됐으며, 과연 지금 투자 가치가 있을까요.

국내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금 가격은 국내 금 가격이지만, 국내 금 가격은 달러화 기준의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율에 달렸으니 양쪽을 모두 점검해야 합니다.

◇ 경제의 신도 모르겠다는 금 가격

금은 호황기에는 찬밥 신세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을 방어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자산입니다. 하지만, 금 가격은 감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미국 연준의 수장이었던 버냉키(Bernanke) 의장도 솔직히 금 가격은 모르겠다고 인정했습니다. 2013년 미국 의회에서 “금 가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나도 마찬가지”라고 했지요.

다만, 역사적 경향성을 보면 금 가격의 움직임과 잘 맞아 떨어지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실질 금리입니다. 실질 금리는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금리인데, 시장에는 그 자체가 실질 금리를 나타내는 물가연동국채(Treasury Inflation-Protected Securities, 이하 TIPS)가 활발하게 거래됩니다. 미국의 TIPS 금리가 오르면 국제 금 가격이 하락하고 TIPS 금리가 내리면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합니다[그림1 참조].

이 둘의 상관관계가 꽤 강한데 사실 지난 1년 넘게 다소 괴리가 생겼습니다. TIPS 금리가 의미 있게 올랐지만 국제 금 가격은 그만큼 내리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금리 상승한 것에 비하면 국제 금 가격은 과대평가됐다고 볼 수 있지요. 이유는 있습니다.

[ 그림 1 : 미국 실질 금리와 국제 금 가격의 밀접한 관계 ] 자료 : Bloomberg
◇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 가격

국제 금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때도 그러했고 1979년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때도 올랐지요. 위 그래프에서 최근 1년 간의 괴리는 작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결정타가 됐습니다.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로 러시아가 달러화 기반의 국제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되자, 러시아와 거래하려는 국가들에게는 금이 화폐와 같은 교환의 매개체로서 매력적 대안이 됐습니다. 그 결과, 러시아를 향한 제재가 어둠의 경로를 통해 금의 활용도를 높여 금 가격 상승에 일부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으며 불확실성이 커질 때도 국제 금 가격은 들썩입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2011년 8월부터 유럽 재정위기의 혼란을 거치며 2012년 말까지 국제 금 가격은 고공 행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2,000달러를 넘긴 상승세도 미국 지역은행의 뱅크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최근의 상승세는 3월 9일 1800달러를 겨우 넘는 수준에서 불이 붙었는데, 바로 미국 지역은행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백척간두의 운명에 처했던 바로 그 시점이었습니다.

사실 황금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누런 덩어리일 뿐 스스로 자가발전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산은 아닙니다. 우량 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고 신시장을 창출해서 스스로 내재 가치를 키우며 성장하지만 금 덩어리는 그저 그 자리에 머무를 뿐이죠. 단지, 달러화 가격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고 달러화 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뿐입니다. 그러니, 돈의 가격인 금리가 오르면 금값이 하락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최근 국제 금 가격이 상승한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상관 관계가 높은 미국 실질 금리와 비교해보건대 국제 금 가격은 현재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합니다.

◇ 깊어지는 세계 경제의 하락 국면이 국내 금 가격 상승을 더욱 증폭

국내 금 가격은 국제 금 가격보다 더 뜨겁습니다. 국제 금 가격 강세에 달러화 대비 원화의 상대적 약세까지 더해진 영향입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자체가 강세는 아닙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들에 대해서는 달러화가 약세입니다. 미국의 지역은행 위기를 계기로 미국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약세인 달러화보다 원화가 훨씬 더 약세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달러 환율뿐 아니라 원·유로, 원·엔, 원·위안 환율이 줄줄이 올랐죠. 왜일까요.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경기 민감도가 크고 글로벌 수요에 민감합니다. 아직도 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라앉고 있어서 한국 수출 부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탓에 한국의 원화는 글로벌 경제의 하강 국면에서 약세가 뚜렷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그림2].

[ 그림 2 : G20 국가 경기선행지수와 원화 추이 ] * 명목실효환율은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무역 상대국 통화를 무역 비중으로 가중평균하여 나타낸 것. 커질수록 원화 강세, 작아질수록 원화 약세를 의미 자료 : OECD, Bloomberg
물론, 글로벌 경제가 바닥을 치고 반전을 이룬다면 반대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시기에는 국내 금 가격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겠지요. 지금 국내 금 가격을 최고조로 밀어 올리는 데 기여한 원?달러 환율이 끝도 없이 상승할 수는 없습니다. OECD가 산정하는 경기선행지수를 토대로 보면 이미 중국과 독일은 바닥을 지난 듯한 양상을 보입니다[그림3]. 필자가 국내 금 가격이 과대 평가됐다고 보는 배경입니다.
[ 그림 3 : (경기선행지수) 미국 경제는 하강, 독일과 중국은 반등 조짐 ] 자료 : OECD, Bloomberg
물론 금 투자가 절대로 필요 없다는 의견은 아닙니다. 자산을 분산 투자하는 차원에서 금을 일부 보유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당분간 금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회자될 정도로 사상 최고가를 달리는 상황에서 투자하는 것은 비합리적 선택입니다. 가지고 싶은 자산이라면 사람들의 관심이 꺼졌을 때, 가격이 낮은 수준으로 내려올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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