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때 TV출연 ‘포켓볼 신동’ 김보건 “2년 공백기 거치며 당구 더 사랑하게 돼”
16세 전국대회 일반부 우승…최연소 우승 기록
갑작스레 큐 내려놓고 2년간 피부관리사 생활
지난 3월 국토정중앙배에서 고태영과 포켓볼복식 우승
중1 때 김가영과 함께 TV에 출연했고, 2015년 16살에 전국대회(대한체육회장배) 일반부에서 최연소로 우승했다.
김보건(24, 경북체육회)이다. 뛰어난 실력에다 빼어난 외모까지 갖춘 김보건은 장래가 촉망받는 기대주였으나 갑작스레 당구 외 다른 길을 택했다. 2년만에 포켓볼로 돌아왔으나, 그 2년간의 방황기가 그에게는 자양분이 됐다. 동료들이 한발 앞서갔지만, 자신은 당구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됐고, 부담감없이 당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것.
지난 3월 양구 국토정중앙배에서는 고태영과 짝을 이뤄 포켓9복식에서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다. 공백기를 합쳐 8년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김보건을 고양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경북체육회 포켓볼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보건이다. 현재 포켓볼 여자랭킹 8위이며,
포켓볼 국내 최연소 우승자 타이틀을 갖고 있다.
△포켓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포켓볼을 시작했다. 당구를 엄청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따라 언니와 함께 당구장에 갔는데, 그때 포켓볼 게임서 내가 언니한테 지고 많이 우울해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그 모습에서 내 승부욕을 보고 운동선수를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으셨다고 한다.
△당구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않아 전국당구대회 일반부 정상에 올랐는데.
=16세 때인 2015년 ‘대한체육회장배’서 우승했다. 포켓볼 국내 최연소 우승 기록이다.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라 하니 영광이다. 사실 워낙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지금과 달리 욕심이 없어서 가능했던 성과라 생각한다.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이것만 넣자’라는 생각으로 이어갔던 것 같다. 아쉽게도 이후 우승(개인전)이 없지만 한번 우승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당시 생각과 감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으니 조만간 또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하하.
△어릴적부터 TV에 출연했는데.
=‘생활의달인‘에 출연한 후 ’스타킹‘에 세 번 나갔다. 맨 처음 중1 때 (김)가영 언니와 출연한 이후 (예술구로 유명한)김종석 삼촌), 그리고 베놈과 함께 나와 주로 예술구를 선보였다. 워낙 어릴 때여서 오히려 전혀 안 떨렸고, TV에 내가 나오는게 신기하고 재밌었다. 특히 ’생활의달인‘은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어서 초등학교때 일기에도 쓴 적 있는데 출연하게 돼 더욱 뿌듯했다.
=10대 후반이 되고 마음고생이 심해졌다. 10년 가까이 당구만 치다 보니 학교를 거의 나가지 않아 주위에 친구도 별로 없었고, 부모님과도 떨어져 있는 생활이 힘들었다. 또 어린나이에 항상 어른들이랑 당구장서 생활하는게 쉽지 않았다. 방송출연 등으로 지나친 관심을 받으며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결국 다른 직업을 알아보다가 언니가 “포기도 용감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줬고, 지금이 아니라면 나중에는 더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 큐를 내려놨다.
△다시 큐를 잡게 됐는데.
=2년 정도 ’에스테틱‘(피부관리샵)에서 피부관리사로 일했는데 당시 원장님이 내 자존감을 많이 높여주셨다. 당구 칠 때보다 칭찬을 더 많이 들었다. 그 일을 하는 와중에도 1년에 2~3번 당구대회에 출전했는데, 대회에 나갈 때마다 입상했다. 준우승도 두 번 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내가 당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음가짐을 잘못 하고 있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담없이 재미있게 당구를 쳐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큐를 잡게 됐다.
△앞으로는 당구에 확신이 있는가.
=물론이다. 최근에도 과거 당구를 쉬었던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그럴만도 한 것이, (이)우진 언니 (진)혜주 언니, (서)서아 등 동료 선수들이 내가 쉬는 동안 너무 많이 발전해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자신 있게 말한다. “나는 그 2년 때문에 앞으로 20~30년 넘게 당구를 더 재밌게 칠 수 있다”고 말이다. 이젠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행복하게 당구를 칠 수 있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라면 나 같은 시기를 겪는 친구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아직 어리고, 늦지 않았으니 다른거 하고 싶은게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큐를 놓았을 때가 하필 (김)가영 언니가 아카데미(김가영포켓아카데미)를 운영하던 시기였다. 그때 언니한테 공을 배웠더라면 실력은 물론, 멘탈 면에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시기를 놓친게 아쉽다.
=2015년 우승 이후 처음이다. 기쁜 건 당연한데, 일단 (고)태영 오빠에게 너무 감사하다. 보통 혼성이든 동성이든, 복식전은 어렵다. 양쪽 모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태영 오빠와 경기할 땐 서로 공에 대해 토론하고, 배운다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경기를 정말 편하게 했다. 우승하고 나니 다른 선수들이 “둘은 당구를 어떻게 그렇게 즐겁게 치냐”면서 의아해하더라.
두 살 어린 (서)서아는 실력 뛰어나고 배울 점 많아
=3쿠션에도 관심이 있다. 시작한 지는 6개월 정도 됐는데, 그 동안 수지가 4점 올라 현재 22점이고, 애버리지는 0.5 정도 나온다. 한달 안으로 2점을 더 올려볼 계획이다. 다가오는 5월 ‘태백산배’에는 3쿠션으로 출전하려 한다. 떨리지만 배운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나가보려 한다.
△포켓볼 선수로서 장점을 들자면.
=포켓볼이 국내에선 3쿠션에 비해 시장이 작고, 인기도 적어 어린 선수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다만 포켓볼 선수생활을 하면 ‘워라밸‘이 보장된다는게 정말 큰 장점이다. 또 진입이 꽤 쉽다. 포켓볼은 선수층이 별로 두텁지 않지만 강자들이 많다. 실력차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반면, 그 선수들과 교류하며 배우다 보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될 수 있다. 포켓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기할 때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나.
=시합 때면 딱 한 가지만 생각한다. 공에 대해 확신을 갖는 것이다. 공을 보고 스트로크 자세를 취한 후 ‘이건 무조건 이 두께다’라는 확신을 갖고 치면 신기하게도 성공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확신을 갖지 못하면 미세하게라도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방법을 시도하면서 실제로 성공률이 많이 높아졌다.
△특별히 친한 선수를 꼽자면.
=앞서 말했듯이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두루두루 친한데, (서)서아와는 더욱 가깝다. 일단 외국시합에 나가면 (서)서아와는 자주 룸메이트가 된다. 서로 잘 맞기도 하지만 서아가 나보다 두 살 동생인데도 날 정말 잘 챙겨준다. 착하고 실력도 좋고, 배울 점이 참 많다. LPBA 김예은 선수와도 친하다. (김)예은이와는 집이 가까워 함께 자주 연습하는 사이다. 요즘 너무 스타가 돼서 잘 못 만나고 있지만 항상 응원하고 있다. 하하.
=오전 11시 쯤 당구장에 가서 포켓볼 2~3시간, 3쿠션 3시간 정도 친다. 포켓볼 연습시간이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포켓볼만 10년을 쳐왔으니 너무 오래 연습하면 오히려 멘탈이 잘 안 잡히곤 해서 적절한 시간을 맞춰 연습하고 있다.
△당구 이외에 다른 취미는.
=과거 피부 쪽 일을 했던 만큼 피부, 미용, 메이크업 관련 자격증이 있다. 다른 취미가 딱히 있지는 않지만,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외국대회에 나가서도 시합이 끝나면 최대한 밖으로 나가 주변을 구경한다. 경기에서 져도 마찬가지다. 지고 방에만 있으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 예쁜 곳으로 여행 다니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의 장점을 꼽자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점이라고 할까. 많이 뒤처져 있더라도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끝까지 최대한 열심히 치려 한다. 그래서인지 역전승이 많은 편이다. 기술적으로는 빈쿠션이나, 수비플레이를 잘하는 편이다. 특히 최근 3쿠션을 배우다 보니 수구, 적구 움직임을 컨트롤하는데 더 자신감이 붙었다.
△당구용품은 어떤걸 쓰나.
=얼마전부터 ‘아담큐’ 후원을 받아 3개 큐 모두 아담큐 ‘무사시’를 사용한다. ‘민테이블‘에서도 후원을 받고 있다. 아담, 민테이블 대표님께 모두 감사드린다.
△앞으로의 목표는.
=성적을 끌어올려 랭킹 1위를 찍고, 세계챔피언이 된다면 당연히 좋지 않을까. 하지만 1등만을 목표로 삼으면 막상 그 자리에 올랐을 때 공허함이 클 것 같다. 목표가 없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성적에 집착하기보다는 하루하루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게 목표다. 시합에서 지더라도 배우는게 있다면 괜찮다. 나에겐 지금보다 10년, 20년 뒤에 내가 더 잘 칠 수 있으리란 확신이 있다. 목표가 하나 더 있다면, 당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구를 전파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이들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아한다. 재능기부 기회가 있다면 꼭 참여해 보고 싶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대낮 여성 가슴골에 카드 긁었다”…성추행 논란 터진 이 남성 - 매일경제
- “경찰보다 빨랐다”…日총리 구한 ‘꽃무늬 조끼’男의 정체 - 매일경제
- 26억서 70억 된 해운대 펜트하우스의 비밀…국토부 “이상한데” - 매일경제
- “너무 괴로워했다”…‘건축왕’ 전세사기 20대 피해자 또 사망 - 매일경제
- “맥주 이어 커피까지 접수”…이 분 모시려고 안간힘, 유통가 ‘초비상’ - 매일경제
- [단독] “복지포인트 세금 왜 떼?”…세무당국 상대 소송 제기 ‘한화3사’ - 매일경제
- “죽으면 그만이야”…867억 안내고 간 전두환, 회수 가능할까 [법조인싸] - 매일경제
- “한동훈 딸, 내신과 美입시 만점자...MIT 입학 반대는 국가망신” - 매일경제
- “장보기 무서워요”…냉동삼겹살에 얼린 과일 고르는 소비자들 - 매일경제
- BTS 슈가, 앨범 홍보 콘텐츠에서 UFC 언급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