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핵심클릭] 김포 골드라인은 어쩌다 '골병라인'이 됐나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와 서울 김포공항역을 연결하는 경전철 노선이 있습니다. 2량 꼬마열차지만, 워낙 언론에 많이 언급돼 타지역 주민들조차 낯설지 않은 '김포 골드라인'입니다.
왜 유명하느나고요? 바로 대한민국 최고의 지옥철이기 때문입니다. 1980~90년대 신도림역, 구로역 승강장에서 승객을 전동차에 밀어 넣었던 '푸시맨' 기억 나십니까? 김포골드라인 정차역들은 지금도 그 모습을 방불케 합니다. 특히, 출퇴근시간은 혼잡도는 상상을 초월해 지난 11일엔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직장인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에겐 골드라인 대신 '골병라인'으로 불립니다.
열차 혼잡도는 여유(80% 이하), 보통(80~130%), 주의(130~150%), 혼잡1(150~170%), 혼잡2(170% 이상)로 나뉘는데, 김포골드라인은 241%(고촌→김포공항, 2021년 기준, 철도통계연보)로 혼잡2를 훌쩍 넘어섭니다. 좌석 수와 입석 수를 합한 정원 대비 승차 인원이 2배를 뛰어 넘는 것으로, 열차 내 이동 불가는 물론 몸이 밀착돼 팔을 들 수조차 없습니다. 전동차 투입을 늘리고 객차를 더 붙이면 혼잡도가 완화되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합니다. 전동차를 새로 들여오는데는 시간이 걸리고, 승강장은 2량에 맞춰 건설돼 객차를 더 붙일 수 없습니다.
김포시는 서울 서부권에 붙어 있어 대다수 주민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신도시 개발로 주민등록 인구는 50만 명에 육박합니다. 서울 노원구(50.2만 명) 규모입니다. 하지만, 철도교통은 골드라인 밖에 없습니다.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어 인구 증가가 뻔히 예견됐는데도 왜 2량 꼬마전철로 개통된 것일까요?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우·풍무지구 등 택지개발과 함께 1997년 첫 경전철 계획이 발표됐지만, 2001년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첫 고배를 마십니다. 경제적 타당성 부족, 그러니까 전철을 탈 사람들보다 건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2003년 한강신도시가 2기신도시로 발표되면서 상황이 달라져, 정부는 중전철인 지하철 9호선 연장을 수도권 북부 광역교통계획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한강신도시 규모는 계획보다 축소됐고, 다시 2~3량 경전철로 변경 추진됩니다. 지역에선 반발 여론이 일었고, 김포시장이 교체되면서 지하철 9호선 연장이 추진됐지만 중전철 변경 시 건설비가 증가해 사업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것이란 우려가 재부각되면서 빠른 추진이 가능한 2량 경전철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전철 건설에 국비가 투입되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한강신도시 입주민이 낸 교통분담금과 김포시 예산만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경전철을 건설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타'라는 허들을 피하려다 혼잡도 '부동의 1위'의 꼬마전철이 탄생한 것입니다.
물론 KDI도 할말은 있습니다. 의정부나 용인 경전철처럼 세금 먹는 하마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충분히' 시간을 두고 '깐깐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하고 오래 걸리다보니 예타를 아예 면제받는 사업으로 추진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예타 기관들의 극도의 보수적인 판단이 김포 골드라인과 같은 기형적 결과물을 만들어낸 겁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호선 김포연장과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등 가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김포골드라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부는 김포골드라인과 같은 기형적 전철이 다른 어딘가에 또 건설되도록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라도 택지개발 시 교통 문제가 함께 마무리되도록 신도시 개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하고, 만약 철도나 도로 개통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입주하는 주민들에게 그 고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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