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기술 어디까지 왔나…환자 중심 융복합 기술, 의료패러다임 변화[이용권 기자의 Health 이용권]
의료기관은 고객 편의 중심으로 스마트화
헬스 패러다임, 보편적 건강관리로 확대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의료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첨단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미 전세계는 인공지능(AI)가 건강을 관리해주는 시대가 임박했다. 이미 실시간으로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위험시 즉각 의료진을 호출하며, 가벼운 증상이나 질환은 체계화된 시스템을 통해 치료방향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첨단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AI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류의 보편적인 건강을 관리해주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첨단 의료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까?
■위험환자 실시간 감시하고, 정확하게 분석하고
인공지능 진단 보조, 디지털 치료기기, 전자약 등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신개념 의료기기는 이미 등장해 활용되고 있다. 정보통신업체 뷰노가 개발한 심정지 예측 소프트웨어 딥카스는 이미 정부의 비급여 항목이 확정됐다. 딥카스는 뷰노가 심장전문병원 세종병원과 함께 개발한 시스템으로 24시간 이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발생 위험을 예측해준다. 딥카스는 일반 병동 입원환자의 ▲수축·이완기 혈압 ▲맥박수 ▲호흡수 ▲체온 등 4가지 활력 징후와 나이, 성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심정지 발생 위험도를 0점에서 100점까지 점수로 표시한다. 부천세종병원, 인천세종병원 약 6만700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데이터 간 패턴과 관계를 분석해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심정지 발생 위험을 탐지한다. 앞서 2020년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된 후 2021년 8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획득, AI 의료기기로는 최초로 선진입 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뷰노는 치매관련 영상진단 보조기기인 딥브레인도 개발했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뇌 MRI 영상을 분석해 뇌 영역을 100여 개 이상으로 분할하고 각 영역의 위축 정도를 정량화한 정보를 1분 내 제공하는 AI다. 이 역시 급여가 확정됐다. 대뇌피질, 대뇌백질고강도신호 등 주요 뇌 영역의 주요 정보를 의료진에게 제공함으로써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성 치매, 혈관성 치매 등 주요 퇴행성 뇌질환의 진단을 돕는다. 본격적인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함으로써 치매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미리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보건의료서비스의 기술은 단순 ICT 활용 서비스 제공에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맞춤형 정밀의료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방사성의약품을 사용해 조직검사 없이 암을 찾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는 암 진단을 하려면 신체 조직 일부를 떼어 검사하고 검사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환자들은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심리적 부담이 컸는데, 이 업체는 방사성 물질로 암을 찾아낸다. 방사성동위원소와 의약품을 결합한 방사성의약품을 정맥주사로 주입하면 정상세포에 비해 포도당을 더 많이 쓰는 암세포 주변에 달라붙고 방사성동위원소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 상태에서 양전자 단층촬영(PET-CT)을 촬영하면 암이 생긴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마크로젠은 액체생검을 이용해 암을 찾아낸다. 액체생검은 혈액과 대소변, 침 등 체액으로 암세포 유래 DNA 조각을 분석한다. 액체생검을 통해 암 발생 위치와 전이 여부 등을 알 수 있고 유전자 변이를 찾아 맞춤형 항암제로 치료할 수 있다. 액체생검은 암 조기진단은 물론 암 진단 이후 적합한 치료약물을 찾는 데도 활용이 가능하다.
■의료기관도 첨단 스마트 병원으로 진화 중
의료기관은 스마트하게 바뀌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스마트 입원환경’ 프로젝트를 통해 환자가 모바일 앱과 병상 모니터를 통해 의료진과 소통하고, 퇴원 후 집에서도 자가관리가 가능한 홈케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8개 중환자실을 연결한 ‘원격중환자실(e-ICU)’을 추진, 모니터링이 가능한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경기도 의료원 이천병원 및 안성병원과 함께 비대면 협진 등을 모색하고 있다.
매년 시행하는 병리진단만 90만 건이 넘는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병리’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검체 슬라이드 정리부터 분류, 진단, 저장, 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디지털하면서 진단의 정확성과 속도를 크게 높였다. 삼성서울병원은 ‘로봇기반 첨단지능형 병원(Robot driven Smart Hospital)’을 추진, 여러 종류의 로봇을 병원에 배치해 서비스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연세의료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환자, 보호자, 병원 직원 등의 실시간 위치를 트래킹해 안전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입원환자에게 BLE (Bluetooth Low Energy)태그를 제공하고 RTLS(Real Time Location System) 를 통해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입원환자의 안전 관리에 활용한다. 기존 감염 접촉자를 추적하는 방법은 감염자의 구두 보고에 따라 CCTV 등의 매체를 활용하는 만큼, 감염자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용인세브란스병원의 감염 추적 솔루션은 RTLS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원내 이동 경로를 실시간 기록해 신속하고 누락 없이 객관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은 진료와 검사를 마친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창구를 방문할 필요 없이 귀가하면 진료비가 자동 결제되는 ‘진료비 하이패스’를 도입했다. 원무 창구에서 신청서를 받아 신용카드 정보를 사전 등록하고, 진료비는 진료 당일 오후나 다음날 오전에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된다. 은평성모병원은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연구소(Voice Lab for EHR)’를 통해 세계 최초로 음성으로 간호기록을 입력하는 ‘Voice ENR’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최근 고대안암병원과 순천향의료원 등 다른 대학병원들로도 확대되고 있다.
■ 치료하던 패러다임, 예방 넘어 건강 보장으로 발전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은 확대하고 있다. 질병 치유가 전부였던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치료에 급급했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질병의 예방이 강조됐다가 현재에는 질병예방을 넘어서 보편적인 건강 보장의 개념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헬스케어 4.0’으로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초 미국은 고가의 의료비와 의료보험료 부담에 따른 계층간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커뮤니티 커넥티드 헬스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편화한 디지털 의료기술을 미국인에게 적용, 의료 접근성을 높여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용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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