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실신 대책으로 커팅맨?…‘출퇴근 유연화’는 안되나요

이승준 2023. 4.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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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골드라인’ 논란에 대한 3가지 질문
14일 오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승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직장인이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출근길 인파로 빽빽한 열차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김포골드라인은 물론 평소 사람이 가득한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 사당역 등 이용객들 사이에서 ‘압사 공포’를 느낀다는 호소가 쏟아졌습니다.

이태원 참사 뒤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들이 지하철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지옥철’ 압사 공포를 느끼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한 주였습니다.

①김포골드라인은 왜 그렇게 빽빽한가요?

서울시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를 위해 투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수륙양용버스의 모습. 서울시 제공

김포골드라인의 압사사고 우려는 오래전부터 제기됐습니다. 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은 <한겨레>에 “압사 위험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도시철도 누리집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도 이에 대한 민원과 압사 위험을 경고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고 합니다.

2021년 초부터 김포시민들은 정치인들을 지명해 직접 타보고 고통을 느껴보라는 취지로 ‘골드라인 챌린지-너도 함 타봐라’를 진행했습니다. 많은 여야 정치인들이 탑승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해 1월7일 열차를 타고 여의도로 출근했습니다.

2량짜리 꼬마열차의 ‘예견된’ 운명

문제는 처음부터 김포골드라인 열차가 많은 이용객을 감당하지 못하게 설계가 돼, 개통했다는 데 있습니다. 2019년 개통한 김포골드라인은 기존 지하철(중전철)보다 크기가 작은 경전철입니다.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이 열차를 타고 5·9호선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으로 향합니다.

김포도시철도는 출퇴근 시간대에 정원 172명(열차 2량 기준)보다 2.15배 많은 최대 370명이 탑승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애초 하루 평균 승객수는 6만 명 정도로 예측됐지만, 3월 실제 이용객 수를 보니, 하루 평균 7만8000여명이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열차는 김포공항역에서 사람을 토해내다시피 합니다.

14일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긴급대책회의 설명을 보면, 50만 인구의 김포에 ‘2량짜리’ 열차가 설계·건설된 게 애초부터 문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애초 3~4량으로 만들려 했지만 김포시가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꼬마 열차’를 개통했다고 합니다. 역사 승강장도 2량 규모(33m)에 맞춰 설치하면서 현재 열차 증량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김포골드라인 노선. 네이버 갈무리

②수륙양용버스를 검토한다고요?

14일 김포공항 국제선청사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김병수 김포시장, 김포골드라인 운영기관과서 혼잡 완화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정부가 검토하는 대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화역∼김포공항 구간’버스전용차로 구간 연장
-김포에서 출발해 한강을 건너는 수륙양용버스 도입 검토
-김포골드라인 열차 6대 3개월 일찍 투입
-출퇴근 셔틀버스 투입
-혼잡시간대 탑승을 제한하는 ‘커팅맨’ 배치
-지하철 5호선 연장과 GTX-D 건설(중장기)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입니다. 대부분 당장 해결되기보다는 시일이 걸리는 대책입니다. 버스 도입을 늘릴 경우 아무리 전용차로로 달리더라도 출근길 도로 교통 정체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수륙양용버스 도입도 실효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교통체계 개편부터 서울·수도권 집중 문제 해결, 지역 균형의 필요성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2량짜리 꼬마열차로 혼잡도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를 타고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③다른 해결책은 없나요?

정부가 시일이 걸리고 예산과 비용이 소요되는 해법을 내놓는 동안 시민들은 당장 실현 가능하고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해결책을 바로 머리에 떠올리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와 에스엔에스 등에는 ‘이번 기회에 시차출퇴근제를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자주 눈에 띕니다.

시차출퇴근제는 하루 노동시간 8시간은 유지하되 오전 8~10시 사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출퇴근하는 제도로 고용노동부가 기업에 사용을 권장하는 ‘유연근무제’의 하나입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인다며 시차출퇴근제를 공무원들에게 활용하라고 독려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맞춰 유연근로제 도입 확대를 위해 시차출퇴근제, 선택근로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 등을 적용하는 중소·중견 기업에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차출퇴근제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모들이 특히 선호하는 제도입니다. 통계청 조사(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보면, 2022년 8월 기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임금근로자는 347만5천명으로 이 가운데 시차출퇴근제를 활용하는 비율은 31.7%로 가장 높았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시차출퇴근, 재택근무제 등을 적용해도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도 했습니다.

김포골드라인 밀집도 문제는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먼저 당장 월요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실어야 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지자체도, 국토교통부도, 고용노동부도 그리고 일반 기업체도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에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알고 싶다면

지하철 끼여 타다 2명 실신…“압사 공포는 그냥 일상”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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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승객 실신 ‘압사 공포’ 지하철, 안전 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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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끼여 탄 나도 실신할라…‘버스 전용차로’ 해법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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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압사 공포에 서울시 “버스 전용차로 설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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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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