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회의에는 빠진 北 리병철, 태양절 경축공연에 등장…입지 변화 주목
군수 및 미사일 '핵심'에서 한 발 비켜난 모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군 서열 2~3위로 분류되는 리병철이 최근 군 관련 주요 행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전날(15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8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경축공연에 최룡해·리병철이 정치국 상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리병철은 지난 3월부터 자신의 전공분야인 군사 및 핵과 관련한 행사에서는 모습이 식별되지 않다가 이날 보도에서 오래간만에 등장했다.
리병철은 지난 4월10일 개최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리병철과 같은 직위인 리영길 당 군사위 부위원장이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정은 당 총비서의 오른쪽 자리에 위치해 제역할을 수행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이 회의에서 김 총비서는 남한의 지도를 펼친 채 직접 무언가를 지시하며 "전쟁억제력을 더욱 공세적으로 확대, 운용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실제 사흘 뒤인 지난 13일 고체연료를 장착한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화성-18형)의 첫 시험발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당 중앙군사위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결정이 내려진 회의였음에도 부위원장이 불참한 것이었다.
리병철은 지난 3월27일 김 총비서가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현장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는 '화산-31'로 명명된 새 핵탄두 혹은 '핵 카트리지'가 대량생산된 모습이 전격공개 된 자리였다. 비록 이 자리는 당 중앙군사위원들이 필수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장기간 북한의 군수를 책임졌던 리병철의 부재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그의 '부재'는 지난 3월부터 식별됐다. 그 지난 3월에 열린 중앙군사위 제8기 제 5차 확대회의에도 불참했다. 북한은 3월10~11일 즈음에 회의를 열고 불과 일주일도 안된 3월16일에 ICBM '화성-17형'을 발사하면서 한미에 대한 초강경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당시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한 '중요 결정'이 내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역시 리영길은 3월 회의에도 정상적으로 참석했다.
올 3~4월에 들어서 나타 리병철의 행보는 지난 2월 굵직한 행사들에서 존재감을 부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리병철은 지난 2월6일에 열린 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4차 확대회의서는 김 총비서의 오른쪽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틀 후에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건군절) 계기 열병식에서는 열병식 준비 완료를 보고한 뒤 주석단에 오르며 당 중앙군사위 내에서의 입지를 새삼 과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16일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을 맞아 당·정 간부들과 당 중앙위 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을 때에도 리병철은 모습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보를 두고 리병철이 군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군 관련 결정에서의 그의 부재가 북한이 4월에 '준비 완료'를 선언한 군사정찰위성 등의 준비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그가 태양절 '경축'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싣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노동신문이 그를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호명한 것을 봤을 때 그의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요한 군 관련 결정에 빠진 것을 두고 그가 북한군의 새 전략전술 수립이나 군수와 관련한 사업에서 결정권을 잃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리병철은 최근 고강도 처벌을 받은 뒤 복귀한 전적도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6월 돌연 실각해 공식석상에서 사라진 적이 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전격 복권되며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직에 재임명되는 등 최고지도자의 신임을 다시 회복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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