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 못 살렸다'…응급실 의사에 낫 휘두른 70대

김경희 기자 2023. 4.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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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상태로 응급실에 실려온 아내가 의사의 심폐소생술에도 사망하자 응급실 의사에게 낫을 휘둘러 다치게한 70대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유지됐다. 

수원고법 형사2-3부(재판장 이상호)는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씨(75)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고,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15일 오전 9시4분께 미리 준비한 낫을 들고 용인특례시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 의사 B씨(36)의 목 부위를 여러차례 내리치는 등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5일 전 이 병원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실려왔다가 숨진 C씨(74)의 남편이었다.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B씨는 1시간 가량 C씨에 대한 심폐소생술 등 관련 치료를 했지만, C씨는 폐렴으로 끝내 숨졌다. 

A씨는 아내가 숨지자 경찰에 ‘응급실의사(B씨)가 사람을 죽였다’며 신고전화를 걸기도 했으며,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병원 측에서 별다른 애도의 뜻을 보이자 않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 낫을 구입해 응급실에 찾아갔지만, B씨가 근무하지 않자 근무 일을 알아낸 뒤 돌아가기도 했다. 응급실은 통상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지만, A씨는 미리 준비해온 동그랑땡을 간호사에게 보이면서 ‘과장님께 이걸 드리고 싶다’고 말해 출입을 허락 받은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처의 생명이 중요하듯 피해자 또한 다른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에도 자신의 억울함만을 앞세워 응급의료에 종사하는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며 “범행 자체로 죄질이 좋지 않고 우리 사회와 응급의료 종사자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야기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사과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갔지만, B씨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해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는데,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들을 종합할 때 이 같은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단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심은 비록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가 피고인이 범행을 단념해서가 아닌 피해자가 사력을 다해 피고인의 추가 가격을 막았기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는 점,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가능성이 높은 점과 피고인이 고령이며 별다른 전과가 없다는 점을 두루 고려해 형을 선고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항소이유로 주장하는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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