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십' 즈음 '공황장애' 발병 많아...환자수 4년새 44.5% 급증

엄채화 2023. 4. 1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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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우울증, 불면증 보다 환자 수가 적지만, 빠르게 늘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만 540명이다. 2017년 13만 8,736명에서 44.5% 증가한 수치로, 연평균 9.6% 증가했다. 2021년 전체 진료 인원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로 전체의 23.4%를 차지했다. 이어 50대 19.2%, 30대 18.3% 순이다.

초기 성인기에 많이 발병하는 공황장애ㅣ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황장애 평생 유병률은 0.4%다. 남성 환자보다 여성 환자가 2배 정도 많고, 젊은 성인에서 흔히 발병하며 발병 평균 연령은 25세다. 전 연령층에서 공황장애가 발병하나, 소아에서는 드물고 청소년기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25세 전후에 주로 발생해 중년기까지 증가하다가 노년이 되면 감소한다.

40대 이상 공황장애 환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재섭 교수는 "초기 성인기에 발병했지만 치료하지 않고 악화된 후에야 뒤늦게 진료를 시작하거나, 꾸준히 치료하지 않아 만성화하거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0대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에 발병이나 재발이 많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황발작과 예기불안이 나타나는 공황장애

공황장애의 특징은 갑작스럽게 심한 불안을 느끼며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공황발작'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황발작이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갑작스럽게 발생해 수 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다음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

- 가슴 두근거림
- 식은땀
- 몸의 떨림
- 숨이 안 쉬어지거나 답답한 느낌
- 질식할 것 같은 느낌
- 흉통 또는 가슴 불편감
- 메스꺼움 또는 복부 불편감
- 어지럽거나 멍한 느낌
- 춥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 감각 이상
- 비현실감
- 스스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 죽을 것 같은 공포

공황장애의 또 다른 특징은 '예기불안'이다. 공황발작이 또 나타날 것이 두려워 공황발작 상황에 노출될 것을 상상하거나, 노출되기 전에 공황발작과 비슷한 증상을 경험하는 것이다. 공황발작이 또 올 것이란 두려움으로 인해 공공장소나 탈출이 어려운 비행기, 지하철, 터널,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에 극심한 공포를 느낀다.

갑작스레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껴 심장마비 등을 걱정해 응급실에 가지만,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해 여러 진료과에서 검사를 하다 원인을 찾지 못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가 많은 현실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공황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공황장애, 왜 나타날까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공황장애 발병에는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신체적 질환, 업무상 과로, 알코올이나 카페인 섭취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신체감각이 예민해지고, 신체감각의 사소한 변화나 불편함이 생기면 '큰 병은 아닐까, 죽는 것은 아닐까, 공황발작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며 최악의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인지한다. 이 잘못된 인지는 자율신경계 각성을 유발시켜 공황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을 높인다.

또, 생물학적 원인도 공황장애 발생 원인으로 여겨진다. 즉, 뇌에 불안과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Amygdala), 전상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d cortex) 등이 과하게 활성되거나, 불안 조절과 관련된 노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이상이 생기며 발생한다는 것.

공황장애 방치하면 위험...치료는 어떻게?

공황장애는 초기에 치료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정도로 비교적 치료에 반응이 좋은 질환이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주 재발하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만성화될 위험이 있다.

공황장애를 방치하면 처음에는 공황증상을 경험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줄이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면서 생활 반경이 좁아진다. 이런 회피를 통해 공황발작의 횟수를 줄일 수도 있지만, 점차 피하는 장소와 상황이 많아지면서 일상생활이 위축되며 불안이 강화될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일상적인 생활이나 사회생활,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질병 초기에는 비약물치료인 '인지행동치료'나 '가상현실(VR) 노출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신체 증상과 결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를 테면, 공황장애 환자는 심장 두근거림이 심장마비에 대한 전조라는 잘못된 믿음을 지니는데, 이러한 학습된 연관성을 약화하고자 다양한 치료를 진행하는 식이다.

새로운 의료 기술로 인정된 가상현실 노출치료는 실제와 유사하게 만든 가상의 환경과 상황에 환자를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환자가 느끼는 공포나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비약물치료는 시간과 비용에 제약이 있고, 약물치료보다 효과가 늦게 나타나기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공황장애 예방하려면

아직까지 공황장애를 100% 예방한다고 알려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건강 생활 수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 휴식 등을 통해 스트레스나 신체적 긴장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음주나 카페인 섭취도 자율신경계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율신경계는 감정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으므로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엄채화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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