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러시아전 떠올리게 한 김상식 감독, 결국 단기전은 로테이션이 아닌 선택과 집중 [KBL PO]
4년 전 러시아전,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하루였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5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과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5-89로 대패, 1승 후 1패를 안은 채 고양으로 떠난다.
캐롯의 투혼으로 끝난 경기. 그러나 KGC인삼공사의 패배에는 많은 물음표가 있다. 체력, 전력 등 모든 면에서 밀릴 것 없는 그들이 대체 왜 안방에서 분위기를 완전히 내준 완패를 당한 것일까.
그러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존재했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여러 국제대회를 경험했지만 프로에서 치르는 플레이오프는 경험이 없었다. 즉 한 팀과 수차례 맞붙는 시스템은 처음 겪는 것이었다. 선수들의 경험치는 이미 KBL 최고 수준. 하지만 단기전은 감독의 역량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무대로서 김 감독의 성공이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시험대였다.
지난 1차전은 평가할 수 있는 부분조차 없었다. 김 감독이 어떤 방법을 쓰기도 전에 이미 캐롯이 백기를 들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풀 시리즈 혈전을 펼친 그들이 거대한 KGC인삼공사를 1차전부터 상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역대 최다 점수차(56점차)로 승리한 KGC인삼공사, 그리고 김 감독이었다.
문제는 2차전이었다. 온갖 악재가 쏟아졌다. 문성곤이 1쿼터부터 3개의 파울을 범하며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변준형은 소극적이었다. 정규리그 때의 퍼포먼스를 반도 보여주지 못했다(물론 잘 나갈 때 박지훈과 교체되는 패착도 있었다). 오마리 스펠맨과 오세근이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며 캐롯과 간신히 난타전을 펼칠 수 있었다.
KGC인삼공사가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던 상황은 분명 있었다. 그런데 그때 김 감독은 오세근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캐롯을 상대로 가장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수 있는 선수를 코트 위에 세우지 않은 것이다. 양희종조차 종아리 부상으로 뛸 수 없었기에 그를 대체할 카드는 한승희뿐이었다. 그렇게 KGC인삼공사는 2차전을 내줬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오세근의 체력이 떨어진 듯해 교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기 감독은 “고마웠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고 받아쳤다.
플레이오프에서 4번 포지션의 중요성은 이미 KBL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KGC인삼공사가 2010년대부터 현대모비스와 함께 KBL 양강 구도를 형성한 건 오세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규리그 때의 오세근과 플레이오프 때의 오세근은 다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제일 강한 무기를 주머니 안으로 넣었다.
대표팀은 잘 싸웠다. 김선형과 이대성은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양희종의 허슬 플레이도 빛났다. 그리고 이승현과 라건아는 러시아의 빅맨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경기 내내 접전이 이어졌다. 러시아가 리드하고 대표팀은 쫓는 그림이었다. 그리고 후반 들어 승부수를 던질 타이밍이 찾아왔다. 그때 김 감독은 라건아를 교체했다. 경기 후 그는 “라건아는 흥분하면 플레이 자체에서 영향이 크게 나타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흐름이 무너질 것 같아서 교체했다. 라건아가 계속 있었다면 득점은 더 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대표팀의 목표는 본선 1승이었다. 단 한 경기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최약체 팀의 현실을 생각하면 과정이 좋았던 러시아전에 모든 걸 쏟아냈어야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 라건아가 벤치에 앉았고 그때부터 대표팀은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패했고 본선 1승의 기회는 날아갔다.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표팀을 무시했던 러시아 감독은 간신히 승리한 후 “초조했다”고 표현을 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라건아와 이대성의 활약에 대해 극찬했다. 당시 한국 취재진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해외 취재진은 라건아에 대해 “최소 100만 달러는 받아야 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긴 호흡으로 볼 때 김 감독의 시즌 운영은 분명 인상적이다. 다만 이번 2차전에서 보여준 선택과 집중은 다소 아쉬웠다. 플레이오프에서 오세근이 코트 위에 서지 않는 KGC인삼공사는 그리 무섭지 않다. EASL? 그때는 대릴 먼로가 스펠맨과 같이 뛸 수 있었다.
2차전에서 캐롯에 패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KGC인삼공사가 탑 독인 건 확실하다. 풀 시리즈 접전으로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결국 체력과 전력에서 앞서는 KGC인삼공사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증명해야 한다. 결국 KBL 챔피언이 되기 위해선 지칠 대로 지친 캐롯보다 더 강한 상대를 꺾어야 한다. 좋은 무기를 들고 있어도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승리할 수 없다. 올 시즌 최고의 지도자라면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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