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전자는 꿈일까요...최악 실적에도 주가 오르니 설레네요 [뉴스 쉽게보기]
지난주에 전해진 소식 하나가 연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요. 삼성전자가 충격적인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이죠.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이에요.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96%나 감소했어요.
삼성전자가 지난해 1년 동안 거둬들인 영업이익은 43조원에 달해요. 그런데 올해 4분의 1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 1조원도 채우지 못한 거예요.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주저앉은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에요.
충격적인 실적의 원인은 반도체예요. 요즘 반도체 가격이 너무 많이 하락했거든요.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책임지던 반도체 사업이 1분기엔 수조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우울한 소식이 전해진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4.3% 올랐어요. 이번 주 초까지도 상승세가 이어졌고요. 삼성전자의 주가는 작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른 상태예요.
경영 성과가 안 좋다는데 이렇게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은 건 삼성전자가 실적과 함께 발표한 경영방침의 변화 때문인데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죠.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정보를 저장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반도체를 의미해요.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은 한마디로 ‘요즘 반도체 가격이 너무 많이 하락했으니 생산량을 좀 줄여서 추가 가격 하락을 막아보겠다’라는 건데요. 경영 실적은 14년 만에 최악이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주가는 왜 오르는 걸까요?
삼성전자는 한파가 기회라고 생각해 왔어요. 가격이 하락해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버틸 만했거든요.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경쟁자들이 먼저 떨어져 나가면, 경쟁이 약해진 시장에서 손쉽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거죠.
이런 전략은 실제로도 효과가 있었어요. 한때 삼성전자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일본과 대만, 독일 업체들이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에 모두 사라졌는데요. 가격 하락과 수익성 감소를 감수하면서 생산량을 늘려온 삼성전자의 출혈 경쟁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① 반도체 감산은 절대 없어!
지난해 중반부터 반도체 시장엔 위기설이 확산하기 시작했어요.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들었거든요. 먹고살기 팍팍해지니까 사람들이 고가의 전자제품을 예전만큼 많이 사질 않게 된 거예요. 전자제품을 만들 때 필요한 반도체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고요. 이에 삼성전자의 경쟁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죠.
하지만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생산량 감소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어요. 딱히 큰 위기인 것 같지도 않고, 과거처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거죠.
② 인위적 감산은 절대 없어!
그런데 올해 들어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더 이상 출혈 경쟁 전략은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대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에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반값 이하로 떨어지면서 삼성전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 거죠.
지난 1월 31일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고 선언했어요. 이 말만 놓고 보면 바뀐 게 없는 것 같지만, 이어진 발언을 뜯어보면 사실상 ‘생산량을 줄이겠다’라는 뜻으로 해석돼요.
이날 삼성전자는 “공장 생산라인 유지보수를 강화하고, 생산 설비를 최첨단 설비로 재배치하겠다”라고 발표했어요. 유지보수·재배치 기간엔 당연히 공장 가동이 제한될 수밖에 없잖아요. 결국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의미죠. ‘일부러 생산량은 줄이는 건 아니야. 하지만 반도체 공장을 재단장 하다보면 생산량이 좀 감소할 수밖에 없겠네’라는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③ 미안해 방법이 없어!
삼성전자가 절묘한 절충안을 찾은 듯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나 봐요. 지난주에 발표한 실적에서도 삼성전자의 고민을 엿볼 수 있어요. 1분기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돼요.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조단위 적자는 버티기 힘들겠죠.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한번 하락세로 접어들면 이를 멈추기가 쉽지 않아요. 생산량을 조절하기가 어렵거든요. 반도체는 아주 작고 정교한 물건이라 생산 장비도 민감한 것들을 사용해요. 생산 방식이나 생산량을 조금만 바꾸려 해도 생산 효율성이 확 떨어질 수 있대요. ‘이번 주는 공장 문을 좀 일찍 닫아서 생산량을 줄이자’라는 식으로 조절할 수가 없는 거죠. 보통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는 데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들 입장에선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어요. 반도체 생산량이 단기간에 크게 줄어들 리는 없으니까요. ‘어차피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니까 당장 구입하지 말고 최대한 시기를 늦춰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러면 가격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거고요.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주에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라고 선언했어요. 앞서 1월 말에 발표한 ‘사실상의 감산’으로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한 1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는데요. 지난주 발표 내용을 본 전문가들은 20%까지 생산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죠.
삼성전자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오른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현상이에요. 국내 증권사들은 연이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기존 전망보다 더 높게 오를 거란 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의 이번 선택은 후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경쟁사를 제거할 기회를 놓친 것인지, 아니면 심각한 위기 앞에서 손실을 줄인 것인지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네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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