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한국어 더빙판은 왜 늦게 개봉할까
"더빙본 외면받을까 걱정했다"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와 소타의 목소리를 한국어로 들을 수 있게 됐다. 작품 측은 한국어 더빙판 개봉 소식을 전하며 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지난달부터 극장가를 달궜던 자막판에 이어 오는 5월에는 더빙판이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444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어 더빙판을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입사 미디어캐슬 공식 SNS에 따르면 다음 달 한국어 더빙판이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스즈메의 목소리는 '달의 요정 세일러문 스타즈' '드래곤볼 슈퍼' 등으로 활약해온 장예나 성우가 연기한다. 소타 역은 '블랙 팬서' 시리즈의 에버렛 로스 캐릭터를 연기하며 사랑받은 정주원 성우가 맡았다. 이 외에도 이지현 이경태 이선율 등이 성우진이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판으로 즐거움을 안길 전망이다.
'너의 이름은.'이 남긴 상처?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은 한국어 더빙판으로 일부 영화 팬들에게 비판받은 바 있다. '너의 이름은.'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어 더빙판은 2017년 7월 개봉했는데 남자 주인공 타키의 목소리를 지창욱이, 여자 주인공 미츠하의 목소리를 김소현이 연기했다. 이레는 요츠하 역을 맡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줬다. 세 사람 모두 일찍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었지만 '너의 이름은.' 팬들 중 아쉬움 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너의 이름은.' 주요 인물들의 목소리를 연기하기엔 전문 성우들에 비해 부족함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표정, 눈빛, 근육의 미세한 떨림 하나하나까지 활용해 열연을 펼쳐오던 배우들에게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것은 생소한 일일 수밖에 없다.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듯 '너의 이름은.' 또한 새로운 더빙판으로 개봉한다. '카드캡터 체리' 신지수 캐릭터로 호평받은 김가령 성우가 미츠하 역을, '스즈메의 문단속' 더빙판으로도 관객들을 만날 예정인 이경태 성우가 타키 역을 소화한다.
자막 버전보다 늦게 개봉하는 더빙판
'스즈메의 문단속' 한국어 더빙판이 더욱 시선을 모으는 이유는 자막 버전이 지난 3월 8일 개봉한 후 두 달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관객들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최근 큰 화제를 모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경우 자막판과 한국어 더빙판을 동시에 개봉해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자막판은 원작자의 의도를 고스란히 담아냈고 화면 위 글에 집중할 필요 없는 더빙판은 스포츠 경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TV 애니메이션 시절부터 강백호 목소리를 연기했던 강수진 성우가 더빙판에 다시 참여했다는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두 가지 버전의 각기 다른 매력은 관객들의 N차 관람을 유발했다.
그러나 '스즈메의 문단속' 개봉 시기에도 전략이 숨어 있다. 미디어캐슬 측 관계자는 본지에 "자막본, 더빙본을 동시 개봉하면 아무래도 더빙본의 극장 배정이 적을 수밖에 없고, 외면당하기 쉽다. '슬램덩크'처럼 한국어 더빙판에 대한 열정적인 팬층이 없는 한 외면당하기 쉬워서 늦게 개봉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빙본 개봉을 하게 되었을 때 보다 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더빙을 좋아하는 팬들을 만족시키는 효과를 생각하고 있다"고 알렸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향한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의 공식 내한 일정을 소화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재내한을 확정 지었다. 한국어 더빙판 또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향한 열기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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