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자 이유 물었더니..실체스터 아직 “노 코멘트” [김성진의 인더백]

김성진 2023. 4.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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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단계서는 답변 내놓기 어려워
향후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예상
LG 상속분쟁 영향 미칠지 관심
실체스터 “상황 바뀌면 연락할 것”

※김성진의 인더백은 ‘인더스트리(industry)’와 ‘백(back)’의 합성어로 산업의 뒷얘기를 다루는 코너입니다. 대형 사업·재무 이벤트뿐 아니라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공시 등을 짚어내 다양한 시각에서 산업과 기업의 생로병사를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이하 실체스터)가 최근 LG(003550) 지분 5% 이상을 취득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 목적에 대해 “아직은 노 코멘트”라는 답변을 내놨다. 실체스터의 지분 취득 소식이 알려진 날 LG 주가가 요동친 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현재 상속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체스터는 지난 13일 이데일리가 보낸 이메일에서 ‘LG 투자에 대한 배경과 목적이 무엇인지’, ‘향후 경영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실체스터는 현 단계에서는 LG에 대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어떠한 코멘트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답장했다. 앞서 전날인 12일 LG는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보고서’를 통해 실체스터가 주식 789만6588주를 보유, 지분 5% 이상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실체스터는 이외에도 ‘현재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상속지분 분쟁을 겪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이번 투자는 상속분쟁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향후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대한 가능성은 남겨뒀다. 실체스터는 “만약 상황이 바뀌게 되면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이데일리 DB)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국내서 실체스터의 입장이나 요구 사항들을 자문 및 대리해주는 주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체스터의 지분취득을 보고한 법무법인 충정의 박상일 담당 변호사는 “단지 공시 업무만 기계적으로 처리했을 뿐 자문과 관련된 업무는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체스터는 이달 갑자기 LG의 3대 주주로 등극하며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실체스터가 LG 주식 지분 5.02%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공시된 이후 주가는 장중 한 때 14.75%까지 치솟기도 했다. 테마주가 아닌 지주사 주가가 이처럼 큰 폭의 움직임을 보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공시에 따르면 실체스터는 지난 5일 추가로 4만7000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5.02%로 확대하며 주요 주주로서 정체를 드러냈다. 이전까지는 지분율이 4.99%였기 때문에 지분공시 의무가 없었다. 현행법상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주체는 지분의 보유·변동·목적 등에 대해 공시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실체스터가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를 갓 넘기는 지분 취득을 통해 지분내역을 공시한 것은 사실상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체스터가 LG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설정한 것도 눈여겨 볼만한 사안이다. 기업의 지분보유 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로 나뉘는데 이중 일반투자는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배당 활동,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 변경 등의 요구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체스터의 등장이 LG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도 주요 관심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 2월 모친 김영식 여사와 두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에게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는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당했다. 세 모녀는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이에 대해 상속 소송의 제척 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답변을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해 소송을 각하할지 아니면 심리를 진행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구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 주식 11.28% 등 총 2조원 규모다. 이중 구광모 회장이 지분 8.76%를 상속받았으며, 세 모녀는 2.52%를 상속했다. 현재 구 회장은 LG 지분 15.95%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 모녀는 7.84%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총 41.7%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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