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대 지지율 ‘빨간불’…금융당국 ‘PF 경고등’[최훈길의뒷담화]

최훈길 2023. 4. 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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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 조사, 5개월 만에 지지율 최저치
부정 평가에 ‘경제 때문’ 지적 많아져
“韓 경제 최대 약한 고리, 부동산 PF”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기업 불안 커
“기업과 더 소통하고 정책 변화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27%(한국갤럽 14일 발표)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부정 평가는 65%를 기록, 반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명박정부 초반에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취임 1년이 안 된 정부가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28%), ‘경제·민생·물가’(10%), ‘일본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9%), ‘독단적·일방적’(7%),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함’(6%), ‘소통 미흡’(5%), ‘전반적으로 잘못한다’(4%) 등이 꼽혔습니다. 갤럽은 “최근 알려진 미국의 동맹국 도·감청 정황과 우리 정부의 대응 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료=한국갤럽)

지지율에 외교 영향이 컸지만, 눈여겨볼 지표가 또 있습니다. 바로 경제입니다. 부정 평가 이유로 ‘경제·민생·물가’를 꼽은 응답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 응답은 전주보다 6%포인트 감소했습니다. 반면 ‘경제·민생·물가’ 응답은 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 결과 경제·민생·물가’ 응답이 지지율 부정 평가 이유 중에서 2위로 올랐습니다.

실제로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소폭 감소했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농식품, 식자재 가격이 오르다 보니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큽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5년 전보다 양파는 166.7%, 오이는 275%나 올랐습니다. 그러다 보니 짜장면 위에 올라가던 오이채를 더이상 올리지 않는 중국집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자료=한국갤럽)

앞으로도 불안합니다.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는 미국이 은행권 위기 이후 은행들이 돈줄을 죄면서 올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봤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로 낮췄습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현 3.5%) 인하에 선을 그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다 보니 금융권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금융권을 만나보면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IMF는 지난 4일 우리나라의 PF 관련해 “위험 요인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고금리에 부동산 침체가 겹쳐 채무불이행 사태가 우려되는 것입니다.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이 바빠졌습니다. 최근 들어 예정에 없던 긴급 설명자료를 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2022말 금융권 PF 대출 규모 및 연체율 관련’ 보도설명자료에서 부동산 PF 관련해 “건전성 및 유동성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필요한 대응을 적시에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간부회의 이후 관련 설명자료를 내고 “금융시장 혼란을 유발하는 악성 루머 등에 엄중대처하라”며 “최근 실무 논의 단계에 있던 사항이 마치 확정된 것인양 보도되는 사례가 있었던 만큼, 정책 메세지 관리에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악성루머는 ‘월컴·OK저축은행이 부동산 PF 손실로 예금 인출이 정지될 것’이라는 허위 사실이 지난 12일 문자 메시지 등으로 유포된 것입니다. 금융위원장이 익명으로 언급한 보도는 국민일보의 지난 14일자 보도입니다. 해당 보도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PF 부실을 막기 위해 조성하는 1조원의 민·관 합동 펀드가 수도권·대형 금융사에 우선 지원되기로 하면서 지방 외곽 PF 현장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 왼쪽부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금융위가 선을 그었지만 위와 같은 PF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부동산 PF가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언론의 보도를 ‘불필요한 혼란과 잡음’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PF 리스크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할 때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국정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경제 리스크까지 불거지면 국민들 피해만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더 경청했으면 합니다.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상당수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규제를 풀면서 돈을 돌게 해야 하지 않겠나”고 토로했습니다.

한국은행·기획재정부가 금리 인하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고민해야 한다는 기업 현장 목소리도 많습니다. 물가 지표, 재정건전성도 중요하지만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를 고려하면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윤 대통령이 “기업인들은 언제든 연락달라”고 약속했듯이, 정부가 지금은 기업인의 목소리를 더 듣고 경기침체를 대비하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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