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도망갈 곳이 없다...24시간이 지옥인 ‘기숙사 학폭’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러 강제전학을 당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기숙사형 교육기관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심의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기숙학교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가 온종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맞춤형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학년도부터 2021학년도까지 5년간 기숙사학교(중·고교) 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건수 모두 1110건으로 집계됐다. 가해학생이 1805명, 피해학생이 1781명에 달했다.

기숙사 학교 내 학교폭력 심의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학년도 188건, 2018학년도 246건, 2019학년도 258건으로 증가하다가 코로나로 정상수업이 어려웠던 2020학년도에 10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원격·대면수업을 병행한 2021학년도에는 311건으로 다시 늘었다.

전국 중·고교의 학교폭력 심의건수가 2021학년도 1만1815건으로, 2019학년도(2만3977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점을 반영하면 기숙학교 내 학교폭력 비중이 확대된 셈이다.

최근 5년간 기숙사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교육 조치 현황을 보면 서면사과(754건)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접촉·협박·보복행위 금지(642건), 출석정지(298건), 전학(157건), 학급교체(37건), 퇴학(25건) 등 순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기숙학교 내 학교폭력은 일반학교와 달리 피해학생이 방과 후에도 가해학생과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하고, 피해학생이 보호자와 떨어져 지내는 환경이라 심리적 안정을 찾기가 어려워 교육부가 실효성 있는 메뉴얼을 통해 피해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인 정윤성씨도 민족사관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실은 물론 기숙사와 식당 등 교내 시설 곳곳에서 피해자를 괴롭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법정 다툼 끝에 반포고등학교로 강제전학 조치된 바 있다.

양 의원은 “기숙사 학교의 특성에 적합한 대응 매뉴얼이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며 “기숙사 학교에서는 가·피해학생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피해학생이 심리적·정서적 불안에 시달리며 정상적 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