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CEO] 이재용 회장과 파나마 운하
기사내용 요약
[편집자주] 기업 최고경영자의 발걸음에는 치열한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주간 CEO'는 과거의 활동, 현재의 고민, 미래의 먹거리 등 기업 CEO의 분주한 활동을 되짚고, 그 의미를 발견하는 코너입니다.
CEO가 만나는 사람과 그들의 동선을 점검해 기업의 현안이 무엇이고,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겠습니다.
[서울=뉴시스] 동효정 기자 = "바다와 여러 호수를 연결하는 운하와 댐, 그리고 거대한 배들이 지나는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인간의 기술과 의지, 인내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황홀할 정도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위대한 건축물로 중남미 파나마 운하와 미국 후버 댐을 꼽으며 한 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13일 삼성생명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나마 운하와 후버 댐을 보면 강인한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월 영상디스플레이(VD) 신입사원 간담회에서도 기억에 남는 출장지로 파나마 운하를 꼽았다. 그는 "거대한 풍경도 장관인데, 인간의 지혜와 노동력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을 활용했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이 같은 격의 없는 스킨십에도 불구, 직원들 사이에는 올해 임금인상과 관련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후버 댐을 통해 강조한 도전 정신과 인내력도 생활의 여유가 있어야 돌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2023년 임금·복리후생 조정안'을 공지했다.
이 조정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기본 인상률은 2%, 성과 인상률은 2.1%다. 기본 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합한 것으로 개인별 임금인상 수준은 고과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1%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률을 따지면 실질임금은 사실상 삭감과 다름없다는 목소리다. 이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선 "실질임금은 달라질 게 없어 의지가 꺾인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낮은 임금인상의 원인은 반도체(DS)부문의 적자 탓이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96% 줄어드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올 1분기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본다.
단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가 감산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올 하반기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들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업턴(상승국면)과 다운턴(하강국면)이 반복되는 '경기 순환론'에만 의지하지 말고 이 회장이 파나마 운하에서 느낀 것처럼 도전 정신을 발휘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감산에 따른 수급 개선과 글로벌 경기 호전만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거시적 관점에서 업턴이 왔을 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후버 댐을 언급하며 "기술과 의지, 인내력"을 주문한 것처럼 직원들도 사측에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노동에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임직원 평균 연봉은 곧 우수 인재 확보로 귀결된다. 특히 반도체 업계에서 우수 인재 확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최강자로 불리는 대만 TSMC는 매년 평균 연봉을 3~5% 인상하다가 인재 확보가 중요하게 떠오르자 2021년 20%라는 파격적인 임금 인상율을 단행했다.
2022년에도 큰 폭 임금을 올려 2022년 TSMC 임직원 평균 연봉은 317만5000만 대만 달러(약 1억3726만원)로 전년보다 28.9%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1억3500만원), SK하이닉스(1억3385만원)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사업구조가 다르지만 파격적인 혜택으로 혁신 인재들이 모인 만큼 TSMC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TSMC는 지난해 3분기(7월~9월)에는 사상 처음 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넘어선 이후 올해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매출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대만은 국경까지 열고 최근 비자 발급 대상을 석·박사급뿐 아니라 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초·중반까지 확대하며 인재 확보에 나섰다. 글로벌 인력 쟁탈이 본격화한 가운데 인력 확보와 유출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때다.
삼성전자 역시 인력 유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삼성은 "경영 상황이 호전되면 별도의 사기진작 방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 파나마 운하와 후버 댐으로 상징되는 강인한 도전정신을 강조한 만큼 직원들의 처우에 어떤 파격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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