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뛴다’ 강민호-전준우, ‘프로 36년차’의 책임감 그리고 ‘품격’ [SS포커스]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어느 팀이나 ‘베테랑’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더십’이다. 여러 방식이 존재한다. ‘책임감’을 보이는 것도 방법이다. 삼성과 롯데에서 이틀 사이에 그런 선수들이 있었다. ‘동기’ 강민호(38)와 전준우(37)다. ‘품격’을 보여줬다.
우선 전준우다. 14일 삼성과 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사구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이 몸에 맞는 공이 타격이 컸다.
팀이 5-8로 뒤진 8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우규민이 올라왔다.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 속구가 전준우의 몸쪽으로 향했다. 실투다. 전준우가 미처 피하지 못했고, 왼쪽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그대로 쓰러진 전준우는 큰 고통을 호소했다. 3루 전준호 코치가 바로 내려와 전준우의 상태를 살폈고,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트레이너도 나와 전준우를 살폈다. 강민호도 전준우의 상황을 지켜봤다.
잠시 후 다시 일어나 1루를 향해 걸어갔다. 우규민이 전준우에게 다가와 미안함을 표했다. 보통 이 정도면 교체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준우는 그대로 경기를 이어갔다.
안치홍의 좌중간 2루타 때 3루까지 들어갔고, 한동희의 중전 적시타 때 홈까지 밟았다. 6-8로 바짝 추격하는 순간이었다. 전준우의 투혼이다. 9회초 타석에서는 박승욱이 대타로 나섰다.
래리 서튼 감독도 높이 평가했다. “통증은 있지만, 다행히 뼈를 비롯해 구조적인 문제는 없다. 지켜봐야 한다. 어제 1루에 나간 후 주루까지 소화했다. 강한 정신력이다. 베테랑의 역할을 보여줬다. 우리 팀의 정체성이 이것이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전준우는 15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 전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왼쪽 복부까지 빨갛게 부어 있는 모습. 전준우는 “좀 아프다”며 웃었다.
15일에는 삼성에서 강민호가 몸에 맞는 공을 기록했다. 팀이 2-4로 뒤진 5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선발 나균안이 역투하는 중이었다.
카운트 1-2에서 4구째 속구가 강민호의 몸쪽으로 향했다. 타격에 시동을 걸었던 강민호가 배트를 멈췄다. 그러나 공이 강민호의 손에 맞고 말았다. 왼손 새끼손가락 뿌리 부분에 맞았다.
강민호는 그대로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박한이 코치가 가장 먼저 나왔고, 박진만 감독, 이병규 수석코치, 채상병 배터리코치까지 나와 상태를 살폈다. 롯데에서도 박흥식 수석코치가 홈플레이트까지 나왔고, 나균안-유강남 배터리도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털고 일어난 강민호는 천천히 뛰어서 1루로 나갔다. 나균안은 정중히 강민호에게 인사했고, 자신의 가슴을 치며 ‘내 잘못이다’고 표현했다. 강민호는 잠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장난이었다. 나균안도 머쓱한 듯 살짝 웃었다.
전준우가 그랬듯 강민호도 교체는 없었다. 다음 오재일의 볼넷 때 2루에 갔고, 김동엽의 유격수 땅볼 때 3루까지 들어갔다. 후속타가 없어 득점은 실패.
아픈 왼손으로 6~7회 수비를 다 소화했고, 7회말에는 타석에도 섰다. 볼넷을 골랐다. 8회초 수비에서야 김민수와 교체됐다. 빠진 후에도 끝까지 더그아웃을 지켰다.
경기를 다 마친 후에야 병원으로 이동했다. 종료 후 사복 차림의 강민호와 마주쳤다. 왼손이 부어 있었다. 강민호는 “좀 아프기는 하다. 지금 X레이 찍으러 병원 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침 이날 가족들이 라이온즈파크에 왔다. 부인, 아이들과 함께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현재 삼성에서 강민호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김재성이 시범경기에서 부상으로 빠졌고, 김태군도 급성간염으로 입원했다. 박진만 감독은 “포수왕국이라 했는데 하나 남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강민호까지 큰 부상이라면 안방이 텅 비는 셈이 된다.
그래도 강민호는 끝까지 자기 플레이를 했다. 전준우도 그랬다. 베테랑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강민호와 전준우는 동기다. 강민호가 1985년생, 전준우가 빠른 1986년생이다. 강민호가 롯데에 있을 때부터 절친이다. 15일 경기 후 전준우가 야구장 중앙 복도에서 강민호를 만났다. 강민호의 아이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고졸인 강민호가 프로 20년차, 대졸 전준우는 프로 16년차다. 합계 36년. 강민호는 삼성에서 야수 최선참이고, 전준우는 팀 내 최선참이다. 서로 잘 알기에 통하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나란히 ‘베테랑의 책임감’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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