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운의 편린을 그린 것"… 이상태 ‘화개견불’전

김신성 2023. 4. 1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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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부끼는 깃털이 다완(茶碗 차 사발) 위를 부유한다.

다완 위로 흐르는 바람이 보인다.

깊은 고요 속 여백에서 조선시대 분청 다완이 우주의 기운을 담아내는 그 찰나를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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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요속 우주의 기운을 품은 다완(茶碗)
평소 일반적 느낌 나타낸 심사도(尋思圖), 다완이나 달, 연꽃, 소나무, 모란, 버들, 사군자 등이 소재
이상태 화백 ‘화개견불(花開見佛)’전- 16, 17일 인사아트센터

바람에 나부끼는 깃털이 다완(茶碗 차 사발) 위를 부유한다. 비었거나 혹은 간신히 목을 축일 만큼만 따라져 있을 다완의 자태가 우직하다. 다완 위로 흐르는 바람이 보인다. 깊은 고요 속 여백에서 조선시대 분청 다완이 우주의 기운을 담아내는 그 찰나를 포착했다.

‘심사도(尋思圖) 23-05’. 완당 김정희가 말한 ‘부진지교이환조화(不盡之巧以還造化)’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기교를 다 부리지 않음으로써 자연의 조화를 그려냈다. 
여촌 이상태 화백의 작품 ‘심사도(尋思圖) 23-05’다. 작가는 “깃털처럼 보이는 터치는 우주 기운의 편린을 그린 것”이라고 말한다.

심사도는 평소 일반적인 느낌을 나타낸 그림이다. 다완이나 달, 연꽃, 소나무, 모란, 버들, 사군자 등이 소재를 이룬다.

작가는 주로 청색을 사용하면서 오방색을 원용한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전통의 맥과 법통을 이어받은 작품들이다. 작업 과정을 보면, 캔버스 위에 한지와 복합재료를 사용해, 요철이 있는 바탕을 구축하고 그 위에 안료를 바른 뒤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붓질을 무수히 반복한다. 원하는 색감이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심사도(尋思圖) 23-26’. 낙락장송 밑에 아스라이 지어진 오두막을 그렸다. 푸르다 못해 남색을 띠고 있는 소나무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인근의 나무들은 조그마한 점으로 환생했다. 다만 백련화 서너 송이만이 순백의 빛을 발하며 고고히 제 모습을 지키고 서 있다.
작가는 28세에 제4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에서 서예가 아닌 사군자로 처음 대상을 차지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이후 20여년간 수묵화에 심취하는 시기를 보냈으나 고구려벽화와 고려 불화를 보고 또 다른 색채의 묘미에 이끌려, 문인화에 채색을 도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문인화의 범주에서도 벗어나 심사도(尋思圖)라는 화두를 붙잡고, 생각을 표현하는 그림, ‘나’를 찾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심사도(尋思圖) 23-02 헌화(獻花)’. 작가가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님께 바치는 그림이다. 
이원복 도광포럼 대표(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는 여촌의 그림에 대해 “우리 전통 채색화의 맑고 밝으면서도 차분히 정돈된 격조 있는 색감은 조선 왕조 오방색의 색상표인 ‘교명도설’을 통해 그 전형이 확인된다”며 “이는 그가 전통회화를 얼마나 깊게 이해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호평한다.

“보름달과 찻잔에 담긴 연꽃은 생명의 탄생과 직결되는 연화화생(蓮花化生)으로 확대된 공간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로 이어져 존재의 궁극을 말하니 그야말로 생명의 약동이다. 싱그럽게 만개한 꽃에서 부처님의 화개견불(花開見佛) 그 자체”라고 적었다.

이상태 화백의 ‘화개견불(花開見佛)’전은 16, 17일 서울 인사아트센터-G&J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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