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V자 급반등, 있을 수 없다”.... 외국에는 없는 한국 부동산시장의 3대 악재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3. 4. 16. 08:4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 채상욱 인터뷰-상
반등은 낙폭과대 조정, 특례보금자리론 효과
가계부채 많아 대출 제한, 침체 장기화 가능성
역전세- 높은 가계부채- PF부실이 집값 리스크

“일부 지역이 오른 것은 맞다. 그러나 ‘V자 급반등’은 없다고 본다. 하반기로 갈수록 역전세, PF부실 등 위험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채상욱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의 급반등은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도입한 특례보금자리론을 활용, 낙폭이 큰 단지를 매수하려는 실수요 유입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가계부채가 많아 부동산으로 추가 유입될 자금이 많지 않고 역전세,PF 부실 문제로 하반기로 갈수록 집값 하락요인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하나금융투자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로 10년간 활동했으며 퇴직후 유튜브 ‘채부심-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를 개설, 부동산 현장 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부동산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돈 되는 아파트 돈 안 되는 아파트’, ‘오를 지역만 짚어주는 부동산 투자 전략’,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 등의 저서를 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집값 하락을 전망했고 맞아떨어졌다. 당시 하락을 예상한 근거는?

“2021년 말 기준으로는 주택 가격이 높아도 너무 높았다. 우리나라 주택 시가총액이 65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 GDP의 3.2배까지 높아졌다. 주택 시가총액이 GDP의 3배를 초과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가계부채도 GDP 대비 105% 돌파했다. 대출 증가에 기반한 비정상적 상승이었다.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채상욱 애널리스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집값이 일부 오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작년 12월 말부터 실거래가 기준으로 반등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전후로 굉장히 많은 지역에서 실거래가 반등이 이뤄졌다. 원인은 이렇다. 첫째, 낙폭과대 지역에서 지나치게 가격이 떨어졌다고 본 실수요자들이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둘째, 1월 말 도입된 정부 특례보금자리론의 효과였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저리의 장기대출을 해주면서 다시 부동산시장에 돈이 흘러 들어온 것이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국민은행 조사에서는 관성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왔지만, 실거래가 조사에서는 올해 들어 누적해서 2.5% 정도 상승했다.”

◇일부 지역 반등은 하락폭 키 맞추기 현상

-바닥을 찍었다고 봐야 하나?

“주택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가 늘려면 소득과 대출의 증가가 있어야 한다. 소득은 큰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대출 증가의 요인이 발생했다는 이야기이다.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정부의 특례보금지리론이 도입돼 이를 활용해서 낙폭이 큰 단지의 주택을 사는 수요가 늘었다. 그런데 특례보금자리론이 무한정 공급될 수는 없다. 그래서 반등을 했다고 하지만,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

지난 1월 말 도입된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 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5억 원까지 최장 50년 만기의 대출 상품이다. 4%대 고정금리 상품이다. 정부는 1년간 39조6000억원을 대출해줄 예정이다.

-그래도 완연하게 가격이 오른 지역도 있다.

" 올 초 서울 동남권의 경우, 서초구와 강남구에 비해서 송파구와 강동구가 더 많이 하락했다. 송파구 대표 아파트 단지들은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거의 30% 넘게 급락했다. 서울시 평균(20%)보다 훨씬 더 하락한 것이다. 낙폭과대 지역을 중심으로 급반등하는 것은 일종의 ‘하락 폭 키 맞추기’라고 봐야 한다. 거의 50%까지 폭락했던 송도와 검단도 ‘하락 폭 키맞추기’로 급반등했다.”

-금리 정점론이 나온다.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 아닌가?

“올 하반기에 위험 요인이 두개 정도 있다. 한국은 작년 기준으로 전국이 18%, 서울은 22% 하락했다. 한국은 고점 대비 하락 폭이 미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크다. 전세는 거의 30% 하락했고 하반기에 역전세란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미분양으로 인한 PF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국에는 없는 한국형 리스크이다. 정부가 연착륙 대책을 내놓겠지만, 우리가 시장을 보수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이다.”

시행사가 아파트 등 부동산을 개발할 때 미래에 들어올 분양수익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라고 한다.

- PF 부실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시행사가 부동산 개발을 위해 땅을 살 때 돈을 빌리는데, 주로 비은행권으로부터 차입한다. 금리가 보통 두 자릿수이다. 땅값의 9~10배까지 빌린다. 자기 자본 100억 원으로 1000억짜리 땅을 사는 식이다. 이걸 ‘브릿지론(Bridge Loan)’이라고 한다. 현재 시행사가 땅을 사면서 빌린 브릿지론이 30조가 넘는다. 저축은행, 카드회사. 캐피탈, 증권사 등이 주로 대출해줬다. 브릿지론은 보통 3개월 단위로 만기가 돌아온다. 이자가 10%가 훨씬 넘는다. 이게 분양단계로 넘어가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브릿지론을 상환한다. 제1금융권 위주의 ‘본 PF’단계로 넘어간다. 지금 브리지론 문제는 분양단계, 즉 본PF로 넘어가지 못해서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지금 분양해도 미분양이 될 것이 뻔해 분양을 미루는 사업장들이 많다. 분양해도 미분양이 되면 자금회수가 되지 않아 시행사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 문제가 발생한다. "

-브릿지론이 왜 특히 문제인가?

“작년 6월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금융권은 이자와 원금 상환을 유예하면서 문제를 뒤로 미루고 있다. 그런데 이자가 보통 1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자본잠식에 빠지는 브릿지론이 속출할 수 있다. 자본 잠식에 빠지면 이자와 원금 상환 유예와 같은 미봉책으로 견딜 수 없다. 일부에서는 새마을금고 위기론을 제기하는데, 새마을금고는 재무제표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새마을금고는 본PF에 대출해준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PF의 경우, 공사비가 막판에 집중된다. 골조 공사에는 전체 공사비 비중이 작고 막판에 마무리 공사에 자본이 투입된다. 골조공사는 전체 공사비의 25% 정도이다. 정부가 대책을 잘 세워주기를 바란다. "

-지금 상황이 리먼쇼크이후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도 있다.

“비슷한 측면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나서 주택시장이 조정을 받았다가 2009년에 곧바로 ‘V’자 반등했다. 2008년에 분양했던 주택들이 2010년~2011년에 준공되기 시작을 했다. 공급이 급증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확대 정책을 밀어 붙였다.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주택공급이 늘면서 2011~~2013년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박근혜 정부가 2014년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을 폐지하고 수도권 신도시 개발 포기 선언을 했다. 상당히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가 빚 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편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각종 규제를 완화했다. 이번에 당시만큼 침체가 지속될 수도 있다. "

-미분양이 급증하지만 정부는 270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 2020년~2021년에 시작한 PF 사업들의 토지가격이 너무 높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분양가를 낮추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진 지금 상황에서 분양하면 미분양만 늘어날 수 있다. 그래서 일단 상당수 사업을 스톱한 상태이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임기내 270만 호 공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에도 지금도 민간 사이드의 주택 공급이 너무 위축이 돼 있으니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논리가 퍼져 있다.”

◇가계부채 많아 대출로 집 사는 정책 힘들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이 관련이 있나?

“부동산 시장의 수요는 소득과 대출이다. 소득을 결정하는 경기가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출사이드이다. 2008년에는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60% 정도였지만 지금은 105%가 넘는다. 당시에는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살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부채비율이 높아 빚내서 집 사기 어렵다. 또 대출에 대한 정부 스탠스도 당시와는 다르다. 지금은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요약하자면, 대출이 크게 늘어날 수 없고 소득은 살짝 둔화하는 상황이다 보니 주택수요를 뒷받침하기가 쉽지 않다. 2010년대 상황보다 위험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월 주택통계' 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미분양은 7만5438가구이다. 특히 대구는 1만3987가구나 된다. 사진은 대구 도심 아파트촌/뉴시스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어야 하나?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DSR(Debt Service Ratio)규제를 풀자는 주장도 있다. 그걸 풀어주려면 정부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DSR 규제를 한 것은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 하락이 미분양 증가와 건설 PF 위기로 전이돼 한국 경제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면 대출 규제를 풀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아니다. 여전히 집값 수준이 높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써야 할 정도로 위기라는 의식이 공유돼야 가능할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