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파고든 마약···10~40대까지 ‘안전지대’ 없다[안현덕기자의 LawStory]
20~40대까지 전체적 증가···10대가 감소하기는 했으나
15세 이하 1~6명에서 지난해 41명···15~18세 300%↑
학생군 유흥업 등보다 많아···무직·회사원·노동 이어 톱4
특수본 설치, 구속 원칙 등 정부 대책 마련 나서고 있으나
마약청·약물법원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해야 한다 의견도
마약범죄가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우리나라가 자칫 마약 우범지대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 1~2월 마약 단속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보다도 30%나 늘었다. 게다가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이 담긴 음료를 고등학생들에게 건네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등 대처에 나섰으나 마약청 설립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0~40대까지 모두 증가···학생군 ‘톱 4’ 불명예=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1~2월 마약사범 단속 건 수는 2037건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보인 지난해 같은 기간(1500건)보다 35.8%나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올 들어 20~40대까지 마약사범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마약사범의 경우 89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6명)보다 300명 이상 늘었다. 30대(734명)·40대(419명)도 100~200명가량 증가했다. 10대(40명)와 60세 이상(137명)만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다소 줄었다. 다만 10대와 학생군의 경우 이미 최근 5년새 큰 폭으로 급증하면서 우범군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15~18세 마약사범은 291명으로 2017년(65명)보다 345%나 급증했다. 19세 마약사범수도 2017명 54명에서 지난해 149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8~2022년 사이 1~6명에 불과했던 15세 미만 마약사범은 2022년 41명으로 크게 늘었다. 직업상 학생군은 2017년만해도 105명으로 불과했다. 이는 무직·노동·회사원·농업·공업·서비스업·가사·유흥업·건설·운송업 등에 이어 11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2019년 241명에 이어 이듬해 368명을 기록, 300명대를 돌파하면서 학생이 전체에서 5번째로 마약사범 수가 많은 직업군에 꼽혔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494명, 543명을 기록해 무직·회사원·노동에 이은 ‘톱4’의 불명예도 안았다. 올해 1~2월에도 학생군은 57명으로 무직(772명)·회사원(167명)·노동(87명) 다음으로 많았다.
◇급증에도 멈춘 단속 시스템=전문가들은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마약 적발·단속시스템의 부재를 꼽는다. 크리스탈·아이스·작대기(필로폰) 등 은어를 쓴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광고나 글이 마약이 거래되는 주로 경로로 부상했으나 정작 이를 단속할 시스템은 지난 2017년 이후 사실상 5년째 방치된 탓이다.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인터넷 마약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모니터링 시스템)’은 지난 2017년 이후 업그레이드 없이 해마다 유지·보수만 하고 있다. 이는 2016~2017년(3억100만 원)을 제외하고, 매해 예산이 유지보수용으로만 1800만~3000만 원 수준에서 책정됐다.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1월부터 검찰의 마약 수사 범위가 제한되면서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동조차 못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마약 수사가 가능해지며 모니터링 시스템이 다시 가동됐기는 했으나 그 사이 20개월이라는 긴 공백만 생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는데다 아이돌 등 유명인사들이 마약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보고, (마약 투약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는 듯 보인다”며 “(마약을) 해외에서 먼저 접한 유학생들로 인해 국내에 확산되는 사례가 늘 수 있는 만큼 성교육처럼 어린 나이부터 마약이 위험하다는 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본 등 대처 나섰으나···근본 해결책 필요=마약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도 대규모 단속 조직 설치 등 대처에 나섰다. 검찰·경찰·관세청·교육부·식품의약품안전처·서울시는 지난 10일 대검찰청에서 유관 기관 협의회를 열고,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검찰(377명)·경찰(371명)·관세청(92명) 등 840명 규모다. 또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 사범이 검거될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 수사하고,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등 무거운 형량을 구형할 계획이다. 마약 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특별법을 적용해 완전히 박탈하고, 향후 중형 선고를 위해 양형 강화도 추진한다. 또 마약 수사를 진두지휘할 ‘컨트롤타워’로 대검 내 마약·강력부(가칭)도 설치한다. 문재인 정부시절, 특수·마약·조직범죄 수사를 반부패·강력부가 전담하도록 한 구조를 다시 분리, 수사역량을 한층 강화한다는 취지이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마약청·약물법원(Drug Court) 신설 등 근본적 대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마약범죄가 위험 수위에 오른 만큼 단속·예방·치료·재활지원까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이제는 논의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 마약청(DEA)와 싱가포르 중앙마약청(CNB), 태국 마약단속청(ONCB)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마약청은 수사는 물론 치료, 재활, 국제 협력 등 모든 과정을 전담하고, 부처간 협력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약물법원의 경우 1989년 미국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현재는 3700여 곳이 운영 중이다. 미국은 처벌 강화만으로도 재범률을 낮추지 못하자 대안으로 약물법원을 설립했다. 약물법원은 판·검사와 변호사, 치료 제공자, 보호관찰관, 사례 관리자, 프로그램 조정관 등으로 구성돼 상담, 치료, 약물검사, 보상, 제재, 사례 관리 등 재범 위험을 낮추기 위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재범 방지를 위한 교화 과정에 성실히 참여하면 유인책으로 형을 면해주거나 줄여준다. 그 결과 약물법원 참여자들의 재범률은 투옥된 인원들과 비교해 절반을 밑돌고 있다. 미국은 미성년자 마약 사범을 대상으로 한 소년 약물법원도 별도로 두고 있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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