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으려 땅 샀는데 "다시 팝니다"…사업 접는 시행사들

배규민 기자, 방윤영 기자 2023. 4.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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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 시행사들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시행사 한 임원은 "오피스텔,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한 시행사들은 땅 계약을 했지만 계약금을 포기하고 과감히 사업을 접는 분위기"라면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이 회복되고도 한참 뒤에 좋아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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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오피스텔 경쟁률이 평균 1.2대 1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27일 서울의 부동산 업체 밀집상가 모습.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경쟁률이 24.9대1이었던 것에 비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으로 집값 하락, 금리 인상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22.11.27.

부동산 시장 침체에 시행사들이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접는 경우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의 시행사가 브릿지론 연장을 통해 겨우 버티고 있지만 언제 시한폭탄처럼 터질지 몰라 업계에 긴장감이 돈다.
아파트 지으려던 땅도 매각 절차…"하반기 매물 쏟아질 것"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시행사는 아파트를 짓기 위해 매입한 경기도 소재 땅을 다시 팔기 위해 매수자를 찾고 있다. 인허가단계까지 끝나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으나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적당한 시공사를 찾지 못해 결국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서울과의 접근성이 나쁘지 않아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 참여를 검토했지만, 본사 심사부서에서 거절당해 결국 무산됐다.

시행업계 한 관계자는 "평소 같으면 시공사도 참여하고 충분히 분양이 이뤄질 수 있는 위치인데도 요즘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다들 신규 분양을 꺼리는 분위기"라면서 "기존 시행사는 그동안 투입된 비용만 회수되면 당장 사업을 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땅 매입 등을 위해 브릿리론을 받은 시행사들은 기존 대출 연장이라는 호흡기를 통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금융사가 만기 연장을 거부할 경우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금융 조달 상황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많이 취급하는 새마을금고는 최근 내부 가이드라인을 통해 브릿지론 대환 금지, 단독으로 500억원이 넘는 PF 금지 등 이전보다 조건을 더 엄격히 하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자금 압박이 가해지자 국내 매출 1위인 디벨로퍼도 매입한 땅을 다시 매물로 내놨다. DS네트웍스는 부산 온천동 주상복합 부지와 괘법동 주상복합 부지 2곳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21년 3월~4월 각각 땅들을 사들여 2026년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꺾이면서 결국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시행사 다른 관계자는 "DS네트웍스는 시행 업계를 만들고 선도해온 업계 1위인데, 1위마저도 사업을 접는 모습에 다들 많이 놀랐다. 위기를 실감한다"면서 "연체뿐만 아니라 계약 취소 등 사례가 줄줄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시행사 한 임원은 "오피스텔,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땅을 매입한 시행사들은 땅 계약을 했지만 계약금을 포기하고 과감히 사업을 접는 분위기"라면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이 회복되고도 한참 뒤에 좋아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사업성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이 임원은 "민간택지 뿐 아니라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한 공공택지도 중도금, 잔금을 내지 못해 계속 연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LH에 사정을 말하고 잔금일을 미루고 있지만 결국 올해말부터는 줄줄이 계약해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끌고 나가기 보다는 지금 일부 손해를 보는 게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견·중소건설사들은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법정관리행을 택했다. 시공능력평가 109위인 대창기업은 지난 7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21년부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한데다 미청구공사금액이 급증한 탓이다. 앞서 범현대가 일원인 정대선씨가 최대주주인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도 법원회생을 신청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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