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본색 이정현, 맹수는 거칠게 성장한다

김종수 2023. 4.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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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에서 크고 있지만 발톱과 이빨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최근 고양 캐롯의 에이스로 발돋움하고있는 2년차 가드 이정현(23‧187cm)에 대한 평가다. 프로에 입성할 무렵부터 타고난 재능을 인정받아 차세대 에이스감으로 지목받기는 했지만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빠르다. 1, 2번을 오가는 듀얼가드로서 비슷한 연차는 물론 리그 전체적으로 둘러봐도 손가락안에 꼽힐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고있다는 평가다.


이정현의 진가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공수에서 펄펄날며 언더독의 반란을 주도하더니 우승 후보 안양 KGC와의 4강전에서도 ‘캐롯의 명검’으로서 날카로움을 과시중이다. 1차전때 대패를 당하며 전력 차이가 현실로 드러날 때까지만 해도 ‘1승도 쉽지 않을 것이다’는 혹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정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와의 사투에서 승리한 자신감을 살려 2차전에서 전방위로 활약하며 89대75로 승리를 가져가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외국인선수 디드릭 로슨(24득점, 15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32득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5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사실 플레이오프가 시작될 때만 해도 캐롯의 조기탈락을 예상하는 이들도 적지않았다. 팀내 이런저런 사정은 둘째치더라도 가뜩이나 얇은 선수층에서 정규시즌 내내 주포역할을 해주던 전성현(32‧188.6cm)이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컸다. 실제로 전성현은 현대모비스와의 4차전 때 돌아왔고 여전히 컨디션이 좋지못한 상태다. 그런 와중에서 이정현은 갑작스럽게 맡은 토종에이스 역할을 120% 소화중이라고 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 내내 강력한 무기로 위력을 떨치고있는 포스트업은 향후에도 이정현의 강력한 무기가 될 공산이 크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가 워낙 좋은지라 비슷한 사이즈의 가드 중에서 막아낼 상대가 많지않아 보인다. 포스트 인근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부터 대놓고 포스트업을 쳐도 수비수가 쭉쭉 밀릴 정도다. 반면 자신은 상대가 몸으로 밀고들어와도 어지간해서는 밀리지않는다.


다소 아쉬웠던 3점슛도 이날은 말을 잘 들었다. 7개를 던져 4개(성공률 57.1%)를 성공시켰다. 수비수를 앞에 달고 터프샷을 던진 것을 비롯 3점 라인에서 꽤 떨어진 거리에서도 정학하게 꽂아넣는 등 내용 역시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이정현처럼 수비를 찢어버릴 정도의 돌파와 탄탄한 포스트업 스킬까지 가지고 있는 선수가 외곽슛까지 높은 확률로 들어가게 된다면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악몽이 아닐 수 없다. 팀컬러 자체가 외곽슛을 많이 던지고 리그 최고의 슈터가 선배로 있는 만큼 3점슛 능력은 계속해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현이 가장 돋보인 부분은 체력과 멘탈이었다. 이정현은 양팀 통틀어 최다인 37분 31초를 뛰었는데 단순히 출장 시간이 많은 것을 넘어 부지런히 뛰고 또 뛰며 공수에서 엄청난 활동량을 가져갔다. 공격시에는 끊임없이 돌파를 시도하며 KGC수비를 흔들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공격은 물론 팀의 상징과도 같은 '양궁농구'에서의 외곽찬스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어시스트 숫자는 2개였지만 자신이 공격을 주도하면서도 적절하게 패스를 빼주며 다른 팀원들의 움직임까지 굳게하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살 필요가 있다. 본인이 무리한 플레이로 일관하며 많은 공격 기회를 독점해도 확실한 기회때 패스를 주면 어시스트 숫자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팀 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정현의 패싱플레이는 어시스트와 관계없이 공을 잘 돌려주면서 전체적인 팀 플레이가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적지않은 공격 기회를 가져가면서도 ‘이기적이다’, ‘혼자 농구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지않는 이유다.


여기까지만해도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을텐데 수비시에도 쉬지않았다. 끊임없이 앞선에서 압박을 가했고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스틸을 시도했다. 경기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체력은 물론 정신력 그리고 그런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든 단단한 멘탈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강병현은 선수 생활 초창기 전주 KCC에서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 엄청난 활동량과 허슬플레이를 통해 팀 우승에 공헌하는 등 젊은 피의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보통 1~2년차 슈퍼 루키급 중에는 이런 유형이 많다. 이정현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팀 승리를 위해 온몸을 불태우는 근성은 비슷하지만 그와 별개로 특별한게 하나 더 있다.


이정현은 대학 시절부터 프로 선수가 되어 활약하는 지금까지 꾸준하게 ‘BQ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파워, 테크닉, 스피드를 고르게 갖추고 있는지라 가지고 있는 무기만으로 내달려도 충분히 리그 상위권 가드가 될 수 있겠으나 거기에 더해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상황에 맞게 속도를 조절할줄 알고 폭격기 모드로 상대 수비진을 폭격하는 와중에도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까지 있다. 본래 슈팅가드가 익숙한 선수지만 포인트가드로서도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현재 캐롯은 더 이상 설명이 무의미할 정도로 여러 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입장에 놓여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승기 감독과 선수단이 보여주고있는 경기력은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얘기가 나올만큼 팬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감동 캐롯의 에이스로 거듭나고있는 이정현의 미친 활약이 거함 KGC마저 침몰시킬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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