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폭로에도 환수 못하는 전두환 추징금...“죽으면 그만이야” [법조인싸]
비자금 찾아도 실제 추징금은 기대 이하
전우원씨 폭로에도 수사는 어려울 전망
남은 867억원 추징 위해선 법 개정 필요
하지만 “전 재산은 예금 29만원이 전부”라는 전 씨에게서 추징금을 받아내는 것은 정말 지난한 역사였습니다.
확정 판결 이후 1999년까지 검찰은 313억원을 추징했습니다. 자발적으로 납부한 것은 188억원의 채권과 이자 100억원이 전부였습니다.
벤츠 승용차나 용평 콘도 회원권 등 아주 적은 액수만 걷어들이면서 잠잠했던 추징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 다시 활발해졌습니다.
검찰은 2003년 “전씨의 재산목록을 정확히 밝혀달라”며 법원에 재산 명시 신청을 냈고, 법원도 전씨의 재산목록을 명시하면서 검찰의 추징금 집행이 시작됐습니다. 이 때 전두환이 예금자산으로 29만원을 적어내 그 유명한 “전재산 29만원” 얘기가 나오게 됩니다.
이듬해 검찰에서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차남 재용씨를 증여세 포탈 혐의로 구속기소하자 전씨 부인 이순자씨가 200억원을 울며 겨자먹기로 대납한 것입니다.
2010년 전두환씨가 강연으로 소득이 발생했다며 300만원을 자진납부한 일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가 호화생활을 즐기던 걸 감안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었죠.
전두환 추징법이 같은 해 6월 국회 문턱을 넘자 한층 더 탄력이 붙었습니다. 몰수·추징 시효를 기존의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고 제3자 추징도 가능해졌습니다. 가족과 일가들에게 빼돌린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해서입니다.
재국씨 소유 ‘시공사’ 본사, 연천 ‘허브빌리지’, 차남 재용씨가 설립한 IT보안업체 웨어밸리, 비엘에셋에 수십억원 불법으로 대출한 한 저축은행 등이 모두 압수수색됐습니다.
결국 전씨 가족들은 백기를 들었습니다. 재국씨는 2013년 9월 10일 미납 추징금 1672억원 납부계획 발표을 발표합니다.
전씨 가족은 일부 승리도 거뒀습니다. 연희동 자택 중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 명의인 본채, 비서관 명의인 정원은 몰수 가능한 불법재산이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겁니다. 재판부는 전씨가 대통령 취임 전에 취득해 불법수익으로 형성됐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습니다.
다만 별채는 불법재산으로 취득한 게 맞아 압류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재도 2020년 2월 전두환 추징법은 합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도 지난해 7월 연희동 자택 별채에 대한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압류가 적법하지만 추징 당사자인 전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부동산을 추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난 7일 1심 판결로 적법하다고 판결난 전씨의 오산 땅 공매대금 55억원이 ‘마지막 추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다만 이번 소송주체는 2009년 전재용씨가 대표이사였던 비엘에셋 측에 250억원을 대출해주며 오산땅을 담보로 잡은 부림저축은행 등 9개 대주단입니다.
검찰은 2013년 전 전 대통령의 추징 판결을 집행하기 위해 오산시 임야 5필지를 압류했는데 2필지 배분 대금은 국구로 귀속됐습니다. 하지만 이 부동산을 담보로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대출을 도운 교보자산신탁이 압류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3필지 공매대금은 보류된 바 있습니다.
어딘가 기시감이 들지 않나요? 앞에 나온 것처럼 이미 검찰이 2013년 살펴본 곳들입니다.
그러나 추징은 턱없이 적은 금액만이 가능했습니다. 허브빌리지만 보더라도 미납 세금까지 먼저 떼어지자 추징금으로 고작 8억원이 남았습니다. 원래는 250억원의 가치였습니다.
전씨 일가가 비자금을 빼돌린 정황이 새롭게 드러나면 추징이 가능하지만 범죄수익 은닉은 공소시효가 5년밖에 안됩니다. 연희동 저택에 비밀금고가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수사나 추징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상황이죠.
전씨는 미국 유학비와 생활비를 연희동 가정부 명의로 송금받았다고도 주장했는데 외국환거래법도 공소시효가 5년입니다.
추징 3법은 공무원범죄몰수법·형사소송법·형법 등 3개 법률에 대한 개정안입니다.
공무원범죄몰수법 개정안은 제3자가 범인으로부터 불법재산 등을 취득한 경우에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했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상속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형법 개정안에서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핵심인데요, 범인이 사망했더라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금 법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소급 적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회로는 있습니다.
소급입법은 이미 완료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입법(진정 소급입법)과 진행 중인 사실관계·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입법(부진정 소급입법)이 있습니다.
앞서 2013년 통과된 전두환 추징법에서도 소급은 법적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진정 소급입법은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전씨가 사망했기 때문에 전두환 추징 3법은 진정 소급 입법을 해야할 가능성이 큽니다. 진정 소급 입법도 완전히 막힌 건 아닙니다.
1995년 12월에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소급입법이 허용됐습니다. 헌재도 “기존의 법을 변경해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라고 판단했거든요.
공교롭게도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에서 학살을 일으킨 주범입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자 손자 전우원씨가 용기를 내준 만큼 제도가 뒷받침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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