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는 솔루션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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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를 하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골프를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핸디캡을 인정하는 아마추어 골프에서의 승패의 기준은 자신의 핸디캡이다.
동반자는 물론 자연조건들, 골프 도구들, 많은 장애물들과의 대립·대결관계를 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조화를 추구할 때 골프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를 깨부수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던 수많은 라운드를 떠올려 보면 골프가 쟁투의 게임이 아닌 솔루션의 게임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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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퍼를 하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은 골프를 승패를 가리는 스포츠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투기 종목이나 구기 종목은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가 있다. 육상 같은 기록경기는 본질적으로 기록과의 싸움인 데도 함께 기록에 도전하는 출전자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대와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는 반드시 승자 아니면 패자로 나뉘게 돼 있다.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를 이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상대방을 쓰러뜨려야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이 대결 구도에서 모든 갈등과 마찰이 잉태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갈등과 마찰은 승패가 결판난 뒤에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승자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지만 승리에 도취해 자만에 빠지거나 언젠가 자신에게 패배를 안길 새로운 승자의 출현을 기다리며 불안에 맛본다. 반면 패자는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긴 하지만 패배에 승복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골프는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가장 고독한 경기의 하나다. 자신을 제외한 모두를 이겨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핸디캡을 인정하는 아마추어 골프에서의 승패의 기준은 자신의 핸디캡이다. 프로선수들의 경기는 모두가 동등한 조건으로 경기를 펼치지만 주말골퍼들은 자신의 핸디캡과 겨룬다. 그래서 더욱 고독하다.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서 대상 없는 고고한 승리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쟁투(爭鬪)로 인식하는 골퍼는 골프를 즐길 수도, 골프의 진수를 깨닫기도 힘들다. 골프를 대결구도의 투쟁적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석쟁(釋爭)의 경기'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골프의 진수에 다가갈 수 있다.
동반자는 물론 자연조건들, 골프 도구들, 많은 장애물들과의 대립·대결관계를 풀고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조화를 추구할 때 골프의 새로운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누군가를 깨부수겠다고 작정하고 나섰던 수많은 라운드를 떠올려 보면 골프가 쟁투의 게임이 아닌 솔루션의 게임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를 혼내주겠다거나, 신기록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나선 라운드는 어김없이 실패한 라운드가 되고 만다. 오히려 골프를 즐기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한 라운드에서 의외의 신기록을 세우거나 승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골프에서 생기기 쉬운 대결 구도를 허물고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모든 대상들과 화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마음속에서 적으로서의 상대를 지워 없애는 일방적 화해, 무조건적 화해의 비법을 터득하고 나면 새로운 차원의 골프 세계가 열린다.
"나의 기쁨을 위해 남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실토한 마더 테레사처럼 내가 원하는 라운드를 전개하기 위해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바로 솔루션의 열쇠다. 여기에는 동반자를 먼저 배려함으로써 동반자로부터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다는 원초적 이기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내에는 이런 선후 관계가 사라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물아일체의 집중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올봄에는 솔루션의 자세가 나에게 얼마나 큰 변화를 안겨 주는가 한 번 체험해보자.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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