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夜] '그알' 지적장애인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열세 명의 공모자들, 그들이 감춘 진실은?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열세 명의 공모자들, 그들이 알고 있는 진실은?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열세 명의 공모자들 - 추악한 소문과 거짓말'이라는 부제로 시골 한 마을에서 일어난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을 조명했다.

작은 시골 마을의 50대 주민 순영 씨는 지난해 13명의 마을 남성들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성폭력이 아닌 자발적 성매매라며, 순영 씨가 딸의 꾐에 넘어가 무고한 마을 사람들을 신고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직접 만난 딸의 이야기는 달랐다. 순영 씨의 딸은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집에 살기 무섭다, 집에 남자들이 계속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했다"라며 엄마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고 했다.

마을 남성들은 순영 씨의 남편이 살아있을 때도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그를 성폭행했다는 것.

300 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전라도의 작은 시골 마을은 순영 씨의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서로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제작진은 성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마을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순영 씨가 먼저 자신들을 유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까지도 정신이 온전치 않은 순영 씨가 남성들을 유혹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 순영 씨는 43세가 되던 해 모야모야병에 걸리며 지능 장애가 일어났던 것. 이에 순영 씨는 이전까지 하던 운전도 더는 할 수 없게 되었고,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쓰지도 못하게 되고 어린 아치처럼 변해갔다.

IQ56, 8세 2개월 수준의 심한 지적 장애를 가진 시회 연령 7세 수준의 지적 장애를 겪고 있었던 것.

제작진은 순영 씨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순영 씨는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들에게 벌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가해자 중 유 씨가 관계를 자주 하면 아픈 게 낫는다는 말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자신이 겪은 일에 솔직한 심정을 고백한 순영 씨. 그는 치욕스럽고 자신이 더러워졌다며 자신을 성폭행한 남성들은 정말 나쁘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 일을 많이 해서 힘들었지만 그때는 행복했었다며 "지금은 시궁창 같아서 슬프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순영 씨가 지목한 가해 남성 13명 중 유일하게 기소를 당한 정 씨는 장애인준강간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은 시인했으나 사건의 발단은 순영이 자초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지난 4일 진행된 정 씨의 공판에서 그는 징역 7년이 구형됐다. 하지만 그는 강제적인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과정 중 순영 씨와 관계를 한 이들은 모두 사망한 그의 남편의 친구이거나 친인척, 또는 그의 남편에게 일을 의뢰했던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순영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는데, 가해자 중 윤 씨가 남편과 공모해 서로의 아내를 바꾸어 관계를 했고, 이 사실을 마을에 퍼뜨리며 다른 마을 남자들의 추악한 범행이 시작됐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반성이라고는 하지 않고 있었다. 이 일로 순영 씨 모녀가 엄청난 합의금을 챙겼다며 금전을 노리고 무고한 피해자들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순영 씨 모녀가 합의금을 받았다는 것은 헛소문이었다.

지난해 4월 가해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순영 씨. 하지만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이에 검찰은 재수사를 지시했고, 지난 2월 재수사가 모두 종결됐다.

경찰이 증거 불충분이라 판단하는 이유는 순영의 진술 외에 직접적 증거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청 전문진술 분석가는 이에 대해 "총 6번의 진술 분석을 진행했다. 피해자는 피해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는데 진실되고 성착취에 해당하는 진술이라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중요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

전문가는 이에 " 이게 왜 송치가 안 되었을까 굉장히 놀랐다. 이것은 성폭력 내지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것 같다"라며 지적장애인은 저항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폭행 협박이 없거나 피해자가 저항한 흔적이 없다고 하더라고 성폭력이라는 것. 전문가는 "가해자들은 피해자에게 지적 장애가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피해자가 인지적 장애로 인해서 저항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충분히 성적으로 착취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 표창원 교수는 "경찰이 지적 장애 여성이 피해자인 범죄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라며 재수사 과정, 지적 장애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남성 수사관이 진술을 받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애인 전문기관의 전문가가 배석, 동석을 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이는

절차적 하자, 실질 수사에 치밀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

이에 제작진은 지역 장애인 전문기관에 순영 씨 사건이 통보된 적이 있는지 확인했으나 통보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왜 장애인 학대 통보제를 지키지 않았을까. 이에 경찰은 "모든 사건이 통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송치되지 않은 사건이라 그렇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경찰은 피해자 보다 가해자의 이야기에 더 큰 믿음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의아함을 자아냈다.

전문가는 "이 사건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항거 불능한 위력을 행사했느냐가 중요한데 그 위력 속에는 언어적 위력도 있다. 관계적 위력, 향후에 발생할 협박에 대한 위력 모두 해당되는데 자력으로 돌아갈 힘이 없는 피해자에게 낯선 곳에 두고 가겠다는 협박은 엄청난 위력이다. 이것이 어떻게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지적 장애인들은 거절을 쉽게 하지 못하고 낯선 곳에서는 긴장하고 두려움에 떤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 전문가는 "지적장애인은 늘 누군가의 말을 따라야 하고 내가 결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결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일상적이다. 이런 삶에서 어떤 순간에 내 의지를 이야기하거나 나의 의시를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며 순영 씨의 사건은 다른 위력이 없더라도 지적 장애로 인한 항거 불능 상태였음을 강조했다.

지난해 장애로 인한 항거 불능이 인정된 판례도 나왔는데 이에 전문가는 "경찰 단계에서 어떻게 수사가 되고 어떻게든 송치가 되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송치 이후 기소가 되면 법원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훨씬 많다"라며 경찰 조사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순영 씨의 사례를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는 "경찰의 존재는 스스로를 보호할 여력이 부족한 분들에게 가장 먼저 빨리 달려가서 그분들이 더 이상 피해 입지 않도록 하고 예방이 가능하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기본적인 것이며 국가와 경찰, 형사사법제도의 존재 이유이다"라며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 부분을 빨리 진상을 파악해 내고 더 적극적으로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이 국가 공권력의 역할이다"라고 설명했다.

순영 씨의 딸은 이번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어 다른 사람들도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그들이 처벌을 받더라도 반드시 사과가 우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는 순영 씨와 똑같은 사건이 또 발생했다, 언제쯤 이런 비극을 멈출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방송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여러 수단을 동원해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이나 아동 사회적 약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마련한 사법기관 밖에 없음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