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찰, 히잡 미착용 여성 식별 위해 ‘스마트 감시 카메라’까지 동원

공공장소·차 안에서 히잡 미착용 여성 단속

지난해 9월 28일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 의문사한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에 대한 연대 시위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이란 경찰이 히잡을 쓰지 않는 여성을 잡아내기 위해 ‘스마트 감시 카메라’를 동원한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경찰청은 공공장소나 차 안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단속을 개시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란 경찰은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도입해 히잡 미착용 여성을 식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히잡을 쓰지 않고 운전할 경우, 차주에게 단속 관련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며 반복 적발 시 차량 압류까지 가능하다.

이날 하산 모파카미 경찰 보안국장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것은 범죄이며 경찰은 법의 틀 안에서 위반 행위를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체포된 여성이 의문사한 이후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지속 돼왔다. 이에 경찰도 시위 후 히잡 착용과 관련한 단속을 예전보다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단속이 느슨해지고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자 다시 강도를 올린 셈이다.

외국인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고 모든 여성이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나라는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이 전부다. 최근 들어 이란 당국은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한 처벌 방침에 변화를 줄 여지가 없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한편, 국제인권단체는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를 강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시위 참가자 500여 명이 숨졌고, 2만여 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