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두둑한 HMM…인수 후보군 너도나도 '손사래' 왜

금준혁 기자 2023. 4. 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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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HMM 매각 작업이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영구채 처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HMM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인수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HMM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면 수년간 공적자금을 들여 회생한 HMM의 매각 대금이 낮아지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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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조 영구채 처리 고난도…"현금 활용 인수부담 ↓" vs "공적 자금 회수"
인수 후보군 안갯속…해운업 침체 우려에 "현금투입 부담"
사진은 HMM 플래티넘호가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2021.9.7/뉴스1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정부의 HMM 매각 작업이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영구채 처리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HMM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인수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HMM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14일 HMM(011200)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조9801억원이다. 증권가는 HMM의 현금성 자산 규모를 14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HMM은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최대인 18조5828억원의 매출액과 9조95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절차가 본격화하며 HMM의 현금성 자산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산업은행은 삼성증권,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을 매각자문단으로 선정하고 첫 회의를 개최하며 민영화를 본격화했다.

매각 변수는 HMM이 해진공과 한은을 대상으로 발행한 2조6800억원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다. 양 기관이 이를 고스란히 주식으로 전환하게 된다면 보유지분이 40.65%에서 71.7%까지 오르게 된다.

인수자 입장에서 최근 3개월 평균 종가인 주당 2만1384원을 기준으로 단순 지분가치만 7조원이 넘는데다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하면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매각자문사인 삼성증권의 김영호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정부의 지분이 70%일 때 배당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을 6조5000억원으로 계산하고 실제 인수 부담을 3조3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이에 HMM이 보유한 현금으로 사채를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업계는 HMM이 영구채를 현금으로 갚고 남은 현금도 전액 배당하면 경영 프리미엄을 더하더라도 매각 대금이 약 5조5000억원 정도로 낮아진다고 본다. 정부가 지분 40.7%에 대한 배당금 3조7000억원을 회수하면 실제 인수 대금은 1조9000억원까지 감소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분석이다.

반면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 전환을 포기하면 수년간 공적자금을 들여 회생한 HMM의 매각 대금이 낮아지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했다는 비판에 휩싸일 여지가 있다. HMM은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내 최대이자 세계 8위의 해운사로 거듭났다.

결국 정부가 HMM의 매각 흥행과 공적 자금 회수 사이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김경배 HMM 대표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영구체는 상환시기가 돌아오면 바로 상환을 시도할 것이다"라면서도 "채권단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정부가 매각자문단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마련한 평가항목 배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잔여지분과 주식관련채권의 처리를 주요 쟁점으로 보고 업체가 제출해야 하는 제안서의 평가항목에서 가장 높은 30점을 배분했다.

현재로서는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주요 그룹도 손사래를 치고 있다. 포스코그룹, LX그룹, 현대차그룹, SM그룹, CJ그룹 등이 두루 거론되고 있으나 공식적으로 뛰어든 곳은 없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086280)는 HMM 매각 자문단 첫 회의 직후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해운 업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매각가를 낮추기 위해 현금성 자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담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을 나타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고점 5109.60 포인트 대비 5분의 1 수준인 900포인트대까지 하락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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