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특허 갑질' 과징금 1조 철퇴…삼성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김승한 기자 2023. 4. 1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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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특허 갑질'로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 계약을 강요한 퀄컴이 1조원대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퀄컴 사태는 2008년부터 진행됐던 건이며 시기와 삼성전자 등의 거래 관계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업체들의 피해 규모는 (퀄컴의 과징금)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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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한국 퀄컴 코리아 본사가 입주한 서울 강남구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2019.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른바 '특허 갑질'로 휴대전화 제조사 등에 부당 계약을 강요한 퀄컴이 1조원대의 과징금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를 입은 삼성전자, 인텔 등은 말을 아낀다. 퀄컴은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퀄컴은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퀄컴의 갑질이 근절되기는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 선고기일에서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며 과징금 1조311억원 부과 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휴대전화를 만들 때 필수적인 이동통신 SEP(표준필수특허)를 독점 보유하고 있다. 사업자에게 SEP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FRAND(프랜드) 확약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삼성·인텔 등 칩셋 회사가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특허권 사용을 제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사실상 '갑질'이며 특허권 독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 인텔, LG전자 등이 입은 피해액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선 퀄컴의 과징금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퀄컴 사태는 2008년부터 진행됐던 건이며 시기와 삼성전자 등의 거래 관계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업체들의 피해 규모는 (퀄컴의 과징금)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주며 갑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피해를 입은 기업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혹시 불똥이 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삼성전자에게 퀄컴은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 중 하나다. 반도체, 스마트폰 부문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갤럭시S23에 탑재된 삼성과 퀄컴의 합작품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2세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퀄컴이 특정 제조사 전용 칩셋을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의 끈끈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퀄컴은 삼성의 최대 고객사다. 지난 2월에는 XR(확장현실)기기 출시를 위해 퀄컴, 구글과 혈맹을 구축하기도 했다.

인텔 역시 퀄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2021년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은 퀄컴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우려가 있지만 퀄컴은 협력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지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날 퀄컴은 입장문에서 "대한민국 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한국 파트너사 및 회사와의 상업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퀄컴의 과장금 사례는 한국이 처음은 아니다. 퀄컴은 2015년 반 독점법 위반으로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에 9억7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과징금을 납부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퀄컴이 또 다시 갑질로 이득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며 "과징금을 맞더라도 특허권으로 보는 이득이 더 많기 때문에 이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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