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안치홍은 왜 최충연에게 순간 격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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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안치홍(32)이 십년감수했다.
15일 대구 삼성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최충연의 빠른 공에 손가락을 맞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안치홍은 2타수1안타 4사구 2개, 2타점 활약으로 9대5 승리에 이바지했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듯 몸을 일으켜 최충연을 노려본 안치홍은 분을 참지 못하고 마운드로 달려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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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안치홍(32)이 십년감수했다.
15일 대구 삼성전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최충연의 빠른 공에 손가락을 맞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안치홍은 2타수1안타 4사구 2개, 2타점 활약으로 9대5 승리에 이바지했다.
8-5로 앞선 9회초 모두를 놀라게 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1사 후 5번째 타석에 선 안치홍에게 최충연의 4구째 142㎞ 패스트볼이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놀라서 피하며 배트를 놓았지만 공은 이미 안치홍의 오른손 엄지를 때리고 지나갔다. 약하고 아픈 부위.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안치홍을 향해 트레이너가 달려왔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순간적으로 화가 치민 듯 몸을 일으켜 최충연을 노려본 안치홍은 분을 참지 못하고 마운드로 달려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트레이너의 제지 속에 빠르게 이성을 찾은 안치홍은 바로 화를 꾹 눌러 참았다.
대주자 정 훈과 교체돼 덕아웃으로 들어가 병원으로 후송됐다. 덕분에 벤치클리어링 등 더 이상 불미스러운 확전 상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충연은 덕아웃으로 들어간 안치홍을 향해 모자를 벗고 90도로 인사하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인근 경산 세명병원을 찾은 안치홍은 X레이 촬영 결과 다행히 '이상 소견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롯데 측은 "우측 엄지 사구로 병원 진단 결과 이상이 없음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평소 점잖고 순한 인격자 선수 안치홍. 그가 순간적이나마 격분한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개막 후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각 구단 주축 선수의 큰 부상에 남은 선수 모두 긴장하고 있는 상황.
안치홍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과거 손가락 사구 트라우마도 있다.
KIA 시절인 지난 2018년 4월18일 광주 LG전에서 윌슨이 던진 공에 왼손 손가락을 맞고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CT촬영 결과 왼손 검지 쪽 중절골 미세골절 진단을 받았다. 당시 안치홍은 12일 만에 복귀한 바 있다.
올시즌 초는 전력평준화 속에 치열한 경기가 초반부터 이어지며 주축 선수의 큰 부상이 유독 많다. 하루에 최소 1명씩 실려나간다. 전날에는 박세혁이 머리에 스윙한 배트를 맞고 피를 흘리며 구급차에 실려갔다.
이날도 삼성 강민호가 5회 나균안의 공에 손등을 맞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통증을 참고 뛰었지만 결국 8회초 롯데 공격 때 김민수로 교체됐다. 강민호는 사구를 맞고 1루에 나간 뒤 전 소속팀 동료였던 나균안의 사과를 통상적인 '괜찮다'는 손짓 대신 오른 주먹을 들어올리는 장난으로 유쾌하게 받았다.
그 아찔했던 강민호 손가락 사구가 안치홍의 순간적인 오해를 불렀을 수 있다.
강민호는 최근 삼성에서 가장 핫한 타자 중 하나다. 안치홍 역시 최근 5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는 등 최근 페이스가 좋은 중심타자다. 전 타석에서도 2타점을 기록했다.
통상 보복투는 팀의 주축 타자에게 이뤄진다. 극심한 고통과 또 골절상을 입었을 수도 있다는 절망감 속에 순간 오해를 할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안치홍은 빠르게 이성을 찾았다. 일부러 맞힐 상황도, 그럴 만한 투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충연은 안치홍이 쓰러지기 무섭게 모자 끝에 손을 올리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최충연은 여전히 밸런스 완전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시즌 초 "좋을 때 밸런스의 아직 절반도 안된다. 특히 직구 던질 때 조금 더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 안치홍의 엄지를 맞힌 공이 바로 직구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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