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 MIT 입학 취소 청원, 명예훼손 처벌받을까

이가영 기자 2023. 4.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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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현 형사판]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와 함께하는 사건 되짚어 보기. 이번 주 독자들의 관심을 끈 사건에 관해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한 단계 더 들어가 분석하고,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 미국 명문대학인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친(親)민주당 성향 네티즌들은 입학 승인을 재고해달라는 취지의 청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지난 9일 ‘MIT는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는데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커뮤니티인 ‘미주맘(Miju Moms)’ 이름으로 올라온 이 청원, 한국에서 명예훼손 처벌이 가능할까요?

◇한 장관 자녀 입학 취소 청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러한 과정에 법적 문제는 없는지요?

입시의 공정성은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입니다. 어떠한 가치나 이념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입시 부정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갓 대학에 입학한 청년의 미래를 지울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하는 것도 절대 허용해선 안 됩니다.

◇해외에서 제기된 청원으로 보이는데요. 한국 밖에서 일어나는 일도 문제가 될 수 있나요?

대한민국 국민은 해외에 체류해도 대한민국의 형사법이 적용됩니다. 이를 ‘속인주의’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외국이라 할지라도 한 장관의 자녀에 대해 청원글을 적는 행위가 대한민국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라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올라온 청원글이 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우리나라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있습니다. 이 법 제70조 제1항에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2항에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청원이 해당 조항에 해당하느냐는 ‘비방의 목적’이 있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청원을 한 이들은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한 공익적 행동”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비방의 목적은 없었다는 것이죠. 하지만, 후일 청원글이 ‘허위사실’로 판명되면 ‘비방의 목적’이 인정될 가능성은 아주 커집니다.

◇우리나라에선 진실한 사실을 적시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는다면서요?

형법 제307조 제1항에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청원글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물론, 이 경우에도 청원인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라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청원글을 보면 “MIT는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돼선 안 된다” 혹은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A가 MIT에 합격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MIT 지원서에 어떤 자료가 포함됐는지 알 수 없지만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력서를 꾸몄던 것은 사실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는 ‘가치 평가’가 아니라 ‘사실의 적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글로벌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 올라온 청원. 해당 청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이 가짜 스펙을 이용해 대학에 합격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체인지

◇청원인이 ‘공공의 이익’을 주장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형법 제310조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위법성 조각 사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범죄 행위를 저지르긴 했지만, 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말하는데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입니다.

만일 청원인의 글대로 한 장관의 자녀가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력서를 꾸민 것이 사실’이라면 이 조항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원인 스스로 “어떤 자료가 포함됐는지 알 수 없다”며 사실 확인 없이 글을 적었다고 밝히고 있어 위법성 조각 사유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진실한 사실’과 ‘공공의 이익’의 입증 책임은 청원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범죄 구성요건의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지만, 310조 요건만큼은 청원인이 입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추후에 청원글이 허위로 밝혀진 경우에도 청원인이 ‘난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할 땐 어떻게 되나요?

이게 바로 ‘위법성 조각 사유로서 객관적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라고 해서 로스쿨 학생들도 어려워하는 지점입니다. 대법원 판례를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청원인이 ‘허위 사실’을 ‘진실’로 믿었다는 점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즉, 청원인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주장을 확인했지만 허위라는 점을 발견할 수 없어서 그 허위사실을 ‘진실’로 믿었어야 합니다.

입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고, 그 과정은 반드시 투명해야 합니다. 그게 입시입니다. 조금이라도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면 입학을 취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갖고 한 청년의 미래를 지울 수 있는 악의적인 주장도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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