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서 100명중 80명은 마약” 중독자의 증언…특수본? “해결책 안돼”
"수사기관 단속은 물론 치료까지 지원해야"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이거 맞으면 안 아프다고 해서 맞았죠. 진통제로 알았지 마약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손만 뻗으면 마약인 세상이다. 과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퍼졌던 마약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상화한 지 오래다.
마약을 시작한 계기는 제각각이지만, 분명한 건 약물에 손댄 이상 평범했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시 소재 민간 마약중독재활센터인 경기도다르크에서 만난 입소자들도 "마약을 한번 시작하면 일상이 처참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진통제인 줄 알았어요”…허리 아프다는 말에 필로폰 놔준 동료
A씨(28)가 마약을 처음 접한 건 지난해 여름이었다. “허리가 아프다”는 A씨의 말에 직장동료는 “고통을 없애주는 약이 있다”며 맞아보라고 권유했다.
A씨는 반신반의했지만, 허리 통증을 없애줄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동료가 넘긴 주사를 맞았고 실제로 아픔은 금세 사라졌다.
고통만 사라진 게 아니었다. 조 전까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감에 빠져 있던 그가 갑자기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픈 데다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우울했어요. 그런데 주사기를 맞으니까 웃음이 나오면서 세상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정말 신기한 진통제였어요.”
A씨가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사실을 안 건 며칠 뒤였다. 하지만 한 번 마약을 접한 이상 유혹에서 탈출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출장이 빈번하고 2인1조로 움직이는 업무 특성상 모텔에서 투숙하는 경우가 많은 A씨에게 마약의 유혹은 더 크게 다가왔다.
그는 출장 때마다 동료와 함께 마약을 투약하며 고통을 잊고 행복함을 느꼈다. 그렇게 그는 중독의 늪에 빠졌다.
회사에서도 어떤 경위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다행히 A씨는 회사에 남게 됐지만, 동료는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만둬야 했다.
그럼에도 A씨는 멈출 수 없었다. SNS를 통해 필로폰을 사 투약했다. 돈이 떨어지면 지인들에게 빌려서라도 구입해야 했다.
급기야 사채까지 손을 댄 A씨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빚이 늘어나자 부모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다.
부모는 더 이상 아들이 마약을 하지 못하도록 집에 가뒀지만, 그는 집을 가출하면서까지 마약을 사러 나갔다.
A씨는 “마약으로 인해 가족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직장과 돈도 잃었다”며 “처음에는 동료를 원망했는데, 나중에는 제 의지로 구매하는 모습을 보니 제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홀로 마약을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고 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예전처럼 다시 소중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주변에 마약 하는 친구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빠져들었죠”
“친구들을 통해 처음 마약을 접했는데, 주변의 많은 친구가 마약을 합니다. 솔직히 클럽에서 100명 중 80~90명은 마약을 한다고 보면 돼요. 그만큼 구하기 쉬우니까 일상이 됐어요.”
B씨(28)는 대마초, 케타민, 엑터시 등 20살 때부터 7년 여간 다양한 마약을 하면서도 자신을 마약 중독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가까운 지인들을 포함해 주변에서도 많이 하는 데다 자신은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6개월간의 구치소 생활을 겪은 뒤에야 그는 자신이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에게 크나큰 걱정과 고통을 안겼다는 죄책감에 B씨는 마약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는 3주 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자마자 마약 치료를 위해 경기도다르크를 찾았다.
B씨는 “6개월간 구속되면서 마약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다. 그전에는 주변에서도 다 하니까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중독이었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구글에 마약을 검색만 해도 10분 안에 딜러를 찾고, 2시간 이내에 마약을 구할 수 있다”며 “마약은 접근하기 쉽고 스스로 중독을 자각하기 어렵다. 투약하지 않으면 우울증 등 부작용을 겪다가 삶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마약의 일상화’…단속뿐만 치료까지 지원해야
마약이 일상 속 깊숙이 침투하면서 단속 건수도 늘고 있다.
실제 의정부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북부 지역에서 압수된 마약은 71.7㎏으로 전년 23.6㎏ 대비 201.2% 급증했다.
마약사범도 지난해 820명이 검거됐는데, 이는 2021년 686명보다 19.5% 많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10~20대 마약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326명으로 전년 217명과 견줘 무려 50.2% 증가했다.
SNS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10~2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수사·정보·행정·교육당국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수사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마약범죄에 총력 대응하기로 했지만, 마약 환자의 치료를 위한 보건·사회 인프라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마약 대응책이 주로 수사기관의 마약사범 검거가 중심이어서 마약 환자 치료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곳은 21곳이지만, 이 중 19곳은 전문 의료진과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다.
지정 기관 가운데 인천 참사랑병원과 경남 국립부곡병원만이 연간 수십 건 이상의 마약 환자를 치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는 치료를 원해도 거리상 이유 등으로 중독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임상현 민간 마약류 중독 재활센터장(경기도다르크)은 “마약은 쉽게 끊을 수 없는 약물이기에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국 21개 마약중독자 지정 의료기관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이 단 2개에 불과한데, 정부가 치료에도 적극 지원해야 근본적인 마약 근절 해결책일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금 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민간단체인 다르크가 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 없이 입소자 1인당 40만원을 받고 힘들게 운영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마약중독자들을 적극 치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 사례처럼 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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