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프랑스 떼제베(TGV) 기반 KTX-1 전면 교체 시기 2034년 도래…"발주계획·제작 기간 고려 준비 착수해야"
국내 고속열차 시장이 20년만에 교체연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2004년 처음 도입된 1세대 고속열차 'KTX-1'의 교체 연한이 다가오면서다. 업계에서는 순수 제작비용만 최소 5조~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험해본 적 없는 역대급 열차 물량을 앞두고, 자금 조달방안과 발주계획 등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프랑스 고속열차 떼제베(TGV)를 기반으로 제작된 KTX-1은 모두 46편성(920량)이다. 1998년 시험운행용 열차가 우선 도입되고, 6년간 제작기간을 거쳐 2004년 전량 도입됐다. 열차당 사용 연한은 기본 20년, 최장 30년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명 연장을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46편성에 대한 대규모 중정비 작업을 마쳤다. 현재 중정비를 마친 KTX-1의 사용연한은 최장 2034년까지다.
열차 사용연한이 아직 10년 가까이 남아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사전 준비작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KTX-1 교체라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역대급 물량에 따른 시간·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열차 제작발주는 실제 제작 기간을 고려해 최소 5~6년 전에 입찰을 진행한다. 이후 실제 열차는 시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반면 KTX-1은 해당 물량을 동시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부분 때문에 제작기간이 최소 1~2년 이상은 더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열차는 제작 기간 5년 안팎에 순차적으로 도입되는 게 일반적인데, KTX-1 열차 교체는 현 상황에서는 동시 교체로 진행돼야 한다"며 "물량까지 생각하면 늦어도 2028년께는 발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열차를 차세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EMU-320)로 교체하기 위한 최소 비용은 5조~6조원으로 추산된다. 열차 구매 비용은 열차 운영사인 코레일이 마련해야 한다. 신규 노선에 투입되는 열차 구매 비용은 국가철도공단과 나눠서도 부담하지만, 기존 노선에 투입되는 열차는 모두 운영사 몫이다. 여기에 기존 열차 폐차와 환경 개·보수 등 추가 비용도 감안하면 전체 사업비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에스알이 입찰을 진행 중인 1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고속열차(EMU-320) 발주에도 현대로템이 단독 입찰했다. 발주 내용은 고속열차 14편성(112량) 구입 5255억원, 유지보수계약 4750억원이다. 열차 도입시기는 오는 2027년이다. 에스알은 이달 18일까지 재입찰을 진행해도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현대로템과 수의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달에는 코레일이 발주한 KTX 평택~오송선 투입 신규 고속열차(EMU-320) 17편성(136량) 제작을 수주했다. 중견기업 우진산전이 경쟁입찰에 참여하면서 도전장을 냈지만, 1단계 기술평가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했다. 우진산전은 스페인 열차제작업체 '탈고'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부품만 공급받기로 하면서 최종 낙찰에 고배를 마셨다.
이번 코레일과 에스알의 고속철 발주는 KTX-1 교체의 '전초전' 성격으로도 주목받았다. 두 사업 모두 현대로템이 독식하면 이후 KTX-1 교체 물량도 수주할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코레일 KTX에 이어 이번 에스알의 SRT 발주까지 현대로템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독점적 구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에서는 현대로템 말고는 차세대 열차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어 경쟁 자체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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