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와 AI, 공조수사로 범인 잡는다…"화질 높이고 소리도 탐지"

임성호 2023. 4.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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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화소 찾아 선명히…소리 크기·패턴 고려해 상황 재구성
AI 학습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화질 개선 [포바이포 제공, 데이터 출처 (zenodo.org).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이 남성 2명에 의해 납치·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받은 경찰이 곧바로 출동했지만, 화질이 떨어지는 다목적용 CCTV로는 납치 차량의 번호판을 특정할 수 없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를 통해 어렵사리 차량 번호를 확인하고 수배 지령을 내렸지만 약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범인들은 이미 서울을 빠져나간 후였고, 이틀 만에 모두 검거됐으나 피해자는 이미 살해돼 대전 야산에 암매장된 상태였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CCTV 성능 부족으로 사건·사고 초동 대응이나 수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줄일 해결책으로 AI가 제시된다.

AI가 조악한 CCTV 화질을 높이고, 수상한 소리까지 탐지하면서 범죄 수사와 사고 대응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 화질 개선 [포바이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질 개선 AI…숨겨진 범죄 현장 선명히 들춘다

물론 낮은 화질 등 CCTV 성능 부족 문제를 개선하려면 카메라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지자체·공공기관이 전국에 설치해 관리하는 CCTV 카메라 120만 대(2021년 말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를 모두 교체하려면 막대한 예산과 인력, 시간 등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CCTV 교체 대안으로 AI 딥러닝을 통해 화질을 높이는 '화질개선 AI 솔루션'을 제시한다.

화질개선 특화 AI 기술을 보유한 비주얼 기술 기업 '포바이포'는 자체 개발 영상 개선 AI 솔루션 '픽셀'이 수백만 건에 달하는 4K급 이상 초고화질 영상을 학습해 화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바이포 윤준호 대표는 "오래된 CCTV 카메라로 찍어 영상 화질이 매우 낮더라도 화질 개선 AI가 영상 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인식해 고도화하기 때문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수원지검은 CCTV 영상 화질 개선을 통해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9개월 원아를 이불로 덮은 뒤 몸으로 눌러 질식해 숨지게 한 60대 원장의 혐의를 구체화했다. 화질이 개선된 CCTV 영상에는 갓난아기가 발버둥을 치다가 멈춘 뒤에도 원장이 수 분간 계속 압박하는 모습이 담겼다.

윤 대표는 "화질 개선 솔루션을 CCTV 관제시스템에 적용하면 카메라 성능과는 무관하게 화질을 개선해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화질 문제로 범죄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이브스 지능형 음성·음원 분석 솔루션 [아이브스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뒤죽박죽 현장 소리, AI가 제대로 듣는다…이상 음원 탐지

이처럼 화질 개선과 시각적 분석 등을 포함한 '머신 비전' 기술 외에도 CCTV에 적용하면 더욱 정확한 상황 판단을 도울 수 있는 AI 기술이 있다.

바로 음성 인식·분석 기술로, 단순히 영상만 들여다보는 것보다 함께 인식된 음성까지 분석하면 사건·사고 발생 상황을 명확히 재구성할 수 있다.

AI·빅데이터 기반 영상·음원 분석 알고리즘 개발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아이브스'는 AI 음원 분석 기술과 영상 분석 기술을 CCTV에 함께 접목했다.

CCTV로 다양한 소음을 감지해 이상 상황 발생을 빠르게 포착하고 해결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단순히 데시벨 기준으로 '큰 소리'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 소리 크기는 물론 패턴, 유사음, 파장 등을 고려하고 잡음은 걸러내는 '노이즈 필터링'을 통해 음성을 더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고 아이브스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비명이나 구조 요청, 비속어 등과 유리창 깨지는 소리, 폭발음, 교통사고 소리, 급정거 소리 등 상황별 음원을 AI가 정확히 분류해 알려 준다.

업계 관계자는 "CCTV 영상과 함께 음성을 동시에 감지해 분석하는 기술은 사건·사고에 빠르게 대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AI가 CCTV와 만나면 모니터링 인력의 부담을 줄이면서 '공조수사'를 통해 치안 수준을 높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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