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형진 차지비 대표 “전기차 충전도 결합상품 고민”

박진우 기자 2023. 4. 16.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의 본질은 정보를 연결하는 것이다. 운영 중인 충전기가 전국 1만6000기다. 이 충전기가 항상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래서 충전기가 어디에 있고, 가서 사용해도 좋을지 이런 정보를 사용자에게 잘 전달하는 게 사업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주형진 차지비 대표는 전기차 충전 사업은 정보를 어떻게 연결해주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발자 출신인 그가 차지비를 전기차 충전 서비스 업체가 아닌, 정보기술(IT) 회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주형진 차지비 대표. /박진우 기자

주 대표는 “차지비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때부터 사용자에 충전기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라며 “이 정보는 충전기 위치뿐 아니라, 충전 중, 대기 중, 사용 불가 등 충전과 관련한 모든 실시간 상황을 말한다”라고 했다.

차지비는 포스코ICT의 전기차 충전 사업부로 시작했다. 2019년 포스코ICT의 자회사로 분사했고, 이어 지분 매각을 통해 독립 회사로 거듭났다. 그러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 사업을 강화하려는 GS에너지가 975억원(지분율 86.12%)에 차지비를 인수했다. 전국에 1만6000여개 충전기를 운영 중인 최대 규모 업체를 대기업이 인수했다는 소식은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주 대표는 “(대기업이 인수한 것은) 몇 년 안에 큰 규모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전기차 충전 시장은 과거의 이동통신 시장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동(전기로 움직임)화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이라면 전기차 충전 사업도 (규모가 커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차지비 앱 화면. /차지비 앱 캡처

공공 인프라가 주를 이루는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차지비는 민간 영역인 완성차 회사와의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뀐다고 가정하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갖추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주 대표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어떤 주체가 이 비용을 감당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완성차 업체는 내연기관차를 팔려면 (저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 때문에) 전기차도 한 대 팔아야 한다. 그래서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인프라도 갖추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에 완성차 대상 사업을 시작했고,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폴스타 등 아홉개 완성차와 계약이 돼 있다. 공공 충전 인프라와 질이 다른 서비스를 높게 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 설치된 BMW 차징 스테이션. /BMW 제공

차지비는 지난해 BMW와 함께 ‘차징 스테이션’이라는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BMW 드라이빙 센터에 충전소를 구축했다. 올해는 경주 힐튼 호텔 등 전국 20개소 이상에 차징 스테이션이 설치된다. 벤츠와는 경기 남양주 북한강 스타벅스와 부산 센턴시티 등에 인프라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전기차 충전 서비스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성을 갖기도 어렵다. 사용자는 대형 IT 업체와 같은 서비스 수준을 요구하지만, 아직 그런 서비스를 하기에는 시장이 성숙하지 못했다.

주 대표는 “충전 서비스 수준이 높다는 건 우리 관점에서 ‘충전기가 있다. 그런데 고장 났다. 아니면 누가 사용 중이다’ 이런 정보를 사용자에게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며 “사용자는 앱에 가입해서 서비스 이용하는 게 귀찮고 어렵다. 테슬라처럼 이런 앱 없이도 간편하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차지비도 그런 지향점을 갖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형진 차지비 대표. /박진우 기자

비용도 문제다. 충전기를 설치하는 데만 돈이 드는 게 아니라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에도 큰돈이 든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전기 원가는 모두 공개가 돼 있다. 여기에 고정비 등을 붙여 충전 요금을 결정하는데,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 대표는 “1만6000대의 충전기를 유지하는 데 1년 고정비만 100억원 이상이다. 다만 사용자는 이런 고정비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 유지비가 저렴하다던데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지금 통신 요금처럼 전기차 충전도 결합 상품이나 구독 등 여러 수익 상품이 나타날 것이라고 보고, 우리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했다.

GS에너지에 인수된 것도 전기차 충전 서비스가 결국 ‘에너지 사업’이라는 데에 방점이 찍힌다. 에너지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 대표는 “한전에서 모든 전기를 사 오고 있지만,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이 보편화되면 전기가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는 그런 사업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사용자도 자신이 차를 운영하지 않을 때 배터리에 남은 전기를 팔 수 있다면 전기 충전에 대한 원가를 보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쌍방향 전기차 충전 사업의 중요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