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벌써, 중국은"…챗GPT로 카피라이터 자리 뺐다

정용환 기자 2023. 4. 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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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광고미디어 기업
광고ㆍ디자인 아웃소싱 중단

비용 절감과 AI의 효능 주목
관련 업무 챗GPT가 맡기 시작

中 디지털 신기술 적극 도입해 산업 키워
핀테크ㆍ전자상거래 분야 거대 시장 배출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겨울 출시된 챗GPT 열풍이 불과 한 계절 만에 노동시장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대중에 풀리자 당장 이 기술이 얼마나 많은 직업군의 일을 대체할 수 있을지 놀라움과 공포가 전이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미국과 유럽에서 일자리 3억개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만 해도 노동자들의 업무 약 70%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노동자의 60%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군요.

[사진= AP, 연합뉴스]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의 부침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영국에서 19세기 자동차가 도입됐을 때 마부들이 파업을 일으켜 자동차 운행에 족쇄를 걸었던 유명한 사건이 있습니다. 적기조례인데요. 박문각 시사상식사전을 함께 보실까요.

“1865년 영국에서 제정돼 1896년까지 약 30년간 시행된 세계 최초의 도로교통법인 동시에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영국은 마차 사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최고속도를 시속 3km(도심)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붉은 깃발법(적기조례)을 만들었다. 이로 인해 영국은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혁명적 기술은 태동 단계부터 노동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유관 산업 분야의 발전과 몰락에 직접 영향을 끼치곤 합니다.

누가 먼저 새 기술을 도입할 것이냐의 문제는 거대한 사회적 저항 앞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직 기술의 숙련도와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이 하던 주요 일자리를 AI로 대체했다가 자칫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 리스크에 비용과 편익 계산까지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새로운 기술 세계의 문을 열어젖힐 수 있는 건데요.

[사진= AP, 연합뉴스]
만만디로 널리 인식되는 중국에서 속도감 있게 과감한 결정이 나왔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4일자 보도입니다.

”중국 최대 미디어 광고 그룹 블루포커스가 내부 이메일을 통해 생성형 AI를 전적으로 수용하기 위해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단기 계약직 등 특정 분야의 아웃소싱 비용을 즉시 절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피라이터와 각종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일자리챗GPT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블루포커스 CEO 조문권(중국명 자오원취안). [사진= 블루포커스 홈페이지]
이 회사가 그저 그런 업계 순위 가장자리에 있는 업체였다면 홍콩 유력지에 실리는 등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을 겁니다. 마케팅ㆍ커뮤니케이션 매체 프로보크(PRovoke) 미디어에 따르면 블루포커스는 지난해 글로벌 광고 회사 랭킹 1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 본토 회사 중 1위인 회사입니다.

SCMP는 “블루포커스의 이러한 움직임은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중앙일보]
지난달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회계사, 수학자, 통역사, 작가 등의 직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홍보 전문가, 법원 속기사, 블록체인 엔지니어도 챗GPT와 같은 기술에 많이 노출된 직업으로 꼽혔습니다. 미국 노동자 80%가 업무의 10% 이상이 생성형 AI 기술의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사진= 바이두백과 캡처]
이런 우려 때문에 기술의 탄생지에선 숙려 기간을 가지며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는데 중국의 비즈니스 업계는 다릅니다. 돈이 보이고 떼 부자가 될 기회가 보이기 시작하면 바로 뛰기 시작합니다.

중국은 이미 산업 생태계를 베끼고 혹은 모방하고 참조하면서 극렬한 내부 경쟁을 통해 중국 스타일의 산업 생태계를 만들곤 했습니다. QR코드를 도입해 만들어낸 핀테크 생태계나 각종 배달 플랫폼, 전자상거래 플랫폼 등에서 상업적 혁신을 일궈내기도 했습니다.

'중국판 실리콘밸리'도 이런 과정을 통해 나왔습니다.

지난 10여년간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생태계 복제가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베이징ㆍ상하이ㆍ선전ㆍ광저우ㆍ항저우에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무한 복제한 중국판 실리콘밸리가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거주가 불가능할 것 같은 지하실을 얻어 사무실을 차립니다. 부지런히 VC를 찾아다니며 프리젠테이션을 쏟아내고 기업 가치를 올려 단계별 투자를 받아냅니다. 당장 돈을 못 벌더라도 출혈 경쟁으로 차지한 시장 점유율과 성장 전망을 도약대 삼아 증시에 상장합니다. 창업자들은 일약 돈방석에 앉게 되죠.

관건은 당국의 규제인데 노동 시장 혼란과 붕괴 우려보다는 사회주의 정권 안정에 저해 요인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당국은 지난 11일 생성형 AI 서비스 관리 방안 초안을 발표하면서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핵심 사회주의 가치를 반영해야 하며 국가 통합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모든 회사는 관련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당국의 보안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는군요.

요약하자면 사회주의 핵심 가치인 중국공산당에 도전이 되어서는 안 되고 티벳이나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ㆍ분리 욕구를 자극해선 안 된다는 게 가이드라인입니다.

중국공산당의 주도권에 위해가 안되는 한 일단 도입하고 그 효과를 지켜보자는 취지인거죠. 지극히 기술지상적이고실용만능의 접근법입니다.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과 관련 생태계를 배출했던 이 접근법이 챗GPT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모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중국의 이 실험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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