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얼룩진 가상자산 업계, 관련법 제정으로 달라질까

양진원 기자 2023. 4. 1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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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중대 기로에 선 가상자산 업계]③가상자산법 수면 위로… 투자자 보호 실현되나

[편집자주]가상자산 업계가 중대 기로에 섰다. 불법 상장피(상장 대가) 의혹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임원까지 구속되고 검찰 수사가 주요 5대 거래소를 상대로 확대됐다. 지난해부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그동안 만연했던 구조적 병폐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를 제재할 관련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암호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상자산법이 궤도에 오른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깜깜이 상장'은 없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법 논의가 무르익은 가운데 앞으로 거래소들이 안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이 지난 2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정무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깜깜이 상장 경종 울리나…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 뒷돈 상장' 수사↑
②몸 푸는 닥사, 존재감 발휘하려 무리수 '남발'
③논란에 얼룩진 가상자산 업계, 관련법 제정으로 달라질까
규제 공백 상태인 가상자산 시장에 불공정 행위가 성행하면서 많은 문제가 야기되는 가운데 이를 규율할 법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세부 사항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상자산법 제정이 물꼬를 트면서 여러 논란으로 얼룩진 가상자산 업계가 안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지부진 가상자산법 제정… 규제 공백에 피해 확산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뉴스1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년 넘게 공회전 했다.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시정)이 2021년 5월 가상자산업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상자산업법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후 같은 당 소속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을)이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규제 법안'을 내놨다. 윤창현 의원(국민의힘·비례)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는 등 가상자산법 제정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는 사이 가상자산 업계는 모진 풍파를 견뎌야 했다. 일부 코인의 석연치 않은 시세 폭등으로 수차례 상장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불러왔고 지난해 암호화폐 '테라·루나'가 대폭락하면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울상이 됐다.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로 꼽히던 FTX는 취약한 재무구조를 지적한 보고서 하나로 하루아침에 파산했다.

FTX 유동성 위기로 국내 거래소 고팍스는 자체 예치 서비스 '고파이'의 원금과 이자를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해 말엔 국내서 메이저 코인으로 불리던 위메이드 가상화폐 '위믹스'가 주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 거래지원이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사실상 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보호할 길은 전무했다. 사기범들 역시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몇 개월에 걸친 도피 끝에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지만 정작 국내로 송환해도 가상자산 관련 법령이 정립되지 않아 사기죄 적용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급기야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선 납치·살인사건까지 일어났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배경엔 가상자산의 불공정 거래와 사기 피해가 연루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병폐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기존 주식시장은 상장 심사가 기존 주식시장은 상장 심사가 까다롭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법과 제도가 부재해 시장조작 세력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암호화폐 거래액은 3조원에 이르고 이용자는 630만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액은 1조192억원에 달한다.


물꼬 튼 가상자산법… 가상자산 거래소도 환영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 /사진=로이터
가상자산법 제정 논의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월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규율 제정안 11건 등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관련 법안 18개를 논의했다.

가상자산법과 관련해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입법한 후 나머지 추후 논의하는 '단계적 입법'에 뜻을 모았다. 1차로 이용자 보호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제정하고 2차로 가상자산 상장 및 발행에 관한 법안을 제정할 예정이다. 최소한 규제 체제를 우선 마련하고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최근 급증하는 가상자산 관련 사건들을 고려해 막연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유럽 등 국제기준을 기다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조치할 필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제정안은 ▲가상자산 정의 ▲이용자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 행위 금지 ▲금융위원회 감독·검사 권한 부여 등이 주요 골자다. 쟁점은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면 제정안의 규율 대상에 포함되는지다. 불공정거래 조사를 담당할 기관과 인력 배치 등도 추가 논의한다.

1단계를 넘어서면 가상자산 산업을 진흥시키고 실질적 규율까지 담은 2단계 입법이 시작된다. 다만 1단계와 달리 가상자산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 공시, 거래소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인가 제도도 가상자산법으로 편입할지 쉽게 결론내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거래소 공개(IEO·Initial Exchange Offering), 주요 거래소들의 협의체인 닥사의 법적 자율규제 기구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 같은 움직임을 반긴다. 거래소 관계자는 "관련법이 하루빨리 제정된다면 사업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만큼 거래소들은 가상자산법 논의를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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