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中이 韓보다 앞서는 분야가? "中팹리스 5대 문제점" [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상무부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며 중국 반도체 산업 고사작전에 나섰다. 중국의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산업과 파운드리를 모조리 틀어막기 위한 조치다.
그런데, 메모리와 파운드리에서 맥을 못 추는 중국이 한국보다도 강한 분야가 있다. 바로 팹리스(반도체 설계)다. 2021년 세계 팹리스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이 점유율 68%로 1위를 차지했으며 대만이 점유율 21%로 그 뒤를 쫓았다. 3위는 놀랍게도 중국(9%)이다. 한국은 불과 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 팹리스와 종합반도체기업(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IDM)을 합친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에서는 22%로 미국(54%)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그 뒤는 대만(9%), 유럽(6%), 일본(6%) 및 중국(4%)순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처리하는 IDM 분야에서 한국이 점유율 33%로 미국(47%)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IDM에 포함되며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처럼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로 인해 전체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높지만, 팹리스에서는 중국과 비교해도 열세일 정도로 경쟁력이 약하다. 중국 팹리스 산업의 경쟁력을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26일 웨이 교수가 중국 선전에서 열린 중국 반도체설계 2022년 포럼(ICCAD 2022)에서 중국 팹리스 산업 현황을 상세히 소개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 팹리스 산업의 성장세다. 2022년 중국 팹리스 산업 매출액(예상치)은 5346억위안(약 102조원)으로 전년 대비 16.5% 성장했다. 2013년 매출액은 875억위안(약 16조6000억원)에 불과했는데, 9년 만에 6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 팹리스 기업 수는 3243개로 전년 대비 15.4%, 숫자로는 433개사가 증가했다. 팹리스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신규 진입하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역별로도 살펴보자. 지난해 상하이, 베이징, 선전의 팹리스 매출액이 1350억위안(약 25조6500억원), 846억위안(약 16조원), 724억위안(약 13조7600억원)으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팹리스 산업이 경제수도인 상하이, 수도인 베이징, IT 중심인 선전에 집중됐음을 드러낸다. SK하이닉스 D램 공장이 있는 우시는 4위, 삼성전자 낸드공장이 있는 시안은 9위를 기록하는 등 이 지역의 팹리스 산업 규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액이 1억위안(약 190억원) 이상인 팹리스 기업 수도 2016년 161개사에서 2022년 566개로 6년 동안 3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 1억위안 이상인 기업의 합계 매출액은 4941억위안(약 93조8800억원)으로 전체 팹리스 산업 매출액의 85.1%를 차지하는 등 상위업체 집중 현상이 나타났다.
개발인력도 상당한 수준이다. 지난해 임직원 수가 1000명이 넘는 팹리스 회사는 34개사에 달했으며 100명 이상인 회사도 532개사였다. 지난해 중국 팹리스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 수는 23만4000명, 1인당 생산액은 249만위안(약 4억7300만원)에 달했다.
웨이 교수는 몇 년 전에는 "사람들이 '국산화 대체'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오늘 '피동적인 국산화대체'가 이미 도래했다"고 말했다.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팹리스 산업이 성장을 지속한 이유로 보인다.
기회를 맞이했지만, 중국 팹리스 업계의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웨이 교수는 2022년 중국 팹리스 산업이 빠른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업계의 발전을 견인해야 할 상위 10개 업체의 발전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성장속도가 업계 평균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심지어 일부 기업은 뒷걸음질했다는 평가다.
웨이 교수가 지적한 중국 팹리스 상위 10개 업체의 5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제품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경쟁력이 부족하다. 양으로 승부하려는 방식은 쉽게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 연구개발 투입이 부족해서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한다.
3. 사업모델에만 너무 많은 정력과 자원을 투입해서 제품 개발 과정에서의 투입이 부족하며 갈수록 뒷심이 달린다.
4. 저효율, 의사결정 지연, 관료주의 등 '대기업병'이 나타나며 기업의 경영진 수준을 높여야 할 필요가 커졌다.
5. 일부 기업의 경영진과 핵심인원이 끊임없이 변동되며 회사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기업의 발전이 지체된다.
가만히 보면 일반적인 기업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다. 이외에도 웨이 교수는 2024년 중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22만명이 부족할 것이며 이중 팹리스 업계의 인력부족 규모가 12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재 부족 역시 중국 팹리스 업계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소다.
여러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팹리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지난 11일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의 황친용 대표는 2020년 이전 중국과 대만이 세계 3대 반도체 학회인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 발표하는 논문 수는 엇비슷했으나 현재는 중국 논문 수가 대만을 압도적으로 앞선다며 중국 팹리스 굴기의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큰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2026년에는 대만 팹리스 점유율이 (2020년) 18%에서 17%로 하락하고 중국 팹리스 점유율은 (2020년) 15%에서 18%로 상승해, 세계 팹리스 시장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반도체 제재로 '피동적인 국산화대체'가 진행 중인 중국 팹리스 산업이 과연 황 대표의 말처럼 발전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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