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에서 사원된 기분"…그가 다시 경찰 제복 입은 이유
[편집자주] 앳된 얼굴로 경찰 제복을 입고 집회 현장을 지키던 의무경찰이 한 달 뒤면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1983년 공식 창설된 이후 누군가에겐 폭력진압의 상처를 주기도, 다른 누군가에겐 경찰의 꿈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같은 의경의 40년 역사를 돌아보고 의경이 사라진 경찰의 미래를 짚어본다.
"인턴에서 사원 된 기분 같았어요."
14일 머니투데이가 만난 서울 한 경찰서 소속 박정모 형사(31·경장·이하 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박 형사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경찰청 의무경찰로 군 복무했다. 이후 2019년 경찰 경력 채용 전·의경 분야에 합격해 다시 경찰 제복을 입었다.
올해 초 순경 공개채용 중 29명을 뽑는 전·의경 경력 채용 분야에 472명이 지원해 16.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찰은 과거 전·의경 특별채용부터 현재 경력 채용에 이르기까지 전·의경만을 대상으로 한 채용 분야를 마련해 이들을 우대하고 있다.
의경 출신 경찰관은 대부분 의경 경험으로 인해 경찰이란 직업을 선택했다. 박 형사는 경찰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입대 전부터 경찰을 꿈꾸고 있었기에 전·의경 대상 채용을 노리고 입대했다. 박 형사는 2019년 경찰 경력 채용 전·의경 분야에서 선발됐다. 박 형사는 "미래에 들어갈 직장이니까 미리 한번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의경을 선택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는 김현성 형사(31·경장)는 2012년 의경으로 입대하기 전 전문대에서 기계 관련 학과를 전공했다. 김 형사는 "외출·외박이 군에 비해 자유롭다는 단순한 이유로 의경에 입대했다"고 말했다.
이 선택은 김 형사에게 경찰의 꿈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20대 초반의 당시 김 형사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의경 출신 경찰관인 당시 부소대장이 "경찰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언했다. 김 형사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경찰의 목표가 명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경 시절 본 직업 경찰관들도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어서 이런 사람들이랑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경북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하는 최민호 순경(30)은 의경 생활 중 투입된 작전으로 인해 경찰을 선택했다. 최 순경은 2011년 말 의경으로 입대한 뒤 이듬해 11월쯤 실종 여아 수색 작전에 투입됐고 실종 9시간여만인 그날 밤 11시쯤 해당 여아를 찾아냈다. 그는 "아이를 인계받은 부모가 눈물을 흘리며 연신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경찰의 꿈을 갖게 된 최 순경은 2021년 경찰에 임용됐다.
이들은 의경에 이어 직업 경찰관으로서 두번 경찰 조직을 경험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형사는 "집회 현장에서는 잘못 행동하면 경찰 조직에 어떤 타격이 생기는지 의경 시절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며 "그 경험에 더해 법적 지식과 권한을 갖추고 나니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행동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 순경은 "계급 구조나 조직의 문화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이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들 모두 자발적으로 경찰 조직에 재투신을 선택한 만큼 남다른 '애사심'도 엿보인다. 최 순경은 "기동대든 지역 경찰이든 형사·수사 부서든 경찰 일이라는 게 대부분 2인 1조로 이뤄지는데 거기서 생기는 유대감이 경찰 조직의 매력"이라고 했다.
박 형사는 "합격하자마자 의경 시절 소대장님한테 전화를 했는데 이제 같은 조직의 일원이 됐다는 생각에 정말 뿌듯했다"며 "마치 인턴에서 사원 된 기분 같았다"고 했다.
이들은 경찰이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조직이 되기를 소망했다. 박 형사는 "'견찰' 같은 부정적인 댓글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대부분 경찰이 제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다는 걸 시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최 순경 역시 "경찰을 대면하면 부담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은데 그런 마음보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할 때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게 경찰이라고 시민들이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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