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질하는 멍청이나 타는 포르쉐”…낯섦이 만든 욕설폭탄, 이젠 질투유발 [세상만車]
혼쭐→돈쭐, 신형은 벌써 ‘우쭐’
람보르기니·페라리도 ‘벤치마킹’
동서양 막론하고 파란색 음식은 거의 없다. 동남아에 파란색 꽃잎을 사용한 차(茶)나 쌀밥이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다. 식욕을 돋우기 위해 식용색소를 쓸 때도 파란색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과일인 블루베리나 복을 부르는 오방색(흑백홍황청) 음식 이름에도 파랗다는 뜻이 들어가 있지만 사실은 보라색과 녹색이다.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파랑은 식욕 감퇴를 일으킨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파란색을 활용하라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일부 색채 심리학자들은 곰팡이가 핀 음식이나 덜 익은 과일 등이 파란색에 가까워 먹으면 탈이 나거나 죽을 수 있다는 공포의 색상으로 유전자에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개인적으로는 파란색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낯섦’에 있다고 본다. 파란색 음식을 접하지 못하다 보니 낯섦은 거부감이 된다. 거부감이 심해지면 증오가 된다.
반대로 파란색 음식에서 맛있는 경험을 하면 거부감은 사라진다. 성인에 비해 음식 색상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아이들은 파란색 젤리나 초콜릿을 잘 먹는다.
거부감이 일단 깨지면 증오는 사랑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킨다. 똥인줄 알았는데 먹어 본 뒤에는 감칠맛에 중독되는 된장처럼, 애증의 과일인 두리안처럼.
포르쉐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Cayenne)이다. 21년 전 축복이 아닌 악담으로 가혹한 출생 신고식을 치렀다. ‘멍청이나 타는 못생긴 포르쉐’ ‘포르쉐를 망쳤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영국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못 생긴 자동차 100대’에서도 상위권인 15위를 기록했다. 전통·정통을 중시하는 ‘낮은 차’ 마니아들이 많아 거부감이 컸던 ‘탓’이다.
나오자마자 ‘혼쭐’났던 카이엔은 오히려 ‘돈쭐’났다. 낯섦이 신선한 경험을 제공한데다 정통성도 유지해 “얘도 포르쉐 맞네”라는 평가가 나왔다.
청양고추보다 10배 매운 카이엔 고추에서 유래한 차명에 어울리게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화끈한 중독성을 갖춘 슈퍼 SUV로 평가받았다.
덩달아 못생겼다는 말은 사라지고 멋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전형적인 잘생김과 거리가 먼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이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면 얼굴이 아닌 전체 이미지나 행동을 보고 멋있다, 매력이 넘친다, 심지어 잘생겼다 등으로 평가가 달라지는 효과를 카이엔도 누린 셈이다.
포르쉐를 한 수 아래로 무시했고 카이엔을 ‘고성능 집안 망신’으로 여겼던 람보르기니, 페라리, 벤틀리 등도 자존심을 꺾고 카이엔 따라하기에 나서며 ‘슈퍼 SUV’ 전성시대가 열렸다.
카이엔은 올해 첨단 기술로 무장한 부분변경 모델로 나온다. 다음달 18일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다.
미하엘 세츨레 포르쉐 AG SUV 차체 엔지니어링 총괄 미하엘은 “신형 카이엔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제품 업그레이드 중 하나”라고 ‘우쭐’댔다.
스포츠카 전설이자 아이콘인 911처럼 날렵하고 강력한 ‘낮은 차’에 열광했던 포르쉐 마니아들도 징그럽고 못생겼다며 진절머리를 냈다. “포르쉐 망했다” “포르쉐 망쳤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판매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러나 판매에 돌입하자 바로 청신호로 바뀌었다. 2002년 1세대, 2010년 2세대, 2018년 3세대로 진화한 카이엔은 포르쉐를 먹여살렸다.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카이엔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은 2008년 포르쉐 가문이 폭스바겐 그룹 장악에 나서는 돈줄이 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한 18%를 기록했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3% 늘어난 30만9884대로 집계되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카이엔이다. 9만5604대 판매됐다. 카이엔의 동생인 마칸은 8만6724대로 그 뒤를 이었다.
911은 5% 증가한 4만410대, 파나메라는 13% 늘어난 3만4142대 판매됐다. 전기차인 타이 칸은 16% 감소한 3만4801대로 집계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포르쉐는 지난해 8963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6.3% 증가했다.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카이엔이다. 4114대 팔렸다.
카이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는 대기기간이 2년6개월에 달하기도 했다. 계약권을 피(웃돈)을 받고 파는 상황이 벌어질 정도였다. 현재도 1년6개월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카이엔은 포르쉐를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람보르기니, 벤틀리,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에도 한방 먹였다.
이들 브랜드도 자존심을 꺾고 카이엔을 벤츠마킹했다. 돈 앞에서는 장사가 없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페라리 푸로산게가 나오면서 ‘슈퍼 SUV’ 전성시대가 개막됐다.
신형 카이엔은 파워트레인, 섀시, 디자인, 첨단장비, 연결성 모두 향상해 기존 모델과 같지만 다른 매력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북미 등 4개 대륙에서 총 400만km 이상 달리며 성능을 개선했다.스페인에서는 혹독한 오프로드 테스트, 모로코에서는 극한의 모래 언덕, 핀란드에서는 얼음 트랙, 녹색 지옥인 독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서 서킷에서 한계를 넘나드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신형 카이엔은 전형적인 포르쉐 온로드 퍼포먼스, 장거리 주행의 편안함, 오프로드 역량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새로운 세미 액티브 섀시를 채택했다. HD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를 통해 디자인과 안전성 모두 향상시켰다.
가변형 디스플레이 옵션이 있는 곡선형 및 독립형 디자인의 디지털 계기판, 재설계된 센터콘솔과 최신 세대 스티어링 휠로 구성됐다. 자동 기어 셀렉터는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있다.
계기판은 후드 커버가 없는 디지털 독립형 12.6 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모던하고 슬림하게 디자인됐다. 계기판 뷰는 7가지다. 폭스바겐의 전형적인 5개 원형 계기판 디자인을 디지털로 구현한 클래식 모드도 갖췄다.
디지털 편의성도 향상됐다. 무선 충전과 쿨링 기능을 구비한 스마트폰 거치 공간을 마련했다. 전면 스토리지 컴파트먼트와 센터콘솔 후면에 각각 USB-C 포트 2개씩을 추가했다.
모든 USB 포트는 고속 충전을 제공한다. 전면에 있는 포트를 통해서는 스마트폰과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에 연결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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