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긴축 시작된 1년반 전으로 뚝…주담대 다시 들썩

신호경 2023. 4. 1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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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낙폭, 지표금리의 두배…'은행 돈장사' 비난 영향
'긴축효과·정책엇박자' 논란…금통위원도 "의도한 것보다 완화적 아닌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차지연 민선희 기자 =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돈 잔치' 비난에 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최근 상당수 부동산 대출 규제가 풀린 상태에서 금리까지 눈에 띄게 떨어지자 주택담보대출도 뚜렷하게 살아나는 분위기다

금융통화위원들 사이에서도 한은이 계속 '당분간 긴축'을 강조하는데도 시장에 이런 의도가 반영되지 못하고 시장금리가 크게 떨어져 혼란이 빚어지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대출금리 '뚝', 긴축 시작된 1년반 전으로…주담대 다시 들썩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걸린 대출 금리 안내문. 2022.12.15 jin90@yna.co.kr

한 달 반 사이 주담대 0.77%p↓·신용대출 0.74%p↓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수준이다.

약 한 달 반 전인 3월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70%포인트(p) 급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4.478%→3.859%) 떨어진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추이를 보면, 14일 현재 수준(3.640%)은 2021년 9월 말(3.220%)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가장 낮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만큼, 대출금리가 사실상 통화 긴축 시작 지점으로 거의 되돌아간 셈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80∼6.060%)도 한 달 보름 사이 하단이 0.740%p 낮아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0.411%p)과 관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역시 현재 연 4.180∼6.631%로 하단이 0.740%p 내려왔다.

지표금리 하락 폭의 두 배…은행 자진 금리인하 경쟁 영향

하지만 최근 은행 대출금리 하락 속도는 단순히 지표금리 흐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4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 하단의 하락 폭(0.770%p)은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0.619%p)보다 0.151%p 크다.

더구나 신용대출 하단의 낙폭(0.740%p)은 지표금리(은행채 1년물·0.411%p)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한 달 반 동안 0.740%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한 것은, 연초부터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0.3%p 안팎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빼면 한 달 새 4.6조원↑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 5∼6%에 이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최근 크게 떨어지자,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8천억원)은 2월 말보다 2조3천억원 불었다.

앞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천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지만,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천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약 4조6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아파트 매매가 지난해 수준의 부진에서 조금 벗어난 것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현재 금리수준 상당히 긴축적…당국정책, 통화정책 반감하지 않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여전히 긴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 하락과 자금 동향 등으로 미뤄 과연 한은이 의도한 만큼 긴축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당국의 금리 개입이 한은의 통화정책과는 충돌하지 않는지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단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긴축 효과에 대한 의문과 당국과의 엇박자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지난 14일 워싱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고, 유동성(M2) 추이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봐도 금리 수준은 현재 상당히 긴축적"이라며 "다만 현재 수준이 충분한지(충분히 긴축적인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떻게 꺾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의 경우 작년 11월, 12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더 많이 벌어졌는데,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시중금리 하락으로 2021년 8월 이후 3.0%p 금리 인상 효과가 온전하게 전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물가 안정이 우선인 한은과 금융 안정을 책임지는 당국 간 정책 목표가 상충하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금리가 통화정책 의도와 달리 지나치게 떨어지는 현상은 금통위원들도 걱정하는 부분이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2월 23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융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했던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다양한 유동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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