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제패한다”…국산 K2 전차, 독일 레오파르트 뛰어넘을까 [박수찬의 軍]
국산 K2 전차가 폴란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유럽 전차 시장에서의 K2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폴란드 긴급 소요분에 대한 1차 실행계약 체결 이후 현지에 인도된 K2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안제이 두다 대통령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실사격 훈련을 실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총괄계약은 폴란드의 K2PL 전차 생산역량 구축을 지원하고, 생산과 적기 납품을 위한 역할을 분담한다는 내용이다. 컨소시엄은 올해 상반기 폴란드 군비청과 이행계약 체결을 목표로 내부 협의를 진행한다.
폴란드 요구사항이 반영된 K2PL 현지 생산이 이뤄진다면, 유럽 전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의 아성을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폴란드에서의 성과를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로 의존성’ 극복이 필수
유럽에서 K2와 경쟁하는 기종은 독일 크라우스 마페이 바그만(KMW)이 제작한 레오파르트2 최신형인 A7 전차다.
두 기종이 올해 초 맞붙었던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는 레오파르트2 A7이 선정됐다.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컨셉이 조금 다르다. 레오파르트2보다 나중에 개발된 K2는 차체가 가볍고 민첩하며 충격흡수능력이 우수해 명중률이 높다. 자동장전장치를 갖춰 신속한 사격도 가능해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았다. 전반적으로 앞선 기술이 적용됐다는 평가다.
반면 레오파르트2 A7은 1970년대 개발되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쓰인 레오파르트2의 최신 개량형이다.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20여개국이 운용,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이는 유럽 지역에 부품 등의 공급망이 탄탄하게 구축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차를 자체 개발한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생산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부품 외주도 용이하다. 레오파르트2 계열의 특성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그만큼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적 요인에 의한 공급망 문제와 더불어 무기 가동률 향상을 위해 부품의 빠른 공급과 충분한 재고 유지가 각국 군대에서 강조되고 있다. 공급망과 신뢰성, 사용자의 익숙함 등에서는 레오파르트2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의 중심국이자 경제대국인 독일의 정치적 영향력까지 더해지면 레오파르트2에 대한 유럽 내 ‘락인 효과’(고객이 상품·서비스를 이용하고 나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로 갈아타지 않는 현상)를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2가 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폴란드에서 K2PL을 만드는 것처럼 신속한 납품 및 글로벌 공급망 활용 능력을 유럽 국가에 입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개발 단계에서 사용했던 외국산 부품이나 장비가 제조국 정부의 통제로 특정 국가 수출 물량에 사용하지 못하면, 이를 대체할 장비를 신속하게 선정하고 체계통합해 성능시험까지 단기간 내 진행하는 능력을 방산업계와 정부 당국이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방산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와 발전과제’ 보고서에서 “과거에는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선진국들은 무기 개발 협력 파트너였지만, 지금은 이들에 대한 부품 수입이 수출시장 개척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며 “부품 조달 역량을 강화하면서 산업 하부 기능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유럽 전차 시장에 대해 레오파르트2가 구축한 진입장벽을 뛰어넘으려면 기존 방식과는 다른 창의적 접근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냉전 이후 전면전 위협이 줄어들고 ‘테러와의 전쟁’ 문제가 떠오르면서,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핀란드 등 일부를 제외한 유럽 지역에서는 전차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이는 전차와 장갑차가 중심이 되는 기계화부대가 전면전 상황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지를 구상할 기회를 줄어들게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전차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대규모 전쟁에서 전차의 활용법에 대해선 각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스캐퍼로티 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은 임기 종료 직후 전역하던 관례를 32년만에 깨고 나토(북대서양주역기구)군 사령관에 임명했다.
당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공격하면서 유럽 내에서 러시아의 위협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많은 국가의 군대를 규합해 전통적 차원의 군사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과 한국군, 미군이 함께 수행할 대규모 작전을 다뤄본 스캐퍼로티 장군의 능력이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대규모 전쟁 수행 준비를 꾸준히 진행했던 한국군의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 155㎜ 포탄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계속 거론되는 것도 포탄을 단기간 내 대량생산에 보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국가가 한국 이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성은 한국군이 국내 방위산업의 수출 증대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한국군은 1953년 휴전 이후로 북한군 기계화군단의 남침에 대비한 전술 등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포병과 보병 등 육군 내 다양한 병과의 능력을 조합한 전면전과 더불어 공군과의 합동성에 대한 경험도 많다.
합참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는 모양새다.
성능이 우수한 첨단 무기라 해도 활용법을 제대로 모르면 쓸모가 없다. 사우디군의 에이브럼스 전차가 예멘 내전에서 후티 반군의 매복 공격을 받아 파괴된 사례는 공지합동전술과 승무원의 숙련도 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줬다.
이같은 점을 파고든다면 차별화된 컨텐츠 제공이 가능하다. 잠재적 수출국에 전략, 전술, 훈련, 지원 등 전투 기능별로 분석한 미래 전쟁 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운용 방법을 설명하면서 K2 성능과 향후 개량 방향 등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무기체계의 성능과 제원을 강조하는 마케팅과 비교해 더 큰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그저 무기를 판매하기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충실하게 애프터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군사 패키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내세울 수 있다.
자체적인 국방 연구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이나 소국에는 포괄적인 국방협력의 일부로서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전쟁개념연구부터 무기체계 선정에 이르는 과정을 지원해 한국의 국방획득체계를 전파하면서 국산 무기도 수출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군 소식통은 “군과 방산업체가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관계 기관이 통로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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