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기 생명줄 쥐락펴락"…소화장애 분유값 2배 올린 '그들'[채상우의 미담:味談]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발, 우리 아기를 살려주세요."
아픈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수입 특수 분유의 가격이 몇 달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치명적인 소화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기에게 이 특수 분유는 생명줄이다.
원인은 '전쟁'과 소비자의 아픔은 아랑곳 없이 이득만 챙기는 '리셀러'들에 있었다. 정부는 가격 혼란을 야기하는 리셀러 문제를 묵인하고 있다.
실제 뇌병변 아기를 돌보는 엄마의 사연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살폈다.
6개월 전 태어난 내 딸 미소는 뇌병변 장애인이다.
뇌MRI를 보신 의사선생님의 말로는 시상 부위를 포함한 뇌 깊은 곳에 손상이 보인다고 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임상 추정은 산소 부족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병변. 남편과 나는 미소가 배 속에 있었을 때, 깊게 숨을 쉬지 못해 그런 것 아닐까 생각했다.
'빨리 케어해서 정상으로 만들어야지'
희망을 품고 퇴원하는 미소를 만나러 간 나는 좌절했다.
이날 나는 처음으로 미소를 제대로 마주했다. 미소의 상태는 내 상상 속 모습과 많이 달랐다. 팔 다리는 꼬여있었고, 안아주면 몸이 활처럼 휘었다. 다른 아이처럼 잘 울지도 못했다. 미소의 유일한 표현법은 몸을 활처럼 휘는 것 뿐이었다.
뇌병변 장애는 보통 소화장애를 동반한다. 스스로 입으로 빨아서 먹지 못하고 토해내곤 한다. 미소도 그렇다. 그래서 코에 관을 삽입해 분유를 먹여야 했다. 이마저도 일반 분유는 소화시키지 못해, 구토를 억제하는 특수분유 '노발락'만 먹이고 있다.
일반 분유를 먹이면, 넘어온 토가 기도를 막거나 폐로 흡인돼 아이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까지 들었다.
"어라? 이게 왜이렇게 올랐지..."
분유를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뒤적이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헉' 소리가 나왔다.
올 초만해도 3만원대였던 노발락이 5만8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설사를 자주하는 아기를 위한 노발락 제품은 한 통에 7만원대까지 올라 있었다.
안 그래도 약값에 병원비 등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었는데, 끊을 수 없는 분유값까지 오르니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기분마저 들었다.
'우리가 잘 버틸 수 있을까.'
그날 침대에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봤다. '이겨내야 한다, 강해져야 한다'는 의지는 몇 번이고 무너졌다.
노발락 가격 상승에는 뜻밖의 배경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다.
노발락을 정식 수입하는 GC 녹십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프랑스 제조사에 원재료 수급 문제가 생겼다. 이에 지난해 4분기 3달 동안 한국에 수입이 안 됐다.
여기에 물량을 쥐고 흔드는 리셀러들이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특수 분유 가격은 물량을 확보한 리셀러들에 의해 결정된다.
노발락도 마찬가지다. 가격 인상은 GC 녹십자의 결정이 아니다. GC 녹십자는 2021년부터 노발락의 공급가격을 변동하지 않았다.
문제는 리셀러였다. 불투명한 루트로 노발락을 확보해온 리셀러들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하더라도 GC 녹십자 판매가격보다 1만원 이상 싸게 팔아 이득을 챙겨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자 리셀러들은 가격을 크게 올렸다.
GC 녹십자 관계자는 "지금의 가격 상승은 리셀러에 의한 것"이라며 "어떤 경로로 그들이 노발락을 확보했는지는 파악이 어렵지만, 최근 수급 문제로 인해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는 원자재 수급이 안정됐다. 하지만, 국내 수급 차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발락 가격도 상반기 동안은 높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건 너무한거죠. 아픈 아이들 생각하면 그러면 안 되죠."
이 소식을 들은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리셀러들의 횡포를 비판했다.
박 사무처장은 "아픈 아이들을 위한 필수적인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만을 따져서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며 "이런 판매 행태는 규제를 통해서라도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노발락'이었지만, 다른 수입산 특수 분유도 똑같은 위험에 처해있다. '압타밀', '퓨어락' 등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수입 특수 분유들의 유통을 리셀러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압타밀이나 퓨어락 등은 공급가보다 오히려 싸게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노발락과 같이 외부 요인으로 공급 물량이 크게 줄 경우 언제든지 가격 폭등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리셀러들의 횡포에도 규제 방안은 없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분유와 같은 생필품은 리셀 시장에서도 가격 보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소수의 리셀러가 제품을 독과점해 가격을 상승시켰다면, 공정거래법상 독점규제 위반 소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 리셀 시장은 수많은 리셀러가 소규모로 제품을 확보해 판매하는 방식이기에 이를 적용하기 어렵다. 개개인이 확보한 물량은 적지만, 전체 리셀러가 확보한 물량은 방대해 가격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정부가 지정하는 물가안정법에 따른 매점매석행위 대상에도 '분유'는 해당하지 않는다. 리셀러가 얼마를 받든지 지금으로서 불법이 아닌 셈이다.
박 사무처장은 "이런 문제를 공론화해 정부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한, 분유를 수입하는 업체 측에서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리셀러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손을 놓은 사이 리셀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리셀플랫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으며, 2025년에는 2조80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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