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부실, 돈 빼세요” 악성루머 확산에… 뱅크런 ‘공포감’ 진화 나선 당국

김유진 기자 2023. 4.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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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확산에 정상 금융사도 뱅크런 발생 우려
뱅크런, 금융사 도산→금융 시스템 위기 전이
새마을금고·웰컴·OK저축銀 시장 불안 적극 해명
금융위원장 “혼란 일으키는 악성 루머, 엄중 대처”
일러스트=손민균

금융 당국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공포감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사 도산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안이 고조되면 정책적 대응이 한순간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소비자의 불안감은 뱅크런으로 이어져 금융사가 도산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금융시장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이미 증명됐다.

최근 금융 당국이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능성, 1조원대 PF 결손에 따른 일부 저축은행의 지급정지 루머 등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 또한 금융시장 불안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공포감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당국 내부에서 특정 금융사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불안이 고조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 한 관계자는 “부동산 PF로 인한 부실도 주의하고 있지만, SVB 사태처 금융소비자의 불안감이 급격히 높아지는 경우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라며 “공포감에 휩싸여 단기간에 지급여력을 넘어서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멀쩡한 금융회사도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 당국은 디지털뱅킹에 익숙한 국내 금융소비자 특성상 뱅크런이 발생하면 금융사가 도산하는 데까지 이르는 속도가 SVB 사태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예금을 찾아야 한다는 공포감이 예금자 사이에 엄습하면 당국이 손을 쓸 틈도 없이 금융시장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 SVB 등 은행 파산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다”라며 “젊은 층의 디지털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이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은 새마을금고와 웰컴·OK저축은행이다. 새마을금고는 일부 조합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실 우려가 일자 예금자 사이에서 예금을 인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퍼졌다. 새마을금고의 건설·부동산 기업 대출 연체율이 2019년 2.49%에서 올해 1월 9.23%로 치솟았다는 보도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경제·금융당국 수장마저 지인으로부터 ‘새마을금고에서 돈을 빼야 하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웰컴·OK저축은행은 부동산 PF 손실로 예금인출이 정지될 것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면서 금융소비자의 공포감이 커진 곳이다. 지난 12일 오전 웰컴·OK저축은행이 PF 사업에서 1조원대의 결손이 발생해 지급정지를 할 예정이므로 해당 저축은행에서 잔액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는 악성 루머가 문자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 당국과 해당 금융사들은 공포감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의 혼란을 유발하는 악성 루머에 엄중 대처하라”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악의적 유언비어의 유포는 금융시장의 불안 및 금융회사의 건전성 등 국민경제에 큰 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라며 “허위 악성 루머 등 근거없이 시장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하면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즉각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해 검‧경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극 대응하라”라고 주문했다.

새마을금고 또한 “부동산업과 건설업에 종사하는 일부 채무자에 대한 대출 연체율일 뿐 새마을금고 전체 채무자에 대한 연체율이 아니다”라며 “부동산시장 불황에 따라 관련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 또한, 예금자 보호와 관련해서도 “새마을금고법에 의해 다른 금융기관과 동일하게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되며, 지난해 말 기준 2조3858억원의 예금자보호기금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시장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연합뉴스

웰컴·OK저축은행 역시 저축은행중앙회를 통해 지급정지 예정이라는 정보가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라며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했다. 금융감독원 또한 “두 저축은행 모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이 예상되고 있다”라며 논란 진화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 기준 웰컴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은 12.51%, 유동성 비율은 159.68%다. OK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1.40%, 유동성 비율은 250.54%다.

금융 당국 또 다른 관계자는 “새마을금고는 지속해 ‘문제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고, 최근 루머가 퍼진 저축은행들 역시 곧바로 시장 불안에 대응했다”라며 “예금자 불안감이 조성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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