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협박·폭행당한 지적장애인 삶, 노예 그 자체였다
아들 볼모 협박에 '충성표시'로 명품 요구…징역 7년 선고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적장애를 가진 한 남성이 50대 남성의 폭행과 협박에 6년간 노예같은 삶을 살았다. 가해자는 피도 눈물도 없었고, 피해자는 인격도 보장받지 못했다.
A씨(51)는 일상적으로 피해자 B씨를 폭행했고 '너와 자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충성의 맹세'를 요구했다.
B씨는 기나긴 시간 월급 대부분을 빼앗기고 채무가 챙기는 와중에도 오랜 폭력 때문에 굴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피해자 B씨가 A씨를 알게 된 건 지난 2015년 11월 초순쯤. A씨는 지인의 소개로 만난 B씨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임을 알아채고 자신의 수족으로 전락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내가 운영하던 가게 장사를 접고, 네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돕고 싶다"며 장사를 하고 있던 B씨에게 접근했다.
이를 받아들인 B씨의 일상은 지옥으로 바뀌었다.
A씨는 "내가 조직에서 생활을 좀 했다. 너 하나쯤 어떻게 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사람을 시켜 네 자녀를 납치할 수도 있다. 너 때문에 내가 가게를 접지 않았냐"며 매달 250만원씩을 요구했다.
A씨는 식당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협박을 당한 B씨는 2015년 1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317차례에 걸쳐 6778만원을 건네야 했다.
A씨의 범행은 도를 더했다.
자신이 신용불량자임을 강조하며, B씨 명의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그는 392차례에 걸쳐 물건을 사거나 현금서비스를 받는 등 2279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천만원을 하는 중고 외제차를 구매하게 해 빼앗는가 하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를 구매하게 한 뒤 '충성의 증표'라며 가로챘다.
A씨에게 갈취당하며 재정난에 빠진 B씨는 결국 가게를 접고 호텔 근무와 대리운전, 택시일까지 하게 됐다.
이때도 A씨는 B씨가 매달 받는 급여 대부분을 빼앗았다.
B씨가 빼앗긴 금액은 총 1억5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대리운전, 택시운전 수입이 적다는 이유로 시도때도 없이 폭력을 가했다.
수사기록상 2017년 4월부터 2021년 9월까지 B씨가 기억하고 증언한 폭행만 26차례였다. 2021년 9월에는 약 9일 동안 온갖 물건과 주먹으로 40여차례 폭행을 가했고, B씨의 입에 모기약을 뿌리기도 했다.
보복이 두려워 끝없는 범행을 견디던 B씨는 A씨가 자신을 성추행하려 하는 등 마지막 인격마저 꺾으려하자 6년 만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A씨는 경찰 수사 끝에 구속돼 지난 14일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고상영)는 상해, 특수폭행, 폭행,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15년간의 신상정보 등록 명령을 내렸다.
A씨는 재판을 받던 내내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B씨의 식당에서 일하면 매달 25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에 따라 노무를 제공한 뒤 돈을 받았고, B씨와 2인1조로 대리운전을 했기 때문에 차량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명품시계는 생일 선물로 받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CCTV, 녹음파일, 주변인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를 폭행, 협박해 금품을 가로챘다"며 "피해자는 가벼운 지적장애 수준을 보이지만 추상적 사고나 논리적 사고의 발휘가 적절하지 못해 장기간 지속된 피고인의 폭행, 협박에 심리적으로 완전히 종속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2016년부터 일상적으로 폭행 당했다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 모든 증거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특히 "매우 심각한 폭행에도 피해자는 전혀 반항하지 못할 만큼 피고인의 폭행이 일상화 됐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아들이 폭행 장면을 목격한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성추행까지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을 당해 장기간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피해자의 인격과 존엄성이 중대하게 훼손된 점,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고 있는 점, 자신의 죄를 반성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장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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