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 책임을 생계형 범죄 피고인에게만 떠넘길 수 없어"

이루비 기자 2023. 4.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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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적인 생존을 위한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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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국가는 돈 없어 굶는 사람 방치하면 안 돼"
"특가법, 대책 없이 가혹한 처벌에만 그쳐"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기초적인 생존을 위한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피고인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습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오기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A(7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누범기간 중 저지른 단순 절도 사건인데도 이례적으로 4쪽에 달하는 장문의 '양형 이유'가 판결문에 담겨 눈길을 끌었다.

이는 교도소와 사회를 반복해서 오가던 피고인들을 오랜 세월 지켜봤을 부장판사가 국가에 던진 일침이자 호소였다.

A씨는 절도죄로 3번 이상 징역형을 받고도 누범기간인 지난해 9월18일 인천 부평구 한 예식장에서 신부 측 접수대에 있던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 1개를 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거듭되는 절도 범행으로 교도소에서 반복적으로 복역했다"면서 "출소 후 4개월여의 단기간 내에 절도 범행을 다시 저지른 점은 불리한 양형 사유"라고 판시했다.

다만 "70세 고령에 처나 자식 없이 홀로 살아가는 피고인이 생계를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절취한 금액은 소액이고, 피해자에게 20만원을 돌려줘 피해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도소 복역 후 일반사회에 복귀한 고령자의 기초적인 생존을 위한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지 못한 국가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피고인에게만 떠넘길 수는 없다"면서 "적어도 국가는 돈이 없어 밥을 굶는 사람이 있도록 방치하면 안 될 책무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절도 범행을 반복해 저지르는 국민에 대해 별다른 대책도 없이 징역 2년 이상, 20년 이하의 가혹한 형벌로 처벌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것은 책임원칙이나 비례원칙, 과잉형벌 금지 원칙 등에 반할 소지가 크다"면서도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은 위 법률조항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 위 법률조항의 형을 작량 감경해 검사의 구형량과 같은 최하한의 형인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도 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앞서 국선변호인이 제출한 변론요지서에는 'A씨가 일용직이라도 구하기 위해 매일 인력사무소에 갔으나 나이가 많아 늘 뒷순위로 밀렸다'거나 '동사무소를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으나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는 매달 약 30만원의 수급비를 받아 방세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제대로 식사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나마도 없는 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사건 축의금 절도 피해자는 A씨의 사정을 듣고 무척 안타까워하면서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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